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상스님의 날마다 해피엔딩

집착만 없으면 아무 일도 없다

장백산-1 2015. 9. 10. 12:42

 

 

 

집착만 없으면 아무 일도 없다

 

이 세상에는 본래 아무 일도 없다. 이런 저런 일이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이런 일 저런 일이 일어난다고

내가 錯覺하고 있는 것일 뿐이다. 괴로운 일이 진짜로 실체적으로 일어나고 있으며, 그로 인해 내가 괴

로워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저 내가 스스로 없는 것들을 붙잡아 괴로운 일을 만들어 냈고, 거기에

얽매여 괴로워하고 있는 것일 뿐이다.

커피·담배에 중독되는 것은 특정물에 집착이 만든 결과
본래 마음은 텅~비어 있기에 분별만 버리면 좋고 싫음 없어


커피, 술, 마약, 담배 같은 것에 중독이 되어 있는 사람이 이것을 끊으려고 하면 너무나도 힘이 들고 도저히

이겨낼 수 없을 것처럼 느끼곤 한다. 그런데 거기에 전혀 중독되어 있지 않은 사람이 보기에는 정말 아무

일도 아닌 것을 가지고 혼자서 집착해 좋아하면서 중독되고 그것에서 헤어 나오지 못해 안달하는 모습이

좀 우습게 보이기도 한다.

사실 모든 중독자는 애초에 중독자가 아니었다. 갓난아이들은 커피든, 술이든, 마약이며 담배든 그런 데

중독되어 있지 않다. 어느 순간 내 스스로 그것들에 執着해서 붙잡아 놓고는 그것 없으면 못 살겠다고

얽매이기 시작한 것이다. 우리는 담배를 피울 수도 있었고 피우지 않을 수도 있었다. 담배를 안 피우면

서도 전혀 아무렇지 않게 잘 사는 사람들이 많지 않은가. 담배는 단순한 선택사항이지 필수적인 것은

아니었다. 다만 내 스스로 담배에 執着하기 시작했고, 그 독특한 것에 매료되어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을

뿐인 것이다.

정말 이런 것들은 아무 것도 아니지 않은가. 커피나 술, 담배 같은 것은 그것 자체는 아무런 힘도 없다.

우리를 꼼짝 옭아맬 그 어떤 힘이나 기술도 없다. 그런데도 한번 중독되어 버리면 그것을 떨쳐 버리기가

그렇게 힘이 들 수가 없다. 아무것도 아니지만 나를 지배하는 강력한 힘을 지니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

힘은 내가 執着했기 때문에 내 쪽에서 준 것일 뿐이지, 그것 자체가 본래부터 가지고 있는 실질적인

힘이었던 것은 아니다.

세상 모든 일이 전부 이와 비슷하다. 우리가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모든 對相들이 사실은 이와 비슷하다.

내 스스로 어떤 한 가지 대상을 좋아하기 시작하고 나아가 愛着, 執着을 하게 되면서부터 그것 없으면

못 살 것이라고 스스로를 그 對相에 구속시키는 것이다. 한 사람을 사랑하게 되었을 때 그 없으면 죽을

것 같고, 그 사람 없으면 삶의 의미가 없다고 여기기도 하지 않는가.

어떤 한 사람은 그저 한 사람일 뿐이다. 그저 중립적인 한 존재일 뿐이지만, 내가 그 사람과 因緣을 맺으

면서 그 사람을 사랑하고 愛着하고 執着하기 시작하는 순간 그는 나에게 있어 意味 있는 存在가 되기

시작하는 것이다. 구속이 시작된 것이다. 괴로움이 시작된 것이다.

이처럼 좋아하고 싫어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이 세상에는 심각하고 복잡한 일들이 생겨나기 시작한 것

이다. 좋아하는 게 많은 사람일수록 執着과 拘束, 苦痛이 많을 수밖에 없다. 싫어하는 게 많은 사람

또한 마찬가지다.

根源에서 바라본다면 사실 本來 이 세상은 텅~비어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좋아하고 싫어하기

以前의 자리에서 이 세상을 바라본다면 이 세상에는 이런 저런 일이 本來부터 存在하지 않는다. 分別

心과 相을 일으키지 않으면 텅~빈 본바탕은 虛空처럼 밝은 것이다. 본바탕에는 좋은 것도 없고 나쁜

것도 어떤 分別이 없다. 하나같이 如如하고 텅~비어 있을 뿐이다. 이를 전심법요에서는 “이 마음은

맑고 밝아서 허공과 같아 한 점의 모양도

  
▲ 법상 스님

없으나, 마음으로 生覺을 일으키면 곧 法의 本體와 어긋나고 모양에 執着하는

것이다”라고 했다. 무언가를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 그 自體가 바로 모양에

執着하는 것이다. 생각으로 좋다 싫다는 相에 執着할 때 法의 本體와 어긋난다.

전심법요에서는 그래서 “본래 모양에 집착한 부처는 없다”고 했다.

우리가 執着을 시작하면서부터, 어떤 한 가지 대상을 좋아하거나 싫어하기 시작

하면서부터 내 스스로 수없이 많은 문제들을 만들어냈을 뿐인 것이다. 단순하다.

執着하기 以前, 分別心과 相을 내기 以前, 좋아하거나 싫어하기 以前으로 되돌아

갈 수만 있다면 이 世上에는 아무런 일도 없다. 本來佛이다.

                                    [1308호 / 2015년 9월 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