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안종범 업무수첩’ 관련 증거 채택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 법률 대리인단의 이의신청을 기각했다. 1월19일 박 대통령 탄핵심판 7차 변론에서 주심 강일원 재판관은 “헌재가 채택한 증거는 안 전 수석의 업무수첩이 아니라 증언과 진술이다. 업무수첩 원본은 헌재에 제출되지 않은 만큼 위법 수집 문제는 형사재판에서 판단해야 한다”라고 기각 취지를 설명했다.
전날 대통령 법률 대리인단은 안 전 수석의 업무수첩 17권 가운데 11권에 대해 위법하게 압수됐다며 이의신청서를 냈다. 하지만 이날 강 재판관은 “수첩 압수는 외관상 적법 절차를 따랐기에 현 단계에서 위법 수집 증
|
ⓒ연합뉴스 헌법재판소에 출석하고 있는 안종범 전 수석. |
지난 1월16일 열린 5차 변론기일, 국회 탄핵소추위원단은 안 전 수석에게 이렇게 질문했다. “해당 수첩에 대통령의 지시 사항이 구체적으로 기재돼 있고, 경우에 따라 관련자 연락처도 쓰여 있고, 이는 박 대통령에게 직접 들은 내용을 그대로 요약해서 적고 나중에 추가된 내용은 없죠?” 안 전 수석은 “네”라고 대답했다. 다급해진 박 대통령 대리인단은 “해당 수첩에는 증인(안종범) 생각을 적을 수도 있고, 다른 사람 (생각을) 기재할 수도 있고, 모든 내용이 대통령 말씀은 아니죠?”라고 되물었다. 안 전 수석의 대답은 변함이 없었다. “대부분 박 대통령이 직접 불러준 걸 정리했다. 지시 사항이 아니더라도 (박 대통령이 내게) 알고 있으라고 말한 것을 적기도 했다. 불러주는 내용을 굉장히 빨리 말해 첨삭할 여유는 없었다.”
박 대통령 대리인단은 한 번 더 물었다. “대통령 스타일이 모든 걸 세세하게 적어주고(불러주고) 챙기고 그런 스타일인가?” 안 전 수석은 “맞다”고 답해버렸다. ‘아무리 그래도 재단 관련 사항까지 세세하게 관심을 보이는 건 이상하다고 여기지 않았냐’라며 박 대통령의 관련성을 최소화해보려는 대리인단 질문에 안 전 수석은 “통상 스타일이어서…(이상하다고 생각 안 했다)”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 대리인단이 업무수첩을 문제 삼을 때마다, 안 전 수석의 대답은 대리인단의 바람과 정반대로 나왔다.
안종범 전 수석, “첨삭할 여유는 없었다”
헌재에 출석한 안 전 수석은 국회 탄핵소추위원단의 업무수첩 내용을 묻는 질문에 답변을 회피하지 않았다. 업무수첩에는 단어만 암호처럼 나열된 부분이 많은데, 예를 들면 ‘현대차 30억+30억 60억, CJ 20~50억 30+30억’이라 쓰인 ‘7-24-15 VIP-①’ 메모에 대해 국회 탄핵소추위원단이 물었다. 이에 대해 안 전 수석은 “대기업 총수 개별 면담에서 정해진 출연금 액수였고, 대통령이 먼저 만난 현대차와 CJ가 30억원을 말해 다른 업체도 그에 준하기로 해서 이후 업체는 숫자를 쓰지 않았다”라고 말한 검찰 조사 때 진술을 확인해주었다. 박 대통령이 재단 출연을 명분으로 대기업 총수들에게 일괄적으로 액수까지 정해서 돈을 내라고 한 사실을 인정한 셈이다.
<시사IN>이 단독 입수한 ‘안종범 업무수첩’을 보더라도, 박 대통령의 깨알 지시가 기록되어 있다. 삼성을 비롯한 대기업 총수와의 독대 전후 지시부터 미르와 K스포츠재단 의혹이 불거지자 허위 진술·증거인멸 지시, 국정교과서 관련 지시 등이 꼼꼼하게 쓰여 있다(<시사IN> 제487호 커버스토리 전체 기사 참조).
헌재가 안종범 업무수첩 증거 채택에 대한 대통령 법률 대리인단의 이의신청을 기각하면서, 안종범 업무수첩은 박 대통령 탄핵심판의 ‘스모킹 건’으로 떠올랐다.
<저작권자 ⓒ 시사IN (http://www.sisai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