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출범

문창극, '식민지배는 하나님 뜼'

장백산-1 2014. 6. 12. 0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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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지명자 “일본이 이웃인 건 축복, 식민 지배는 하나님 뜻”

ㆍ야 “조선총독부 총독 하지 왜 대한민국 총리 한다고…”
ㆍ사회 통합 부적합 결론… ‘이념 검증’ 청문회 예고

문창극 국무총리 지명자(66)가 언론인 재직 시절 이념편향적인 극우 칼럼을 쓴 것에 이어 민족 비하 발언을 한 사실이 새롭게 밝혀지면서 파문이 일고 있다. 야당은 총리 지명 철회를 촉구하는 등 강경 대응에 나섰다. 당초 인사청문회는 문 지명자의 ‘이념’ 검증을 놓고 치열한 공방이 예상됐으나 이 같은 발언이 알려지면서 청문회에 설 수 있을지도 현재로선 불투명해 보인다.

문창극 국무총리 지명자가 11일 아침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으로 처음 출근하고 있다. 문 지명자는 자신의 제네시스 승용차를 직접 몰고 출근했다. |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 “조선총독부에서 총독 하라”

문 지명자는 2011~2012년 자신이 장로로 있는 교회 강연에서 “우리나라는 일본으로부터 기술을 받아와 경제개발을 했다”고 말했다. 제주 4·3항쟁은 폭동 사태로 규정했다. 8·15 광복은 하나님이 거저 해방을 갖다준 것이라고도 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총리 지명 하루 만에 사퇴 카드를 꺼내들었다. 극우 강경 보수칼럼이 불거질 때만 해도 ‘사퇴’라는 말은 나오지 않았다. 금태섭 대변인은 논평에서 “대한민국 총리로서 있을 수 없는 반민족적 망언”이라며 “발언 경위를 철저하게 추궁하겠다. 즉각 사퇴하고 사과해야 할 것”이라고 분노했다.

김진욱 부대변인은 “망발과 망언에도 수준이 있다”면서 “이 정도면 매국을 넘었다.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광진 의원은 트위터에서 “조선총독부 총독을 하지 왜 대한민국 총리를 하겠다는 거냐”고 맹비난했다.

우원식 최고위원은 “문 지명자는 국민에게 사죄하고 물러나야 한다”면서 “박근혜 대통령은 충분히 검증하지 못한 시스템에 대해 책임지고 국민들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 “대독 총리” “받아쓰기 총리냐”

문 지명자가 이날 두 번이나 “책임총리는 모르겠다”고 언급한 것을 두고도 격한 발언이 쏟아졌다. 금 대변인은 “문 후보자는 또다시 대독총리 역할을 하려는 건가. 청와대만 바라보고 해바라기 행보를 하겠다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지난 대선 당시 박 대통령의 책임총리제 공약을 되짚기도 했다. 김정현 부대변인은 “책임총리제는 박 대통령 대선 공약이었을 뿐 아니라 2012년 대선 당시 새누리당이 제왕적 대통령제 폐단을 막겠다며 만든 정치쇄신안의 핵심이었다”면서 “이 정도면 참극”이라고 비판했다.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자신의 트위터에서 “역시 ‘칼럼 쓰는 기자’에서 ‘받아쓰기하는 총리’로 가는군요”라고 꼬집었다.

■ ‘극우 이념’ 청문회 쟁점

앞서 새정치연합의 아침 지도부 회의는 문 지명자의 이념 편향에 대한 성토장이었다.

안철수 공동대표는 “전직 대통령들을 조롱한 인사를 총리 후보자로 지명하는 것을 보고 절망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전날의 “통합에 충분한 자격을 가지고 있는 분인지 많은 의구심을 갖는다”는 발언보다 수위가 높아졌다. 안 대표가 정치적 위상을 높이기 위해 대여(對與) 공세에 나선 것이라는 관측이 있다.

김대중평화센터와 노무현재단은 공동논평을 통해 “문 지명자 칼럼에서 드러난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왜곡된 인식은 총리직 수행에 심각한 결격사유다. 패륜아 수준”이라며 “박 대통령은 총리 지명을 철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새정치연합은 인사청문회에서 극우적 이념관과 도덕성 검증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박 대통령이 지난 대선에서 약속한 책임총리제도 검증대에 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당내에서는 2005년 홍석현 전 주미대사가 삼성 대선자금(1997년) 제공 사건과 관련해 검찰 소환에 불응하며 미국에 머물고 있을 때 문 지명자가 미국으로 가서 대책을 논의했다는 점도 파헤치고 있다.

정부가 13일까지 임명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하면 국회는 20일 이내에 문 지명자 인사청문회를 마쳐야 한다.

< 구혜영·심혜리 기자 koohy@kyunghyang.com>

입력 : 2014-06-11 22:39:40수정 : 2014-06-11 23: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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