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상스님의 날마다 해피엔딩

지금 여기 눈앞에 있는 이대로의 세상이 전부입니다.

장백산-1 2023. 12. 31. 14:38

지금 여기 눈앞에 있는 이대로의 세상이 전부입니다.


이 세상을 꿈에 비유하는 것에서 한 발짝 앞으로 더 나아가 보기로 하죠. 지난밤 꾸었던 꿈 속에는 나도 , 다른 사람들도 , 세상도, 온갖 일들도 다 있었습니다. 꿈을 꾸고 있던 동안 사람들 그 꿈 속에 등장하는 '나'라는 인물을 진짜 '나'라고 굳게 믿으며 살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사실 그 꿈은 꿈꾸는 자가 꾸는 하나의 꿈이었을 뿐이지, 실재로 있던 무언가가 아닙니다. 즉, 꿈 속에 등장했던 '나'라는 인물이 진짜 나가 아니라, 꿈 전체가 그대로 '나'입니다. 꿈 속에 등장하는 나,많은 사람들, 우주, 자연, 빌딩, 온갖 사연들 그 모든 것들이 '진정한 나'인 것이지요. 그래서 이를 허공성(虛空性)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하는데, 진정한 나는 이 몸이 아니라 허공 전체가 그대로 한마음, 즉 부처, 깨달음이라는 말입니다. 그래서 이것을 일러 화엄경에서는 부처 중생 마음은 곧 하나다(心佛及衆生 是三無差別)라고 했습니다.

꿈 속에 등장했던 사람들이 사실은 전부 다 개별적 존재가 아니라 꿈꾸는 자인 하나의 부처였으며, 따로 따로 개개인의 마음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꿈꾸는 의식 하나 밖에 없었던 겁니다. 이와같이 '진정한 나'는 나와 이 세상의 수많은 사람들과 하늘과 바람과 구름과 별과 우주와 일체 모든 존재, 삼라만상 전부를 이렇게 만들어낸 '무엇'입니다. 꿈꾸는 자가 꿈 속 세상을 진짜인 것처럼 만들어냈듯이,  '이 무엇' 하나가 이 세상 전부를 만들어 낸 것이지요. 이것이 곧 화엄경에서 말하는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입니다. 그러니, 어떻게 이 몸과 마음만을 나라고 규정할 수 있겠습니까?

마음을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육체, 생각, 느낌, 의지, 의식이라는 오온을 진짜 나라고 여겨서는 안 됩니다. 이 사실을 강조하는 것이 반야심경에서 말하는 오온개공(五蘊皆空 ; 육체, 느낌, 생각, 의지, 의식은 실체가 없는 허망한 것입니다. 그렇다고 꿈꾸는 자라고 하는 참나라고 하는 그 무엇이 따로 있다는 말도 아닙니다.

꿈은 어디까지나 하나의 비유일 뿐이죠. 그저 지금 여기 눈앞에 있는 이대로가 전부입니다. 지금 매 순간 이러할 뿐이지요.
지금 여기 있는 이대로의 진실만이 언제나 항상합니다.

글쓴이 : 법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