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출범

'눈물 글썽글썽' 문 대통령, 세월호 유족들에게 "늦었지만 사과드린다"

장백산-1 2017. 8. 16. 18:40

'눈물 글썽글썽' 문 대통령, 

세월호 유족들에게 "늦었지만 사과드린다"

입력 2017.08.16. 18:16



피해 가족 · 생존자 200여명 청와대 초청
"미수습자 마지막 한 분 찾아낼 때까지 최선" 약속

[한겨레]

문재인 대통령이 16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4·16 세월호 참사 피해자 가족 초청 간담회’에서 참석한 가족을 안아주며 위로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이렇게 (청와대에) 쉽게 들어올 수 있었는데, 아무것도 아니었는데… 3년이나 노숙하고 단식도 하고 그렇게 만나달라고 빌었습니다. 지금 그 응어리가 모두 터지는 것 같습니다.” 청와대 영빈관에 들어선 ‘유민 아빠’ 김영오 씨의 눈엔 끝내 눈물이 맺혔다.

문재인 대통령은 16일 낮 1시 반부터 110분간 청와대 영빈관에서 세월호 참사 피해 가족 및 생존자들을 만나 위로하고, “늦었지만 정부를 대표해서 머리 숙여 사과와 위로의 말씀 드린다”며 직접 사과했다. 이 자리엔 전명선 4·16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을 비롯해 207명의 피해자 가족들이 참석했다. 장하성 정책실장과 전병헌 정무수석, 하승창 사회혁신수석 등 청와대 관계자를 비롯해 ‘세월호 변호사’로 불렸던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경기 안산이 지역구인 전해철·김철민 민주당 의원도 참석했다.

이날 피해 가족들 앞에 선 문 대통령은 눈가와 코끝이 붉어진 채 10여초간 말을 시작하지 못했다. 떨리는 목소리로 “세월호를 늘 기억하고 있었다”고 말문을 연 문 대통령은 “미수습자들 수습이 끝나면 세월호 가족들을 청와대로 한번 모셔야지 했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려 수색작업을 하고 있는 중에 이렇게 모시게 됐다”고 말했다. 또 “마지막 한 분을 찾아낼 때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2기 설립을 지원하고, 철저하게 진실규명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특조위 2기가 설립되려면 국회의 특별법이 통과되어야 한다. 문 대통령은 “정부가 대응에 있어 무능하고 무책임했다. 국민들을 편 가르면서 유가족들에게 더 큰 상처를 안겨주었다. 당연한 책무인 진실규명마저 회피하고 가로막는 비정한 모습을 보였다”고 짚으며 “늦었지만 정부를 대표해 머리 숙여 사과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사과했다. 또 “오늘 여기까지 오기까지 너무나 많은 시간이 걸렸다. 늦게나마 마련된 이 자리가 여러분에게 위로가 되고 희망을 주는 자리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노란 옷을 입고 청와대 영빈관에 들어선 참석자들은 전체적으로 밝은 분위기였으나, 일부는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참석자들은 문 대통령의 발언이 이어지는 동안 애써 담담한 표정을 지으려고 노력했다. 아이를 잃은 한 어머니는 문 대통령에게 세월호 희생자 아이들의 사진을 담은 액자를 전달하다가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전명선 운영위원장은 “박근혜 정부가 불법 부당하게 자행한 수사방해와 은폐조작행위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그 어떤 영향도 받지 않는 강력한 법적 조사기구를 제대로 만들어달라. 2기 특별조사위원회를 재건해 달라”고 말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특조위 설립을 위한) 특별법이 국회에서 잘 통과될 것이라고 믿고, 또 (청와대도)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이밖에도 피해자 가족들은 △세월호 선체 수색 기한을 정하지 말고 수색해 줄 것 △세월호 선체를 보존해 안전교육관으로 활용 △희생자들의 명예회복과 안산 추모공원 건립 등을 부탁했다. 이날 세월호 참사 피해자 가족들은 안산에서부터 청와대 경호실 직원들의 안내를 받아 청와대가 제공한 차를 타고 이동했다. 박수현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가족들을 태운 차량은 지난 3년간 가족들이 가장 많은 눈물을 흘렸던 국회 앞과 광화문광장, 청운동사무소를 거쳐 왔으며, 청와대 출입은 일반 방문객들이 이용하는 출입문이 아닌 청와대 정문을 통해 들어왔다”고 전했다.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