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계발과 마음공부

지혜는 신체적 특징과 전혀 무관하다

장백산-1 2018. 1. 3. 02:03

강병균의 수학자가 본 금강경 46. 몸은 마음을 담을 수 없다  <끝>

지혜는 신체적 특징과 전혀 무관하다

 

약이색견아  이음성구아  시인행사도  불능견여래

若以色見我  以音聲求我  是人行邪道  不能見如來.


32상으로 성인 여부를 판단하는 시도는 손을 보고 문장력 판단하는 격

루게릭 병에 얼굴 뒤틀린 스티븐 호킹 박사 인류 최고 과학자 평가받아


사람들은 특이한 신체적 특징으로 사람을 평가하려 한다. 유가(儒家)에서 사람을 평가하는 기준을 신언서판(身言書判)이라 했다. 일단 풍몸의 채를 보고, 말, 글, 판단 분별력을 본다. 옛사람들은 그 당시 아직 유전자(DNA)의 존재를 몰랐기에 육체적 특징이 정신적 능력과 무관하다는 사실을 몰랐다. 


서양인들의 파란 눈은 신비해 보이지만 그게 다이다. 파란 눈이라고 해서 더 잘 보는 것도 아니고 더 시력의 성능이 좋은 것도 아니다. 오히려 갈색의 몽고인 눈이 훨씬 시력이 좋다. 몽고인의 시력이 무려 4.0이나 된다.


눈에 눈동자가 둘 있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들은 기형이 아니라 특별한 운명이나 재능이 있는 이로 여겨졌다. 다른 건 다 같고 단순히 눈동자 색깔만 다른 까만 염소, 까만 콩, 까만 깨에 영험한 약효가 있다고 간주했다. 알비노(albino) 현상에 지나지 않는 하얀 사슴, 하얀 말, 하얀 호랑이를 신성시했다.


이런 고대인들의 소박한 생각이 반영된 것이 32상이다. 32상을 다 갖춘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의 모습은 기괴한 형상이다. 고대(古代)의  인도(印度) 사람들 생각으로는 각자(覺者, 깨달은 자)는 32상(32가지 모습)을 갖추었다고 믿었다. 그래서 고대의 인도인들은 서로 자기 교주가 32상을 갖추었다고 주장했다. 자이나교는 교주(敎主) 마하비라도 32상을 갖추었다고 주장하는데, 그가 평생을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벌거벗고 살았기에, 그의 나체 석상(石像)은 그의 신체적 특징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손가락과 발가락에는 물갈퀴가 달려있으며, 팔은 길어 무릎 밑으로 내려간다. 손바닥과 발바닥에는 천 개의 바퀴살이 달린 바퀴문양이 있다. 혀는 길어서 이마에 닿는다. 목소리는 범천의 목소리와 같다. 미간에 흰 털이 하나 나 있다. 앞머리에는 육계가 하나 솟아있다. 하나의 텅 구멍에는 하나의 털이 나 있고, 털은 오른쪽으로 소용돌이치는 곱슬머리 모양이다. 이빨은 40개나 되고 송곳니는 네 개 다 유달리 희다. 몸에서는 황금빛이 난다. 어깨는 둥글어 각이 지지 않았다. 성기는 몸속에 숨어있다.


신체적 특징으로 성인을 인식하려는 시도는 어리석은 일이다. 갖고 있는 골프채나 바둑판으로 골프선수나 바둑기사의 실력을 가늠하려는 것처럼 미련한 짓이다.


심오한 지혜는 신체적 특징으로 드러나는 것이 아니다. 뇌의 형태로도 해골모양으로도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잘 보관되어 있는 아인슈타인의 뇌는 일반인들의 뇌와 특이한 점이 전무하다.) 한때 과학 대접을 받았던 골상학(骨象學)은 사이비 학문으로 전락했다. 얼굴 모양 역시 허망하기는 마찬가지다. 예외로 가득한 관상학은 미신(迷信)이다. 손금을 보는 수상학(手相學)은 맞으면 좋고 틀려도 그만인 심심풀이 오락 수준이다.


깊은 지혜(智慧)는 어렵고 힘든 위기를 통해 드러나고, 상황에 대한 대처를 통해 드러나고, 문답과 토론을 통해 드러난다. 심오한 지혜를 드러내는 수단은 실행(實行)이다. 육체(肉體)의 건강(健康)은 육체(肉體)를 통해 드러나지만, 정신(精神)의 건강(健康)은 정신(精神) 씀씀이, 즉 마음 씀씀이를 통해 드러난다.


근육수축 질병인 루게릭병에 걸린 스티븐 호킹 박사의 얼굴이 일그러지고 온몸이 등나무 줄기처럼 뒤틀린 모습에서는, 그 어디에서도 그가 인류역사상 최고의 천체우주과학자라는 사실을 찾아볼 수 없다. 이처럼 몸(肉體)과 마음(精神)은 서로 따로 논다. 성질은 때로 얼굴에 나타나는 수도 있지만, 지능(知能)과 지성(知性)은 좀처럼 얼굴에 나타나지 않는다.


그래서 도덕경(도덕경)에서는 ‘대지약우(大智若愚, 지혜로운 사람은 조금 모자란 것 같다)’라고 말한다. 세상에서 말하는 ‘현자약우(賢者若愚, 현명한 사람은 약간 모자란듯 하다)’와 같은 말이다. 관세음보살(觀世音菩薩)이, 동남 동녀 천인 용 야차 아수라 건달바 마후라가 등 32가지로 여러 가지의 몸을 나투어 중생을 구제한다'는 말은 사람 마음속에 품은 (중생구제라는 이타적인) 드높은 원력(願力)은 사람의 생김새와는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실제로 자선사업을 하는 수많은 사람들에게서 공통된 신체적 특징은 찾을 수 없다.


강병균 포항공대 수학과 교수 bgkang@postech.ac.kr

 

[1421호 / 2017년 12월 2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