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상스님의 날마다 해피엔딩

두 번째 화살을 맞지 말라

장백산-1 2014. 12. 25. 21:33

 

 

 

 

두 번째 화살을 맞지 말라   |불교방송 다시듣기

 

 

 

두 번째 화살을 맞지 말라

 

 

하루는 전부터 알고 지내던 젊은 신도님 내외분이 멀리서 모처럼 찾아오셨다. 평소 거사님께서 감기 몸살을

자주 앓고 계셨나 보다. 감기에 걸렸다 하면 집중이 안 되고, 몸도 아프고, 직장에서도 일의 능률이 안 오르고

해서 항상 고민이 많으셨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감기만 걸렸다 하면 괜히 더 짜증이 나고, 미리부터 할 일이

걱정도 되고, 감기 때문에 일어날 일들 때문에 미리부터 마음고생을 심하게 한다고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시다.

 

몇 번 그런 일을 겪다 보니 이제는 감기 증상이 오기 시작만 해도 의례껏 감기 몸살로 고생할 것이 걱정되어

마음이 축 쳐지고 답답하고 일도 잘 안 되고 마음이 그러다 보니 몸도 더 아픈 것 같더라고 한다. 그런 일이

반복되다 보니 이제는 감기 때문에 한 번 힘들고, 그로 인한 마음 고민 때문에 또 한 번 힘들게 되더라는 것이다.

 

感氣가 걸리면 감기 때문에 고생만 하면 되는데 미리부터 감기로 인한 파장을 걱정하여 마음고생을 하게

된다면 괜히 내 생각 스스로 또다른 괴로움을 만드는 꼴이 된다. 그것이 바로 '두 번째 화살'을 맞는 격이다.

그렇게 되면 감기가 걸리기는 했어도 어지간한 일쯤은 너끈히 할 수 있음에도, '감기 때문에 안돼'

 '감기 때문에 힘들거야' 라는 내가 만든 한 生覺 때문에, 더 일을 그르치고 만다. 몸이 좀 아프더라도

밝은마음, 또 긍정적인 마음으로 그 病을 잘 다독여 주고 사랑해 줘야 하는데 病에 대고 화를 내고

걱정을 일으키니 그 病이 더 아파지고 일도 더 안 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두 번째 화살이란?  [아함경]의 말씀으로, ‘어리석은 이나 智慧로운 이나 어떤 境界를 마주하면

좋거나 나쁘다는 느낌 生覺이 일어난다. 이 瞬間 어리석은 자는 그 生覺 感情에 포로가 되어 執着하지만

智慧로운 이는 그 生覺 感情이 일어나더라도 그것에 얽매여서 執着하지 않는다. 그래서 어리석은 사람은

두 번째 화살을 맞는다고 하고 지혜로운 이는 맞지 않는다고 한다.’는 내용이다. 病으로 첫 번째 화살을 맞고

病에 대한 觀念 槪念 相에 포로가 되어서 虛妄하게 괴로워함으로써 두 번째 화살을 또 맞는다는 뜻이다.

 

病이 난 건 그냥 病이 난 것 일 뿐! 그냥 그렇게만 받아들이면 되는데, 거기다가 온갖 解釋 分別을 갖다 붙이니

그 때부터 問題가 始作된다. '病이 나서 어떠 어떠 하다',  '어떠 할 것이다' 하고 또 다른 마음의 病을 갖다

포개는 것이다.

 

나 또한 한 동안 앓아누웠더니 느끼는 것이 있다. 몸이 성할 때는 그래서 이래저래 바쁘게 뛰어다니고

사람들과 어울려 있을 때 보다는, 오히려 몸이 좀 허하고 그래서 시름 시름 앓을 때 그 때가 오히려

나 自身의 本來 모습을 그리워하게 된다. 그 때 나 自身과 참으로 함께 마주하게도 되고, 몸 성할 때

묻어 두었던 存在 根源에 대한 물음도 던지게 된다.

 

그래서 神奇하게도 사람 몸이란,  너무 들뜨고 氣運이 甚하게 盛하다 싶을 때는 病苦로 잠시 아픔으로써

그 氣運을 눌러주기도 하고, 또 氣運이 너무 축 쳐져 있다 보면 새롭게 피어오르고 싶어 하는 그 어떤

새로운 삶의 力動性으로 充滿해 지기도 하는 것이다. 또 한동안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내적으로 쌓여있는

것이 많을 때는 그것이 감기 몸살 같은 病으로 바깥으로 풀려 나가 줌으로써 몸이 均衡을 이루기도 한다.

 

그래서 아픈 것이라도 반드시 나쁜 일인 것만은 아니고, 또 몸이 건강하다고 다 좋기만 한 것은 아니다.

성하다고 몸을 돌보지 않으면 훗날 더 큰 병으로 고생할 지 어찌 알겠는가. 그러니 그 자체는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아니다. 사람이 다만 生覺으로 病을 좋은 것으로 또는 나쁜 것으로 만들 뿐이다.

 

 

BBS 불교방송 라디오 '법상스님의 목탁소리'(평일 07:50~08:00) 방송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