"화석연료와 대량생산경제 끝나"..세계경제 새 패러다임 제시
(서울=연합뉴스) 임형두 기자 = 국내에도 잘 알려진 사회사상가 제러미 리프킨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 교수가 미래사회의 새 패러다임을 폭넓게 정리해 책으로 내놨다. 한국어 번역본이 막 나온 '3차 산업혁명'이 그것이다.
제러미 리프킨 교수는 새 저서에서 화석연료를 기반으로 한 1차와 2차 산업혁명의 수명이 다했다고 선언한다. 그리고 재생에너지와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하는 3차 산업혁명 시대가 열렸다고 강조한다.
인류는 증기기관과 석탄을 동력으로 해 대량인쇄와 공장생산 경제시대를 19세기에 열었다. 이는 20세기 들어 전기 커뮤니케이션 기술과 석유자원이 만나면서 전화, 라디오, TV 등 신매체가 등장하고 자동차, 석유, 전자 등 대기업이 국가경제와 세계경제를 부양하는 시대로 바뀌었다.
저자는 그 시대들이 이제 막 종언을 고했다고 말한다. 2008년 부동산 거품이 터져 최악의 경제위기에 휘말리고, 엄청난 이산화탄소 배출로 인한 환경 파괴가 인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는 게 그 증거라는 얘기다.
3차 산업혁명 시대엔 전 세계에 완전히 새로운 시스템이 도입된다. 이에 따라 비즈니스 모델도 전혀 새로운 모델로 달라진다는 것. 1차와 2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수직적 규모의 경제가 선호돼 중앙집중화한 거대기업 위주로 살아남았다면, 3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재생에너지와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무수히 많은 소규모 기업들이 수평적 협업관계를 형성하게 된다고 설명한다.
이는 삶의 시각과 패러다임 자체를 바꾼다. '소유'가 주목적이었던 1차와 2차 산업혁명 시대와 달리 3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공유'가 주요 경제 모델이 된다는 거다. 예컨대, 앞으로는 사람들이 차량을 각자 구입해 사용하기보다는 소액의 비용을 내고 자동차 공유네트워크에 가입한 뒤 스마트카드를 받아 공용 주차장과 차량을 이용하게 된다.
따라서 3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으려면 관점의 획기적 전환이 불가피하다. 엄격한 규율, 근면한 노동, 상명하달식 권위적 체제, 금융자본과 소유권이 중시되던 시대가 더이상 아니라는 얘기다. 3차 산업혁명 시대는 창의적인 놀이, 동료 간의 상호작용, 사회적 자본, 개방형 공유제, 글로벌 네트워크가 더욱 중요해진다.
향후 수십 년에 걸쳐 빠르게 진행될 3차 산업혁명 시대를 살아가려면 수직적 마인드를 수평적 마인드로 전환해야 한다. 협력적 네트워크와 분산 자본주의가 경제, 사회, 문화, 교육 전반에 변화의 바람을 몰고 올 것이기 때문이다. 유럽연합(EU) 등 일부 선진국은 이미 이를 선도하거나 이 대열에 속속 합류하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은 지금 어떤가? 3차 산업혁명의 새로운 기관차로 갈아탈 것인가, 아니면 2차 산업혁명의 낡은 열차에 안주할 것인가. 이건 선택의 문제다. 하지만 이는 국가경제는 물론 가정경제, 개인생활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삶의 행복과 불행을 좌우하게 될 거라는 뜻이다.
리프킨 교수는 그동안 '엔트로피' '육식의 종말' '노동의 종말' '소유의 종말' '수소혁명' '유러피언 드림' '공감의 시대' 등 명저들을 써왔다. 이번 저서 '3차 산업혁명'은 적자생존과 부의 집중을 초래한 경제 패러다임의 종언을 선고했던 '공감의 시대'와 직접 맥락을 같이하는 후속편이라고 할 수 있다.
민음사. 424쪽. 2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