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목 (裸木)
북서쪽에서 불어오는 찬 바람에
사람들은 한겹 두겹 두꺼운 옷을 꺼내 입을 때
나는 오히려 입고 있던 옷들을 하나 둘 벗어야만 했다
야속한 바람은 나더러 빨리 벗지 않는다고
내 몸을 마구마구 계속 흔들어 댔다
나는 이제 벌거벗은 몸으로
찬바람과 눈보라를 맞으며
긴 겨울을 견뎌내야만 한다
그러나 나는 늘 그렇게 살아왔지
찬바람과 눈보라의 추위에 떨면서도
내년 봄에 다시 입을
예쁜 옷감을 짤 실을 만들면서
묵묵히 그 긴 추운 겨울을 견디어 왔지
내 다시 내가 입을 옷의 실을 만들리라
추위에 시린 손 호 호 호 호 불며
늘 그랬듯이 한올 한올 실을 만들리라.
글 / 江月 이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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