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대강 한반도대운하의 대재앙

4대강 찬성론자들 지금 생각은

장백산-1 2017. 6. 7. 11:54

주간경향

[표지 이야기]

4대강 찬성론자들 지금 생각은

입력 2017.06.07. 10:19 수정 2017.06.07. 10:23


ㆍ연구자들 중에는 개선 필요 의견도… 공직과 관련 인사들은 더욱 몸 사려

2009년 11월 환경단체와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4대강 비리수첩 제작단’은 ‘4대강 찬동인사 명단’을 발표했다. 이들은 이명박 정부가 추진한 4대강 사업이 수해 예방과 수자원 확보, 그리고 수질개선이라는 취지와는 달리 환경을 파괴하며 수질을 도리어 악화시켰다고 주장하며 당시 4대강 사업에 적극 찬동한 각계 인사들의 명단을 작성해 공표했다. 이어 구성된 4대강 인명록 편찬위원회는 꾸준히 명단을 업데이트했다. 2013년 2월 인명록 최종 확정발표 명단에 오른 인물은 267명이었다.

인명록에서 S급 인사로 분류된 10인에는 이명박 전 대통령을 비롯해 권도엽 전 국토해양부 장관, 이재오 전 의원, 김건호 전 한국수자원공사 사장, 심명필 전 4대강추진본부장, 박석순 전 국립환경과학원장 등이 포함됐다. 이들을 비롯한 A급 168명, B급 89명의 4대강 찬성론자들은 4대강 사업이 한창이던 이명박 정부 시기를 지나서도 꾸준히 4대강 사업을 옹호하고 필요성을 주장한 점을 들어 명단에 포함됐다. 이미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4대강 사업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가 세 차례나 있었지만 4대강 찬성론자들의 입장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국내 40여개 환경단체로 구성된 한국환경회의 대표자들이 5월 24일 서울 종로구 감사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4대강 사업에 대한 공익감사를 요구하고 있다. / 김기남 기자

“잘 살펴보지 않아 대답하기 어렵다”

그리고 5월 22일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로 4대강 사업에 대한 네 번째 감사가 실시될 것이라는 소식이 알려졌다. 수질 악화가 심한 곳을 중심으로 보를 개방해 방류량을 늘리는 대책도 적극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정권교체에 따라 일어나고 있는 4대강 사업을 둘러싼 변화의 조짐을 찬성론자들은 어떻게 느끼고 있을까. “그 문제에 대해선 제가 아직 정보를 확인하지 못한 측면이 있어 뭐라 답변하기 곤란할 것 같다.” 4대강 인명록의 S급 명단에도 오른 심명필 전 4대강추진본부장의 말이다. 심 전 본부장은 현 정부가 들어서기 전까지만 해도 4대강 사업의 필요성을 강력하고 일관되게 주장한 연구자였다.

4대강추진본부장을 역임한 뒤 다시 인하대 교수로 돌아가 현재는 명예교수가 된 심 전 본부장은 4대강 사업이 완료된 후에도 4대강 사업에 후한 점수를 준 바 있다. 심 전 본부장은 2015년 11월 28일자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4대강 사업이 “시간이 지날수록 높은 평가를 받을 것이라는 점은 확신한다”며 “이미 치수 효과는 몇 년 동안 꾸준히 입증됐다. 물을 활용하는 ‘이수(利水)’에도 효과가 있다는 점이 입증됐다”고 말했다. 그 2년 전인 2013년 1월 25일 <한겨레>에 실린 4대강 반대론자 박창근 관동대 교수와의 대담에서도 직전에 발표된 감사원 감사 결과에 대해 “국민에게 괜한 불안을 심어줄 수 있는 과장된 표현과 함께 부풀려진 측면이 있다”며 기존 주장을 굽히지 않은 바 있다.

비록 현재 명예교수로 연구 일선에서는 물러난 상황이지만 수질이 악화된 유역의 보를 개방하는 문제에 대해 “잘 살펴보지 않아서 대답하기 어렵다”고 즉답을 피한 것은 이전까지의 태도와는 크게 다르다. 심 전 본부장은 위의 <한겨레> 대담에서 “첫 번째 목적은 수자원 확보이고, 두 번째로 수질개선에도 도움이 된다고 한 것”이라며 “수질이라는 게 꼭 (녹조와 같은) 조류만 따지는 건 아니지 않나? 생화학적산소요구량(BOD)의 경우 목표치를 초과 달성했다”고 자신있게 답했다.

