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계발과 마음공부

자연스럽고 인간적인 것

장백산-1 2015. 3. 31. 14:50

 

 

 

자연스럽고 인간적인 것
 

◆ 지안스님  ( HOMEPAGE )  12-01 | VIEW : 1,112
 
 
 
 


    
“물소리는 밤중에 듣는 것이 좋고 山色은 夕陽에 보는 것이 좋다.”는 말처럼 보고 듣는 것도 적당한 타이밍이

있는가 보다. 晩秋의 서정이 山色 속에 느껴지더니 어느새 겨울의 문턱을 넘어 잎 진 나무 가지들이 허허로운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하루의 夕陽처럼 가을이 저물고 겨울이 다가오는 山의 모습을 석양 속에서 바라보았다.

어쩐지 無常하고 쓸쓸한 감회가 생기며 벌써 겨울을 알려 주는 山의 모습에 공연히 애틋한 연민 같은 것도

느껴진다.

 

흘러가는 강물의 어귀처럼 歲月에도 季節에도 어귀가 있어, 이 어귀에 맞춰진 타이밍이 저무는 석양에 산을

보면서 쓸쓸해져 보았다. 40여 년을 山居人을 자처하고 山에 살아 왔으면서도 또 山이 주는 뭉클한 서정에

관산청수(觀山聽水)의 산락(山樂)이 또 다른 이런 저런 회포로 번진다. 차라리 山에 푹 빠져 自然과 同化되고

싶어진다. 사람과 自然이 가장 친해질 수 있는 것은 역시 山 속에서 山을 보고 물소리를 들을 때가 아닌가

생각된다. 이 때의 瞬間을 가장 自然的이고 人間的이라고 표현해 보면 어떨까?

 

嚴密히 말하면 사람이 사는 것도 自然의 일일 텐데, 왜 現代에 와서는 사람과 自然이 멀어지고 있다는

말을 하고 있는 것일까? 지나친 人工의 文化가 素朴하고 純粹한 自然의 理致를 어기고 있기 때문인가?

自然에 있는 모든 것은 眞理 그 自體 그대로이며, 사람은 結局 自然으로부터 모든 것을 배우며 사는

것이다. 아무리 文明의 치장을 많이 하고 산다하여도 사람에게도 本來 가지고 있던 自然의 모습이

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生活이 不便하고 힘들 때나 虛榮과 사치가 지나칠 때가 사람이 自然을

거슬러 살아가는 것이된다. 自然에 대한 고마움과 사랑을 느끼지 못하는 매우 不自然스러운 삶이 自然을

거스르는 것이다.
 

“청산도 절로절로 녹수도 절로절로

 산절로 수절로 산수간에 나도 절로

 그중에 절로 생겨난 인생이니 늙기도 또절로 하리라.”

 靑山自然自然  綠水自然自然

 山自然水自然  山水間我亦自然
 已矣哉  自然生來人生  將自然自然老

 

조선조 중엽의 문인 김인후(金麟厚)가 지은 자연가(自然歌)라는 시조이다. 山水를 따라 절로 산다는

이 自然의 노래는 自然의 삶 속에 人間의 幸福이 있다는 것을 노래한 것 같기도 하다. 事實 自然이

없으면 사람의 幸福도 있을 수 없는 것일 것이다. 때문에 사람은 自然을 사랑하면서 幸福을 누려야

한다. 어쩌면 이 世上에 自然을 사랑하지 않고 사는 사람은 없을지 모른다. 그렇지만 自然을 사랑함은

自然스러워야 한다. 예를 들면 꽃을 꺾는 것과 같은 일방적으로 欲望을 채우려는 利己的  生覺으로

自然을 대하는 것은 純粹한 自然 사랑이 아니다. 自然 앞에서 나라는 아상(我相)을 세우고

내가 自然의 主人인 것처럼 生覺하는 것도 自然에 대한 실례요, 모독이다. 나와 自然이 同格이 되어

우아일여(宇我一如)의 意識의 境地 속으로 들어가야 自然과 내가 만나지는 것이다.

 

사람의 生活이 機械文明의 威力에 눌리고부터 自然스럽고 人間的인 純粹性이 사라지고 있다.

톱니바퀴가 서로 물고 물려서 돌아가는 것처럼 살아가는 現代社會의 文明이 자꾸 自然과 人間과의

거리를 멀어지게 하고 있는 것이다. 物質 生産에 바쁘기만 하여 時間에 쫓기면서 人工의 速度增加가

가장 우선시 되면서 자꾸 시계 바늘을 보아야 하는 바쁜 時代가 되었다. 産業의 發達이라는 미명아래

自然적이지 못하고 機械的으로 살아가는 사람 生活이 이제 自然에 대한 그리움마저 잃어버리게 할지도

모른다.


L.A.세네카는 이런 말을 하였다.  “착하게 산다는 것은 自然에 따라 사는 것이다.”

이 말을 반대로 말해보면 自然을 등지고 사는 것은 착하게 사는 것이 아니란 말이다.
 
自然的이라는 말이 假飾(가식)과 僞善(위선)이 없는 本來의 純粹한 모습을 가리키는 말이라면

自然的인 것이 가장 人間的인 것이라고 말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사람의 마음에 感動이 와 닿는

行爲를 人間的이라고 하는 경우도 있고 世俗的인 것을 멀리하는 것을 人間的이라 하는 경우도 있다.

 

도연명(陶淵明)은 詩를 지어 이렇게 말했다.

초막을 짓고 인가 근방에 살아도 거마(車馬)의 시끄러움을 모르겠더라.

그대에게 묻노니 어째서 그런가? 마음이 俗世에서 멀어지면 어디서 살 던 외딴 곳이요.

동쪽 울타리 밑에 핀 국화를 따다가 유연히 남산을 바라보니 山의 氣運은 아침저녁으로

아름답고 새들은 물물이 날아든다. 여기에 自然의 理致가 있으니 말하고자 하여도 말할 수가 없노라.”


지안 큰스님 글. 월간 반야 2010년 12월 121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