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 인디그나도스(Los Indignados)!
김명전 (성균관대 초빙교수)
2011년 10월 15일, 한국에 '로스 인디그나도스'(Los Indignados) 행진이 상륙했다. 세계 82개국의 1000여 도시에서 젊은이들이 금융자본의 탐욕을 규탄하기 위해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로 연대하여 이루어낸 세계사 초유의 사건이다.
'로스 인디그나도스'는 '분노한 사람들'이라는 뜻의 스페인어다. 지난 5월 15일, 스페인 수도인 마드리드의 푸에르타 델솔 광장에서 시작되었다. 프랑스 파리를 거쳐 유럽의 수도 벨기에의 브뤼셀까지 1700km에 이르는 대장정(大長征)이었다. 이 분노의 행진이 75일 동안 계속되면서 언론에 의해 붙여진 이름이다.
이 시위는 실패한 신자유주의와 금융자본주의의 폐해를 고발하고 그 고통을 호소하기 위해 비폭력적으로 전개되고 있다.
이들의 외침은 "탐욕과 부패에 물든 정치인과 금융가들은 물러나라" "우리는 진짜 민주주의를 원한다"로 압축된다. 이들은 도심의 광장 곳곳에 모여 '시민의회'를 열고 기성 정치체제의 무능과 무관심을 비판하는 등 다양한 의견교환을 통해 공감대를 확산하고 있다. 이 내용은 페이스북 트위터를 통해 전 세계로 전파된다.
재스민혁명에서 아랍의 봄, 월가시위로
마이클 샌델 교수는 '월가를 점령하라'는 이름으로 확산된 이 시위에 대해 "글로벌 금융위기 자체와 위기에 대처하는 정부의 대응방식에 대한 분노와 좌절이 표출된 것이며, 정의와 공정성의 문제다. 호황기에는 많은 이익을 누리고 위기 때는 막대한 피해를 납세자에게 전가하는 금융산업 구조에 대한 분노"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 사태는 국민의 혈세를 쏟아부어 가까스로 생명을 부지하는 금융기관들이 고임금에 성과급 잔치를 벌이면서 이미 예고되어 있었다. 신자유주의의 물결을 타고 화려하게 부상했던 금융 자본주의는 탐욕과 부도덕의 상징이 되었다.
성공의 과실은 1%의 개인들이 누리고 실패의 책임과 손실은 99%의 국민에게 떠넘기는 파렴치함이 자본주의를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
독일의 역사학자 위르겐 코카 교수는 "자본주의로 증가하는 사회 불평등, 문화와 자연자원을 파괴하면서 성장에 집착해 온 자본주의 시스템 문제"로 진단하고, 세계 각국의 정부가 협력하여 자본주의의 가치를 발전시킬 수 있는 "시장경제의 신중한 규제" 필요성을 제기했다.
'로스 인디그나도스'의 분노의 행진은 어디에서 멈출 것인가? 이 행진은 튀니지의 재스민혁명으로부터 이집트 리비아 등 중동의 장기독재를 무너뜨린 '아랍의 봄'을 지나 '뉴욕의 가을'을 붉게 물들이며 지구촌으로 번지고 있다.
자본주의의 위기는 극복되어야 한다. 1873년과 1929년 대공황 때도 정부 규제를 늘리고 복지국가의 이념과 정책을 강화하는 등 민주주의 체제의 개혁을 통해 위기를 극복했다. 루스벨트 대통령의 뉴딜정책, 케인스주의 경제와 같은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질서를 재편했던 것이다.
'고비용 의회정치' SNS로 대체될 것
이제 정치의 몫이다. 이미 '시민의회'라는 말이 등장했다. 정치가, 정부가 제때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면 지금과 같은 '고비용의 의회정치'는 설자리를 금방 잃게 될 것이다. 인터넷 아고라와 SNS로 대체될 것이기 때문이다.
"자본주의의 문제를 개선하려는 에너지가 시장이나 정부의 영역이 아니라 시민사회로부터 나오고 있는 것에 주목하라."
위르겐 코카 교수의 말이다.
출처 : 내일신문
'진보적 시민민주주의'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문재인 "남 돕는 것은 끝내고 싶다"…조력자론 경계 (0) | 2012.05.13 |
---|---|
로스 인디그나도스 /분노한 사람들 (0) | 2012.05.12 |
[스크랩] “야권승리 방법은 단일화뿐이다” (0) | 2012.05.11 |
[스크랩] 임플란트 전쟁, 90만원 `반값`이 이겼다 (0) | 2012.05.09 |
[스크랩] 日관광객 변장 박원순 시장, `콜밴`불렀지만.... (0) | 2012.05.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