종전의 입장을 과거처럼 강하게 주장하지 않고 ‘노 코멘트’로 입장을 밝힌 것은 심 전 본부장만은 아니었다. 2008년 6월부터 2013년 5월까지 국토연구원 원장으로 재직했던 박양호 창원시정연구원 원장도 4대강 사업에 대한 현재의 입장을 묻는 질문에 “지금 공직에 있어서 입장을 밝히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박 원장은 역시 공직인 국토연구원장으로 있던 2010년 6월 23일 <파이낸셜뉴스> 기고를 통해 “4대강 살리기는 또한 국민복지정책이다. 4대강 살리기를 통해 가시화될 깨끗한 물이 풍부하게 흐르고 재해를 방지할 수 있는 강 자체가 복지자산”이라며 4대강 사업을 적극 옹호한 바 있다.

4대강 사업을 적극 찬성했던 입장을 변함없이 유지하고 있는 인사들도 적지 않았다. 조원철 연세대 사회환경시스템공학부 명예교수는 4대강 사업을 설계하고 시공하는 등의 과정에서 단기간에 졸속적으로 공사가 진행된 면은 없지 않지만, 현재 있는 보를 통해 충분한 수자원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4대강 사업이 꼭 필요한 사업이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조 교수는 “녹조현상 같은 수질오염 문제 때문에 보를 없애거나 전면 개방한다는 식의 대처를 내리고 있는데, 오염의 주원인인 농업비료와 축산폐수, 생활하수 등에 대한 대책이 없이 애꿎은 보만 탓하는 것은 수질개선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적극 찬성 입장 변함없는 인사들도

조 교수도 현재 4대강에 만들어진 보를 비롯한 치수시설 건설, 그리고 준설작업과 하천정비 사업 등에서 당초 4대강 사업으로 기대할 수 있었던 효과를 거두지 못하게 졸속행정이 이어진 데 대해서는 지금이라도 감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4대강 사업으로 확보한 농업용수가 방류되면서 수위가 낮아지면 즉각 물 부족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면서 현 정부 들어 시행되고 있는 보 개방 대책에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조 교수는 “이미 큰 돈을 들여 만들어둔 보를 잘 활용하면서 장기간에 걸쳐 수질을 개선해 가야 하건만 녹조를 없앤다는 명분 하나로 순식간에 정책방향을 확 틀고 있다”며 정부 대책을 비판했다.

4대강 사업에 찬성했던 연구자들 가운데는 그동안 나타난 사업의 예상치 못한 문제점을 보며 개선점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보태고 있는 인사들도 있다. 특히 현재 가장 두드러지게 문제가 되고 있는 낙동강 중류 등지의 녹조현상이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로 지목되고 있다. 이명박 정부에서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원장을 역임한 박태주 부산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4대강 사업 자체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주장을 굽히지 않으면서도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수질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보를 개방해 강물을 흐르게 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 교수는 “낙동강 상류 쪽은 아직 수질이 괜찮지만 중류의 문제가 되는 지점들 주변의 보는 현재 정부가 내린 지침대로 개방하는 것이 적합하다”면서 현재와 같은 오염이 4대강 사업의 문제가 아니냐는 지적에는 “수질이 악화되고 녹조현상이 과도해진 것은 사업 이전에는 예측하기 어려웠던 문제”라고 답했다.

4대강 찬성론자들 가운데서도 특히 전·현직으로 공직과 관련을 맺고 있는 인사들은 현 정부의 감사가 다가오고 있다는 점을 의식한 듯 한층 더 몸을 사리는 모양새였다. 청와대는 이번 4대강 사업 정책감사가 사업 시행과정에서의 명백한 잘못에 대해서만 초점을 맞춘다는 점을 강조하며 정치보복으로 해석될 여지를 차단하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감사의 주요 대상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인물들의 입장은 다르다. 이명박 정부에서 1100여명에 달하는 공무원과 관계 공기업 직원, 학계·언론계 인사 등이 4대강 사업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되는 근거로 훈·포장을 받은 사실도 이번 감사 영역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의 한 관계자는 “당시 4대강 사업과 직접 관련 있던 일부 공무원들 중 현재는 자리를 떠났어도 긴장하고 있다는 소식은 여지없이 들려온다”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anarq@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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