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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에 연기법(緣起法) 실천

장백산-1 2021. 6. 2. 13:27

생활 속에 연기법(緣起法) 실천   -  법상스님


불교 사상의 기본은 연기법(緣起法)이라고 합니다. 연기법(緣起法)은 단순히 사상(思想)으로만 그치는 허울좋은 관념(觀念) 또는 개념(槪念)이 아닙니다. 연기법(緣起法) 거기에는 철저한 생활 속 실천이 뒤따라야 합니다. 생활 속에서 실천이 뒤따르지 않는 연기법(緣起法)은 죽은 사상(思想)일 뿐이지 살아 숨쉬는 생생한 진리(眞理)라고 할 수 없습니다.

불자(佛子)는 연기법(緣起法)을 확신하는 사람이라고 말해도 좋을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 주위엔 겉보기에만 불자(佛子)인 척 하는 사람이 참 많은 듯 합니다. 우리는 사람들이 대부분 혼자 있을 때와 여럿이 함께 모여 있을 때 다른 행동을 보이는 경우를 많이 봅니다. 여럿이 있을 때는 참 좋은 사람처럼 보이는 사람도 남들이 보지 않을 때는 쉽게 '전혀 다른 사람'으로 변하는 사람이 우리 주위엔 얼마나 많던가요...

법우님들과 함께 차를 타고 운전을 할 때면 참 조심스레 천천히 운전을 하다가도 혼자 차를 몰게 되면 금새 거리의 무법자가 되어 다른 차를 모는 운전자를 당황케 하는 경우를 저 또한 관찰하게 됩니다. 그러면서 연기법(緣起法)도 모르는 사람이 무슨 법사(法師)인가? 하고 스스로 되묻곤 한답니다. 진정 연기법(緣起法)을 아는 사람은 생활 속에서 연기법(緣起法)을 실천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 

첫째로 생활 속에서 연기법(緣起法)을 실천하는 사람은 인과(因果)를 굳게 믿는 사람입니다.

내 생각 내 말 내 행동을 남이 보지 않는다고 내가 지은 생각 말 행동에 따르는 인과(因果)가 사라져 없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다른 사람이 보고 있을 때는 상대에게 욕을 먹고 나서 상대에게 나쁜 인상을 심어 줌으로써 그에 따르는 어느 정도의 과보(果報)를 내가 받으면 되는 것이지만 나 혼자 있을 때라면 그 과보(果報) 그대로를 훗날 모두 받아야 합니다.

우주법계의 인과(因果 : 원인과 결과)는 어느 하나 예외가 없습니다. 우주법계의 인과(因果)는 우주법계에 그대로 저장이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정말 무시무시하게 무서운 것은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 아니라 우주법계의 인과(因果)라는 냉철한 진리(眞理)입니다. 다른 사람에게 잘 못 보이면 다음 번에 잘 보이게 되면 그만이지만 내가 생각으로 말로 행동으로 지어논 업장(業障)은 영원히 지워 버릴 수가 없습니다.

신구의 삼업(身口意 三業 : 몸 말 생각으로 지은 행위)으로 지은 모든 업(행위)이 그대로 나에게 되돌아 오는 것입니다. 몸으로 짓고, 입으로 짓고, 무심코 지은 미세한 생각까지도 철저히 그대로 내가 받아야 할 업(행위)들입니다.

인과(因果)의 이치를 확실하게 믿는 사람은 언제든 어느 곳에서든, 다른 사람이 있든 없든, 늘 맑고 향기로운 말과 행동과 생각을 해야 합니다. 1년 365일, 하루 24시간, 매순간순간 어느 한 순간에도 정신이 활짝 깨어있어야 합니다. 내가 살아가는 일상의 순간 순간을 하나도 빼놓지 않고 모든 사람들에게 활짝 열어 공개할 수 있겠습니까. 그만큼 순수한 삶을 살아 간다고 확신할 수 있는가요.

모든 사람들은 이미 인과(因果)라는 우주법계(宇宙法界)의 이치(理致)에 삶의 일거수 일투족을 그대로 노출하며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분명하게 알아야 합니다. 또 모든 사람들에게 나의 삶을 그대로 보일 수 있을 만큼 투명하게 살아가야 합니다.

두번째로 생활 속에서 연기법(緣起法)을 실천하는 사람은 연기(緣起)의 이치를 믿는 사람입니다. 연기(緣起)의 이치를 믿는사람은 항상 감사하는 삶, 회향하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내가 먹는 쌀 한 톨에 담긴 우주법계의 은혜(恩惠)를 깊이 생각해 보셨나요? 쌀 한 톨에 담겨있는 농부의 은혜, 농부를 낳아주신 부모님 그리고 또 그 부모님의 은혜, 그렇게 시작되어 무량한 시간(時間)을 거슬러 올라가는 역사 속의 모든 조상, 모든 존재의 무한한 은혜, 곡괭이의 은혜, 비료의 은혜, 비료 공장 모든 노동자들의 은혜, 땅의 은혜, 태양의 은혜, 비와 바람의 은혜 그렇게 시작되어 무량한 공간(空間)을 향기롭게 감싸고 있는 이 모든 무한한 은혜를 깊이 생각해 보셨나요...

모든 사람들은 일상을 살아가며 작고 하찮은 일에서도 시공(時空)을 초월한 우주법계의 무한한 은혜에 날마다 감사하며 살아야 합니다. 아니 매 순간 순간을 감사하며 살아야 합니다. 새벽 눈을 뜨면서부터 감사하는 연기(緣起)의 실천은 시작됩니다. 아침을 깨워주는 자명종의 은혜, 누워 자게 해준 침대의 은혜, 맑은 아침공기의 은혜, 샤워를 할 수 있게 해 주는 물의 은혜, 비누의 은혜, 샴푸의은혜, 아침 밥상에 올라온 모든 음식물의 은혜, 그리고 그 속에 녹아든 온 우주법계의 밝고 넓은 은혜...

이렇게 이 세상엔, 이 우주법계에는 너무나도 너무나도 감사할 것들 뿐입니다. 이런 긍정의 명상을 통해 우린 나를 살려주고 있는 세상의 무한한 은혜에 소스라치게 놀라기도 할 것입니다. 이 모두가 무한한 참생명 비로자나불, 청정법신불의 나툼임을 알아야 합니다. 그렇기에 시공을 초월하여 일체의 모든 존재는 결코 둘이 아닌 '전체로서의 하나'입니다. 한마음 한생명이 인연(因緣) 따라 나타나 있는 것일 뿐입니다. 모든 존재는 무아(無我 : 고정된 실체가 없음)이며 동시에 전체아(全體我)인 것입니다.

이런 무한히 감사한 세상을 향해, 나와 둘이 아닌 일체의 참생명을 향해, 무한한 생명력으로 나를 살려주고 있는 우주법계를 향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오직 모든 존재를 위한 회향(回向)뿐입니다. 날마다 회향해야 합니다. 대상을 가리지 않고 회향해야 합니다. 언제 어디서나 누구에게나 회향할 줄 알아야 합니다.

연기법(緣起法)을 믿는 수행자는 언제나 어디서나 회향할 꺼리를 찾아 눈을 돌립니다. 누군가에게 무엇을 받았기에 회향하고 보시하는 것이 아니라 인연(因緣) 따라 모든 생명들이, 모든 존재들이 나를 살려주고 있다는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하고 회향하며 보시하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모든 생명 모든 존재에게 감사하고 회향하는 다른 이유가 없습니다. 지금 이 순간 여기 이 자리에 내가 살아 있음이 그저 이유라면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