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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세상을 만들어 낼 것인가 나를 내 맡길 것인가

장백산-1 2016. 10. 12. 22:23

내가 세상을 만들어 낼 것인가 나를 내 맡길 것인가


그러면 이쯤에서 궁금한 게 있을 것입니다. 앞 장에서는 내 삶, 내 세상을 내 스스로 창조하라고 말했는데, 

이번에는 내가 어떤 창조적인 작업을 하기 보다는 나를 온전히 맡기라고 말한단 말입니다. 그럼 어떤 말이 

맞는 겁니까?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까요?


앞에서 설명한 一切唯心造, 즉 내가 스스로 세상을 창조하는 작업은 方便의 智慧이고, 本質的 根本的인 智

慧는 곧 나를 온전히 진리의 세계에 내맡기는 것입니다. 내가 스스로 세상을 창조한다는 말은 業力이라는 

굴레 속에서의 창조 작업이고, 나를 우주법계에 내맡김은 모든 전생을 통해서 짓고 쌓아논 내 業力의 울타

리를 뛰어넘는 일입니다. 또 내가 스스로 내 세상을 창조하는 작업은 내 스스로 무엇이 창조되기를 바라고, 

원하고, 의도하는 것이기 때문에, 좋고 싫음, 옳고 그름, 원하고 원하지 않음, 등의 둘로 나누어지기 쉬워요. 

의도한 바의 내 세상이 이루어질 수도 있고, 이루어지지 않을 수도 있을 때 나는 내가 원하는 세상 이루어

지기를 바라면서 내가 원하는 세상 즉, 結果에 執着하게 된다는 말입니다.


물론 나 스스로 내 세상을 창조하는 일을 행하면서, 즉 마음을 써서 무언가를 의도하고, 어떻게 되기를 바랄

지라도 그 결과에 대한 執着하는 마음 없이 그저 순수한 마음을 가질 수 있습니다. 그것은 그저 선호의 차이

입니다.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은 것이지만 나는 이 두 길 가운데 한 길을 선호한다는 것이죠. 그러나 어쨌든 

그 두가지 길 모두가 眞理라는 事實을 받아들일 수 있다면 내가 바라는 세상, 結果가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가지 않더라도 금방 그것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되겠죠.


이처럼 우선 내 스스로 내 삶을 창조하며 살지라도 내가 원하는 결과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아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금강경』에서 말하는 應無所住 而生其心(응무소주 이생기심) , 즉 어디에도 어느 것에도 

머무는 바 없는 마음 그런 마음을 일으켜서 쓰고 살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더 깊은 次元의 本質的인 智慧로 들어간다면 인간들은 모든 좋고 싫음, 삶과 죽음이라는 分別心을 

놓아 버리고, 모든 의도를 놓아 버리고, 모든 집착을 놓아 버리고,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은, 언제나 지금 

여기 이대로 本來부터 이미 完全한 宇宙法界의 完全한 性稟을 믿고 받아들이는 삶을 사는 것입니다. 나의

느낌 감정이, 생각 상상 이미지가, 의도 의지 욕망 욕구가, 내 알음알이(識) 지식 분별심 분별의식 지견 견

해 이해력이, 계획이 아무리 치밀하고 훌륭하다고 할지라도 이 宇宙法界, 眞理의 世界, 부처, 하느님, 진리

의 세계의 根源的인 계획보다 더 나을 수는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바로 그 事實을 굳게 믿고 나를 몽땅 진

리의 세계, 우주법계, 하나님, 부처에게 내맡기고 삶을 살아가는 겁니다.


그래서 첫 번째 내가 세상을 창조하는 작업에 비해 두 번째 나를 우주법계에 몽땅 내맡김의 길은 더없이 

완전한 깨달음으로 가는 첩경입니다. 아니, 내맡김 자체가 지금 이 순간 여기 이 자리의 完全性을 구현해 

가는 작업이 됩니다. 내가 세상을 창조하겠다는 생각에는 창조될지 말지에 대한 區分 分別이 있고, 원하고 

원하지 않는 좋아함 싫어함의 分別이 있지만, 나를 우주법계에 내맡김은 그 어떤 區分도 없고 分別도 없고, 

오직 본래부터 이미 완벽한 完全性만이 있습니다. 나를 우주법계에 내맡김에는 그 어떤 것도 필요하지 않

고, 그 어떤 것도 원하지 않는 겁니다. 내맡김의 길에서는 언제나 '지금 여기 이 순간 이 자리' 가 최상의 

자리가 됩니다. 지금 여기 이 순간 이 자리 말고 더 이상 무언가를 창조할 필요가 없어요. 어떤 것을 창조

해야지만 더 완전해지고, 더 행복해지는 것이 아니라, 지금 여기 이대로, 이 순간 이 자리 있는 이 모습 그

로 완전히 행복한 것입니다.


행복은 내가 원하는 모든 것을 내가 창조해 냈을 때 찾아오는 무엇이 아니라 지금 여기 이 순간 이 자리의

내가 원하는 모든 것이 本來부터 이미 완벽하게 창조되어 있다는 事實을 깨닫는 데서 옵니다. 내가 원하는 

모든 것을 몽땅 얻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본래부터 이미 완벽하게 자신이 지니고 있는 것이 바로 내가

원하는 그 모든 것이었다는 진실을 깨우쳐거 아는 것이 행복의 핵심입니다.


- 행복수업 중 창조할 것인가 내맡길 것인가-  법상 스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