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라 성적비리'
긴급체포된 '영원한 제국' 작가 류철균
입력 2016.12.31 15:12
(서울=연합뉴스) 임기창 기자 = '
비선 실세'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의 이화여대 학사 특혜 의혹과 관련해 31일 새벽 긴급체포된 류철균(50) 이화여대 디지털미디어학부 교수는 '이인화'라는 필명의 소설가로 더 알려진 인물이다.
류철균(필명 이인화) 교수가 27세이던 1993년 발표한 장편 역사소설 '영원한 제국'이 대표작이다. 조선 후기 정조가 사망한 1800년 1월19일 새벽부터 20일 새벽까지 궁궐 내 규장각에서 발생한 살인사건을 소재로 한 '팩션'이다.
조선시대부터 민간에서 제기된 정조 독살설을 역사 추리소설 형식으로 흥미롭게 풀어내 일약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랐다. 안성기, 최종원 등이 주연한 동명 영화로도 만들어질 만큼 대중적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1997년에는 박정희 전 대통령을 모델로 한국 근대사를 다룬 장편 역사소설 '인간의 길'을 내놨다가 박 대통령을 미화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소설가이자 게임 스토리텔링 전문가, 대학교수로 승승장구하던 그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불거지고서 의혹의 당사자 가운데 한 명이 됐다.
류 교수가 자신의 수업을 수강한 최씨 딸 정유라씨에게 학사 특혜를 줬다는 것이 의혹의 내용이었다. 올 1학기 개설된 '영화 스토리텔링의 이해' 수업에서 류 교수가 정씨에게 가점을 줘 낙제를 면하게 했다는 것이었다.
류 교수는 당시 "유라씨가 최씨 딸인지 전혀 알지 못했다"며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그러나 교육부의 이대 감사 결과 정씨가 기말시험을 치르지 않았음에도 정씨 이름으로 답안이 제출되는 등 대리시험을 본 정황이 포착됐다.
정씨에 대한 입시·학사 특혜가 이대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이뤄졌고, 여기에 최순실씨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의혹이 이번 사태를 확산한 중요 단초였다. 의혹의 당사자 중 한 명인 류 교수는 교육부의 수사 의뢰 대상에도 포함됐다.
이번 사건을 수사하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앞서 29일 이대 입학·학사 관련 부서 사무실과 최경희 전 총장 등 관련자 주거지를 압수수색해 정씨 학사 특혜 의혹과 관련한 증거를 확보했다.
류 교수가 피의자 신분이고, 통상 긴급체포는 증거 인멸이나 도주 우려가 있는 피의자의 구속영장 청구로 가는 수순인 만큼 특검팀이 류 교수의 혐의를 상당 부분 확인한 것 아니냐는 추측이 가능하다.
진술 태도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특검팀은 "현직 교수인 점과 진술 태도 등에 비춰서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는 점 등을 고려해서 긴급체포했다"며 류씨가 특검에 확보된 객관적 증거·진술과 배치되는 주장을 하는 점도 고려했음을 내비쳤다.
특검팀은 이날 류 교수를 소환한 직후 브리핑을 통해 대리시험 의혹은 사실이 아니지만 정씨의 성적과 관련한 비리는 확인했으며 류 교수가 최순실을 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밝혔다.
최경희 전 총장, 김경숙 전 신산업융합대학 학장 등 학사 특혜 의혹에 연루된 주요 당사자들이 국회 국정조사 청문회 등에서 의혹을 줄곧 부인한 만큼 특검팀이 이를 격파할 단서를 류 교수로부터 끌어낼지가 관심이다.
puls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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