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살기 위해 사랑하는 모든 걸 두고 떠납니다"
불산사고 피해마을 농민, 구구절절한 편지글 CBS 취재진에 보내와노컷뉴스 조혜령 입력 2012.10.15 12:09 수정 2012.10.15 12:09
[CBS 조혜령 기자]
"집에서 기르는 가축들에게 서둘러 아침밥을 챙겨주고 미안한 마음에 머리를 쓸어줍니다. 죄스러운 마음에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고 애를씁니다. 그리고 바삐 집을 떠납니다. 이런 생활이 앞으로 얼마나 계속될지 알 수 없어 가슴이 답답합니다."
對相을 정하고 쓴 글이 아니다. 하지만 누군가 꼭 들었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이 펜을 들게 했다.
굵고 투박한 글씨체로 A4 용지 10장에 꾹꾹 눌러 쓴 편지엔 그동안 애지중지 키워온 농작물과 가축을 잃은 空虛한 마음, 그리고 피해를 막지 못해 집까지 떠난 처지에 대한 분노가 담겨 있었다.
김 씨는 "사고 발생 후 큰 危險을 느끼지 못하고 집에서 생활하다 부랴부랴 집을 떠났다"며 "머릿속은 집에 두고 온 농작물 생각으로 가득 차 있지만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事情을 傳했다.
이어 김 씨는 "하우스에서 날로 예쁘게 자라는 상추 배추 시금치가 있는 비닐 하우스에 못 먹을 것을 뻔히 알면서도 충분히 물을 주어야만 마음이 편안해진다"며 기르는 가축에게도 죄스러워 그들과 눈을 맞추지 못한다"고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
"내가 살기 위해 내가 사랑하는 모든 것을 두고 바삐 떠나야 하는"지금의 사태에 대한 분노와 원망의 마음도 털어놨다.
김 씨는 "기업이 이윤을 추구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최소한의 안전이라도 취해야 했던 것 아니냐"며 "그랬다면 꽃다운 젊은이가, 어린 자식을 남긴 부모가 저 세상으로 가지 않았을 것"이라고 답답해했다.
政府에 대한 원망도 편지 속에 담았다.
김 씨는 "정부는 이 공단 내에 어떤 위험물이 있고 어떻게 대처해야 한다는 기본적이 상식도 없냐"며 "많은 政治人이 다녀가고 여러곳에서 격려와 위문이 있었지만 누구를 믿어야 하고 어떤 위로를 받았는지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다"고 울분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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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중심언론 CBS 뉴스FM98.1 / 음악FM93.9 / TV CH 412)
"집에서 기르는 가축들에게 서둘러 아침밥을 챙겨주고 미안한 마음에 머리를 쓸어줍니다. 죄스러운 마음에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고 애를씁니다. 그리고 바삐 집을 떠납니다. 이런 생활이 앞으로 얼마나 계속될지 알 수 없어 가슴이 답답합니다."
對相을 정하고 쓴 글이 아니다. 하지만 누군가 꼭 들었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이 펜을 들게 했다.
불산 가스 누출로 마을을 탈출해 구미 청소년 수련관에 머물고 있는 구미시 산동면 임천리 주민 김인태(60)씨는 홀로 깬 새벽, 종이에 자신의 답답한 마음을 내려놓았다.
굵고 투박한 글씨체로 A4 용지 10장에 꾹꾹 눌러 쓴 편지엔 그동안 애지중지 키워온 농작물과 가축을 잃은 空虛한 마음, 그리고 피해를 막지 못해 집까지 떠난 처지에 대한 분노가 담겨 있었다.
김 씨는 "사고 발생 후 큰 危險을 느끼지 못하고 집에서 생활하다 부랴부랴 집을 떠났다"며 "머릿속은 집에 두고 온 농작물 생각으로 가득 차 있지만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事情을 傳했다.
이어 김 씨는 "하우스에서 날로 예쁘게 자라는 상추 배추 시금치가 있는 비닐 하우스에 못 먹을 것을 뻔히 알면서도 충분히 물을 주어야만 마음이 편안해진다"며 기르는 가축에게도 죄스러워 그들과 눈을 맞추지 못한다"고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
"내가 살기 위해 내가 사랑하는 모든 것을 두고 바삐 떠나야 하는"지금의 사태에 대한 분노와 원망의 마음도 털어놨다.
