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문 대통령, 교황에게 남북정상회담 중재 요청
김성탁.정용수 입력 2017.05.23. 03:31 수정 2017.05.23. 06:19
대통령 친서 금명간 전달
교황, 미국 · 쿠바 화해도 개입
남북 제3국 중재 강조해와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 김정은과 정상회담 성사를 위해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중재를 요청하는 친서를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문재인 대통령의 교황청 특사인 김희중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의장 겸 광주대교구 교구장을 통해서다.
로마에 도착해 교황청 옆 호텔에 머물고 있는 김 대주교는 22일(현지시간) 본지와 만나 “23일이나 24일 교황을 알현해 남북 정상회담 중재를 요청하는 문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 대주교는 “미국과 쿠바가 오랜 갈등 관계에 있었을 때도 서로를 필요로 했다”며 2014년 미·쿠바 국교 정상화 당시 프란치스코 교황의 역할을 강조했다. 실제 2014년 12월 미국과 쿠바가 역사적인 관계 정상화를 할 때 중재한 게 프란치스코 교황이었다. 협상의 중심인 정치범들의 석방·교환 문제를 두고 양국이 합의를 못하고 있을 때 프란치스코 교황이 두 정상에게 보낸 편지가 꼬인 매듭을 푸는 데 결정적 기여를 했다는 것이다.
김 대주교는 “프란치스코 교황도 지난달 이집트 방문을 마치고 ‘북한 미사일 문제는 1년 넘게 계속돼 왔지만 이젠 상황이 지나치게 뜨거워진 것 같다’며 노르웨이 같은 제3국의 중재 역할을 강조했었다”며 “문 대통령은 이런 역할을 교황께 부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당시 바티칸으로 돌아가는 비행기에서 기자들과 만나 “북한 문제는 심지어 핵무기로 인한 대량 파괴 우려까지 커졌다”며 “이 문제는 외교적 해법과 협상을 통해 해결해야 하며 세계에는 수많은 협력자가 있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북한을 먼저 방문하겠다고 밝혔다가 국내외 논란이 일자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가 해결되는 상황을 봐가며 하겠다고 했다. 또 미국과 일본 등 주변국들에 사전 양해를 얻는 조건하에서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북한이 두 차례(14일과 21일) 미사일을 발사한 데 대해 문 대통령은 강력한 어조로 북한을 규탄하는 성명도 발표했다. 하지만 올 들어 8차례 탄도 미사일 도발을 한 북한에 대해 국제사회의 대북 응징 목소리가 커져 가고 있는 시점에서 신정부가 남북 정상회담을 추진하는 게 확인되면서 파장도 예상된다.
문 대통령이 미국이나 일본 등에 교황청을 통한 남북 정상회담 추진 계획을 사전에 알렸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 김희중 대주교 “북측서 과거에 교황 방북 주선 요청” 통일부 “민간교류 유연하게 검토” 특히 통일부는 미사일 도발 하루 뒤인 22일 정례브리핑에서 “현재 남북관계의 단절은 한반도의 안정 등을 고려할 때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한다”며 “민간교류 등 남북관계 주요 사안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틀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유연하게 검토해 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5·24조치 7주년을 앞두고 취한 첫 대북정책 전환 사례다. 5·24조치는 2010년 3월 26일 백령도 인근에서 작전 중 폭침된 천안함 사건의 배후가 북한으로 밝혀진 뒤 이명박 정부가 취한 제재로 ▶북한 선박의 남측 해역 운항 불허 ▶남북 교역 중단 ▶우리 국민의 방북 불허 ▶대북 신규 투자 금지 ▶대북 지원의 원칙적인 보류 등을 담고 있다. 특히 지난해 1월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박근혜 정부는 제재 차원에서 한국 국민의 제3국에서의 접촉도 불허했다.
김 대주교가 전달할 친서에는 남북 정상회담 중재와 함께 교황의 방북을 요청하는 내용도 포함됐을 수 있다. 김 대주교는 “과거 북한 측에서 교황의 방북을 주선해달라는 요청을 해온 적이 있다”고 소개했다.
앞서 1999년 김대중 정부는 그해 6월 연평도 인근에서 남북 해군 간 교전이 벌어졌음에도 불구하고 대북 정경 분리원칙을 추진했고 이듬해 6월 15일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남북 첫 정상회담을 했다.
로마=김성탁 특파원, 서울=정용수 기자 sunt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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