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대강 한반도대운하의 대재앙

"4대강 왜 했는지 의문.. 과학자로서 납득 안돼"

장백산-1 2019. 3. 28. 00:33

"4대강 왜 했는지 의문.. 과학자로서 납득 안돼"

여주 | 배문규 기자 입력 2019. 03. 27. 06:00 수정 2019.03.27. 07:23



[경향신문] 

ㆍ강천보 찾은 국내외 전문가
ㆍ강 복원의 열쇠는 지천, 회복 위한 모래 공급처
ㆍ수문개방 필요성엔 공감…“이 정도로 파헤쳐진 강, 스스로 회복은 어려워”


우리강 자연성 회복을 위한 국제 심포지엄’ 참석을 위해 방한한 맷 콘돌프 UC버클리대 환경계획학과 교수(오른쪽에서 두번째)가 26일 여주 강천보를 방문해 환경단체 관계자들과 이야기하고 있다. 이상훈 선임기자 doolee@kyunghyang.com

“사실 오늘도 왜 ‘4대강사업’을 했는지 의문은 풀지 못했습니다. 당초 제시된 사업 목표도 과학자로서 납득이 안됩니다.”

26일 나라 안팎의 하천 전문가들이 경기 여주시의 강천보를 찾았다. 대규모 토건사업으로 망가진 4대강의 자연성을 어떠한 방식으로 회복할지 논의하기 위해서다. 한강에는 남한강 상류의 강천보에서 여주보, 이포보로 이어지는 3개 보가 있다. 그중 충주댐과 팔당댐의 중간에 있는 강천보는 길이 440m 콘크리트 구조물로 강을 막았다.

맷 콘돌프 UC버클리대 환경계획학과 교수는 4대강사업이 한창일 때부터 한국을 찾았지만, 완공 후 7년이 지난 현재도 사업의 필요성을 납득하지 못했다. 애초에 한강은 물을 쓰는데도, 수질에도 별문제는 없었으며 보에서 만드는 전기는 전체 발전 비중의 1%에도 못 미친다. ‘4대강 살리기’라는 구호가 무색하게 ‘녹조 라떼’를 발생시켰다.

쓰루 쇼코 일본 구마모토 자연협회장이 공사 전 모래톱이 드러난 사진과 현재 강물만 흐르는 모습을 비교하며 안타까워했다. 지난해 이포보 수문을 열어 자연성 회복의 가능성을 확인했지만, 나머지 보들은 아직 문을 열어보지 못했다. 주변에 OB맥주, SK하이닉스 등 강물을 끌어다쓰는 대형 공장들이 있어 취수구 조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강천보 주변에서 너른 모래톱을 볼 수 있다. 청미천이 남한강으로 합쳐지는 도리섬 인근이다. 물가로 다가가니 강물이 포말을 만들며 밀려들었다 물러나고, 모래 알갱이가 이리저리 움직였다. 작은 움직임이지만 매시간 강은 변하고 있다.

“강 복원의 열쇠는 여기 지천에 있습니다. 남한강의 기반암인 화강암이 침식되면서 모래가 생기고, 파헤쳐진 강을 회복시키는 모래 공급원이 될 수 있는 것이죠.” 박재현 인제대 토목공학과 교수의 설명에 콘돌프 교수도 “강 복원의 첫 단계가 될 것”이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신재은 환경운동연합 생태보존국장이 손에 작은 들풀을 들고 자연의 회복력을 확인한 사례를 설명했다. “이 풀은 한국에만 사는 ‘단양쑥부쟁이’인데 현재는 한강 상류에만 남은 멸종위기종입니다. 4대강사업으로 주변 서식지가 사라져서 안타까워했는데 최근 준설토를 쌓아 놓은 곳에서 단양쑥부쟁이가 자라난 것을 확인했어요. 준설토가 씨앗창고 역할을 한 것이죠.”

보의 자연성 회복이라는 방향성에는 동의하면서도 방안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일부에선 사업 이후 부작용에 대해서도 부인한다. ‘녹조가 해롭지 않고, 비료로도 활용이 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최근 나왔다. 콘돌프 교수는 “조류의 다목적 활용은 낯선 주장이다. 애초에 비료를 만드는 더 좋은 방법들이 있는데 굳이 독성까지 있는 녹조를 활용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며 웃음을 터뜨렸다.

전문가들은 강물의 정체 현상을 막고, 자연성 회복의 가능성을 살펴보기 위한 수문 개방이 우선 필요할 것으로 봤다. 하지만 근본적 대책은 아니라고 했다. “강바닥을 파서 보를 만들고, 강을 저수지로 만드는 것 자체가 강의 자연성 회복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이 정도로 강을 파낸 상황에서 스스로 강이 회복되길 기대하는 건 비현실적입니다. 자연성 회복을 위한 폭넓은 논의가 시작되어야 합니다.”

여주 | 배문규 기자 sobbell@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