김 씨는 "기업이 이윤을 추구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최소한의 안전이라도 취해야 했던 것 아니냐"며 "그랬다면 꽃다운 젊은이가, 어린 자식을 남긴 부모가 저 세상으로 가지 않았을 것"이라고 답답해했다.
政府에 대한 원망도 편지 속에 담았다.
김 씨는 "정부는 이 공단 내에 어떤 위험물이 있고 어떻게 대처해야 한다는 기본적이 상식도 없냐"며 "많은 政治人이 다녀가고 여러곳에서 격려와 위문이 있었지만 누구를 믿어야 하고 어떤 위로를 받았는지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다"고 울분을 터뜨렸다.
CBS 취재진에게 전달한 편지 전문 |
< 임천리 김인태 > 구미 휴먼글로벌 불산 폭발이 일어나고 열흘이 지났고 구미 청소년 수련원 강당의 찬 바닥에서 이틀 밤을 보냈습니다. 이 사고로 나보다 더 몸과 가슴 아픈 사람들이 수없이 많다는 생각을 하며 위안을 삼고 어려움과 고통을 감수하며 주어진 모든 것에 감사하고 있습니다. 백두산 여행중 혜란강을 바라보며 눈물을 흘리던 고교 선배가 입에는 웃음을 머금고 나이가 들며 눈물이 많아진다고 했던 말이 生覺납니다. 이제 내 나이는 올해 환갑인데 참 가을 날씨가 너무 좋습니다. 황금비치 들판이 너무 좋은데 왜 눈물이 나는지 모르겠습니다. 사고 발생 후 큰 危險을 느끼지 못하고 집에서 생활했습니다. 재배한 채소 등 농산물을 먹지 못한다고 하니 갑자기 精神이 혼미해집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가축에게 먹이를 주고 채소를 돌보는 것이 일과였는데 피부에 이슬이 묻는 것이 해롭다는 말이 전해지자 개 고양이 소에게 먹이를 주고 나면 아무 할 일이 없어져 멍한 상태가 되어 마당을 왔다갔다 하는 狀態로 서성이다 아침을 먹고 이슬이 어느 정도 마르기를 기다려 염소를 목초지에 내놓고 나면 또 할 일이 없어져 안절부절 못하는 狀態가 됩니다. 결국 주민 모두의 건강 상태가 악화되고 더 이상 이곳에 머물러 있을 수 없다는 판단이 되어 구미 청소년 수련원으로 대피되었습니다. 잠자리가 바뀌고 찬 강당의 바닥에서 여러 사람이 누워 잠을 청하면서 精神的 肉體的 피로에 지쳐 눕자마자 코를 골며 자는 사람을 보며 내가 잠을 못 잔 불평보다는 그 사람 때문에 가슴이 아픕니다. 한 잠 못자고 밤새 뒤척이는 사람, 가끔 울리는 휴대폰 벨소리. 그렇게 밤이 지나고 아침 여섯시 경이 되면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있습니다. 다들 아침 일을 시작하는 시간입니다만 다들 할 일이 없어 무엇을 해야할지 안절부절인 상태인 것 같습니다. 머리 속에는 집에 두고 온 가족 새악, 농작물 生覺으로 가득차 있겠지만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빨리 아침 식사를 하고 달려가고 싶겠지만 멍하니 앉아있는 사람에게 아침식사까지 그 시간은 짧은 시간이 아닌 것 같습니다. 그들을 바라보며 또 울컥해지는 것도 나이탓이겠지요. 서둘러 아침을 먹고 집으로 차를 달렵니다. 평소보다 늦은 아침 먹이에 소들이 아우성입니다. 늦어진 먹이보다도 汚染된 空氣中에 두고간 죄스러움에 가슴이 아픕니다. 사료값의 폭등과 소 성체 값의 하락으로 늘 충분히 먹여주지 못한 미안함이 가슴속에 남아있는데... 5~6년을 같이 살아온 소들도 있는데 앞으로의 運命이 어떻게 될지 머리가 어지럽습니다. 그리고 그들에게 죄스럽습니다. 반갑다고 꼬리치는 개들에게도 미안함에 머리를 쓸어주고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고 애를 씁니다. 그래도 때가 되면 늘 같이 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위안이 되기도 합니다. 