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참했던 5·18' 37년전 목격자 일기 들여다보니..
최문선 기자 입력 2017.02.23 18:20
(광주=뉴스1) 최문선 기자 =
5·18 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의 헬기사격을 목격했다는 증언이 쏟아진 23일, 5·18 당시 광주 전일방송에서 성우로 근무했다는 문병주씨는 광주 동구 전일빌딩 앞에서 떨리는 손길로 37년 전 일기장을 한장 한장 펴보였다.
노랗게 바랜 일기에는 당시 참담한 속내가 가지런한 글씨로 고스란히 기록돼 있었다.
'1980년 5월29일 목요일' 일기에는 '시내는 계엄군의 대열이 드물게 지나간다. 도청 부근에는 탱크들이 있고 삼엄하다'라고 적혀 있었다.
'건물의 곳곳에는 총구멍이 수없이 많다. 그 시간들의 총성은 무엇을 가져가고 가져왔는가?'라는 부분에선 그가 일하던 전일빌딩 내에 총탄 흔적이 무더기로 남아있음을 알 수 있다.
80년 5월21일부터 전일방송의 모든 방송이 중단되며 27일에야 직원들이 다시 출근해 건물 곳곳에서 총탄 흔적을 발견했다는 그의 동료들의 증언을 뒷받침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는 "그때 당시 커튼을 걷으면 (계엄군의 잔혹한 진압행위가 발생했던) 금남로가 쫙 보이기 때문에 상당히 암울한 마음이었다"며 침통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유리창에 박힌 총알 자국에 대한 기억도 생생하다고 했다.
그는 "직원들과 같이 유리창에 난 총알구멍을 보고 총알이 어느쪽에서 날아와 어느쪽으로 갔는지 이야기했던 게 기억난다. 바닥에서 쏘면 절대 날아올 수 없는 그런 각도였다"며 높은 위치에서의 사격 가능성을 추정했다.
한편 이날 광주에서는 5·18 민주화운동 당시 전일빌딩 내 전일방송에서 근무하던 이들이 계엄군의 헬기사격을 목격했다는 증언이 쏟아졌다. 문 씨도 이날 증언에 참여했다.
광주시 5·18 진실규명단이 계엄군의 헬기사격을 뒷받침할만한 명확한 증거를 찾기 위해 마련한 '목격자들의 집단 인터뷰'에서 전일빌딩 내 7~10층에 입주해 있던 전일방송 근무자들이 37년 전 기억을 털어놓은 것이다.
이날 인터뷰에서는 "5월27일 새벽 헬기에서 군인들이 뛰어내리는 것을 봤다. 당시 도청 쪽으로 날아가는 헬기가 사격하는 것을 봤고 헬기가 '파바박' 소리를 내며 빨간 빛을 뿜어냈다"는 당시 재직자들의 증언이 쏟아졌다.
특히 "빌딩 10층에는 유리창 총구멍과 함께 바닥에 사선으로 패인 총탄 흔적이 많이 있었다. 그 흔적을 연결해보니 공중에서 쐈다는 결론이 쉽게 나왔다. 총탄 자국은 1~2층이 아니고 주로 7~8층에 집중돼 있었다"는 진술이 나와 높은 곳에서의 사격 즉 헬기 사격을 추정케 하는 발언이 다수 나왔다.
moons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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