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완릉록 18-5 삿갓속의 삼천대천세계
또 어느 날 대사께서
외출하려고 할 때에 남전이 말하였다.
"이만큼 커다란 몸집에 조금 큰 삿갓을 쓰셨군!"
"삼천대천 세계가 모두 이 속에 들어 있습니다."
"이 남전의 대답이로다."
그러자 대사는 삿갓을 쓰고 곧 가버렸다.
********원오당 한소리********
[또 어느 날 대사께서 외출하려고 할 때 남전이 말하였다.
"이만큼 커다란 몸집에 조금 큰 삿갓을 쓰셨군!"
"삼천대천 세계가 모두 이 속에 들어 있습니다."
"이 남전의 대답이로다."]
여기서 또 남전스님과의 행적을 보면 황벽스님은 남전스님의 절에서 많은 시간을 같이 하시면서
법거량도 하고 여래선과 마조스님의 평상심시도(平常心是道)와
백장스님의 심즉불(心卽佛)같은 祖師禪인 직관적(直觀的) 직설(直說)을
많이 드러내 보이시고 있음을 알것이다.
황벽스님이 외출하려고 할 때 삿갓을 쓰고 있는 것을 보시고
남전스님이 왜 이런 말씀을 하실까?
[이만큼 커다란 몸집에 조금 큰 삿갓을 쓰셨군!] 이 말는
그냥 느낌 그대로를 표현했다.
몸집도 큰데 거기다 삿갓까지 크니 무슨 납승이 곁모습에 치중하시는가!
라고 하셨을 것이다.
그런데 황벽스님의 대답이 걸작이다.
[삼천대천 세계가 모두 이 속에 들어 있습니다]
몸짓이나 삿갓이 문제가 아니라 보이는 그대로 다 완벽한 것이며
이 삿갓이 곧 나의 본래모습이고 이 것으로 삼천대천 세계를 다 나툴 수 있다라고 하고 계신다.
이에 남전의 대답
[이 남전의 대답이로다]
이 무슨 말인가?
무슨 대답을 할 것이 있는가? 그렇다고 하니 그래 그렇구나 하실
남전스님이 아니니
'이 남전의 대답이로다' 라고 하시면서
바로 지금 보이는 그대로를 말하고 있을 뿐인데 무슨 그렇게 마음을 지어
장황설을 하시는가!라고 말씀하시는 것이다.
그러니 황벽스님은 이 직설적인 말을 다시 마음을 지어 대꾸한 것이 걸리지만
그래도 자기는 자기의 마음을 그냥 드러낸 것 밖엔 없으니
선문답한 것으로 알고 자리를 털고 일어나시어 껄 껄 웃으시며
[그러자 대사는 삿갓을 쓰고 곧 가버렸다.]여기서 그대들은 무엇을 알았는가?
남전스님이나 황벽스님이나 줄기는 하나이다.
마조스님의 제자이고 법손인 것이다.
그래서 다 스로를 너무나 잘안다. 한 문중이요 한 스승의 가지이니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완전한 부처행인 말과 행동을 드러낸 것이다. 그래서 배휴도 이 일화를 기억했다가
直觀과 直說을 보여 주신 것이다. ***본불본락(本佛本樂) 하옵소서! ()()()*** ***화엄동산에서 원오스님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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