날로 예쁘게 자라는 상추, 배추, 열무, 시금치, 양배추, 먹음직하게잘 자라서 어서 따주기를 바라는 오이가 있는 비닐 하우스에 못 먹을 것을 뻔히 알면서 충분히 물을 주어야만 마음이 便安한지 알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입니다. 어느 정도 이슬이 마르기를 기다려 汚染된 풀밭에 염소를 내다 묶습니다. 그들의 눈이 나에게 무엇을 묻는 듯 하지만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합니다. 저녁이 되면 다시 돌아와 汚染된 空氣가 가득한 우리로 데려갈 것이라는 것 밖에... 그리고 바삐 집을 떠납니다. 내가 살기 위해서 내가 사랑하는 모든 것을 두고 바삐 떠납니다. 저녁이 오면 돌아와 짧은 시간에 이들이 生存할 最少의 配慮를 하고 急하게 여기를 떠나가겠지요. 앞으로 이런 생활이 얼마나 계속될지 알 수 없음에 가슴이 답답합니다. 얼마동안 이 땅에서 농사를 지을 수 없을지. 설령 짓는다 하더라도 나외 그 누구도 安全하게 먹을 수 있는 땅이 될 수 있을까 疑問이 됩니다. 눈 앞이 흐려집니다. 企業이 利潤을 추구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그러나 最小限의 安全이라도 취하여 종업원, 주변사람, 생산물을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被害를 주지 말아야 할 것이 아닙니까. 휴먼 글로벌이 위험천만인 불산을 취급하면서 종업원에게 제대로 安全敎育이라도 시키고 불산을 완화시키는 석회라도 비축했다면 24살, 28살 등 꽃다운 나이에 그리고 어린 자식을 남겨두고 부모가 저 세상으로 가지는 않았을까 하는 生覺을 하면 企業主를 죽이고 싶도록 증오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을지 想像이 가지 않습니다. 많은 돈을 벌어서 무엇을 하며 몇百年을 잘 살수 있을까요. 정말 가슴이 답답합니다. 모든 企業人, 事業體를 가진 모든 사람들은 남을 配慮하는 작은 마음이라도 꼭 가지기를 그들 스스로에게 빕니다. 사건발생 9일째인 10월 5일 消防安全廳長이 다녀갔습니다. 달려들어 울분이라도 터뜨리고 싶었습니다. 모든 잘못이 그 사람의 잘못이 아닌것을 알지만 소방재해의 방제 수장으로서 소방공무원의 敎育이 어느程度인가를 짐작이라도 하고 있는가 묻고 싶었습니다. 구미 4공단 소방서 책임자를 만나보지는 못했습니다. 정말 한심하고 울분이 치밉니다. 이 공단 내에 어떤 危險物이 있고 어떻게 對處해야 한다는 基本的인 常識도 없었단 말입니까. 그래도 國民의 血稅로 마련한 봉급을 떳떳이 받을 수 있는지. 무조건 물을 쏘아 붓는 바람에 막대한 피해가 생겼다는 말과 소방관들의 신체적 피해가 막대하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소방서 벽에 크게 페인트로 적어놓고 출동하기 전에 아무리 급하더라도 한번씩 읽고 출동하는 게 어떨지. 모든게 완벽할 수는 없지만 맡은 일에 가장 基本은 되어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앞으로 이 일이 언제 어떻게 끝날 지 알 수 없습니다. 벌써 수많은 사람의 목숨과 건강을 해쳤습니다. 그리고 목숨처럼 사랑하던 생활 터전과 재산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농지로서의 복귀가 불가능하다는 말들이 많습니다. 많은 政治人들이 다녀가고 여러곳에서 격려와 위문이 있습니다만 누구를 믿어야 하고 어떤 격려와 위안을 받았는지 아무것도 生覺나지 않습니다. 나이 때문이겠지요. 자꾸 눈물이 납니다. 이런 날들이 얼마나 계속될 지 가슴이 답답합니다. |
(대한민국 중심언론 CBS 뉴스FM98.1 / 음악FM93.9 / TV CH 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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