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장악 카르텔]⑦ 노조 혐오, 골프 접대, 징계 남발…KBS 이사 7명의 민낯
윤석열 정권의 언론장악 기도가 끝없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이진숙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임명 강행과 공영방송 이사진 교체는 그 정점에 있습니다. 뉴스타파와 미디어오늘, 시사인, 오마이뉴스, 한겨레 등 5개 언론사는 각 사 울타리를 넘어 진행하는 ‘진실 프로젝트’ 첫 기획으로, 현 정부의 언론장악 실태를 추적하는 ‘언론장악 카르텔’ 시리즈를 함께 취재 보도합니다. <편집자주>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이 임명 이틀 만에 KBS와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 13명을 한꺼번에 선임했다.
언론장악 공동취재팀은 새로 임명된 공영방송 이사들을 검증해 연속 보도하고 있다. 취재팀 보도 이후에도 SNS를 통해 장애인 등을 향한 각종 혐오 발언을 쏟아내고 있는 ‘스폰서 검사’ 출신 임무영 방문진 이사가 대표적이다. 이사 지원서 경력 사항에 허위 이력을 기재한 김동률 방문진 이사도 있다.
신임 방문진 이사 6명에 대한 검증에 이어 취재팀은 KBS 새 이사 7명도 검증했다.
현재 KBS 이사회에 소속된 서기석 이사장과 권순범 이사는 연임하게 됐다. 허엽 영상물등급위원회 부위원장과 황성욱 전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 상임위원, 이인철 변호사, 류현순 전 한국정책방송원장, 이건 여성신문사 부사장 등 5명이 새로 임명됐다.
언론장악 공동취재팀, KBS 이사 7명 검증
바른언론시민행동 출신 허엽 “정파적인 민노총 언론노조가 똬리 틀어”
동아일보 기자 출신인 허엽 이사는 이사 선임 직전까지 바른언론시민행동 사무총장이었다. 바른언론시민행동은 2023년 2월 출범해 자체 모니터단과 시민 모니터단, 인터넷 매체 ‘트루스가디언’을 운영하고 있다. 허엽 이사는 사무총장 재직 시절 여러 토론회와 세미나에서 “가짜뉴스 발굴과 팩트 체크 활동하는 단체”라고 바른언론시민행동을 소개했다.
허엽 신임 KBS 이사의 경력을 기재해 놓은 영상물등급위원회 홈페이지 화면
바른언론시민행동은 출범 이후 공정언론국민연대(공언련)와 함께 대부분의 공개 행사를 진행했다. 지난해 5월과 12월에 공동 개최한 ‘가짜뉴스 발표 기자회견’이 대표적이다. 기자회견에서 규정한 가짜뉴스에는 2022년 3월 뉴스타파의 ‘김만배-신학림 녹음 파일’ 기사 등 현 정부에 비판적인 보도들이 포함됐다. 지난해 7월 후쿠시마 원전 오염 처리수 긴급 토론회, 같은 해 9월 가짜뉴스 근절 입법 청원 긴급 공청회에는 바른언론시민행동과 공언련, 국민의힘까지 힘을 모았다.
허 이사는 지난해 7월 19일 ‘후쿠시마 원전 오염 처리수 긴급 토론회’에서 한겨레신문과 경향신문을 가짜뉴스 매체라고 주장했다. “핵 공포와 반일 감정을 합성해 오염수 방류 문제와 관련한 괴담을 받아서 확대 재생산하는 스피커 역할을 했다”고 했다. 지난해 9월 19일 가짜뉴스 근절 입법 청원 긴급 공청회 때 허 이사는 이렇게 말했다.
“군소 매체가 의혹을 제기하면 동조하는 매체들이 이를 반복해 보도한다. 민주언론시민연합과 좌파 매체의 협업이 일어나게 된다. 아주 잘못된, 조작된 가짜뉴스가 논란으로 변형된다. 이게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수법이다.”
올해 참석한 행사에서도 허 이사는 공영방송과 언론노조에 대한 반감도 드러냈다. 지난 5월 29일 미디어미래비전포럼이 개최한 세미나에 토론자로 참석한 허 이사는 “지상파 방송이 사회적으로 공인받지 못하는 배경에는 정파적인 민주노총 언론노조가 똬리를 틀고 있다”고 했다. 또 “‘공영방송 무용론’에 직면한 KBS, MBC 등이 시대착오적 정파성을 벗어나지 못하면 사회적 자산 가치를 잃어버릴 것”이라고 했다.
‘방심위원장 직무대행’ 황성욱, 청부 민원 신속 심의?
류희림 방심위원장이 위원장으로 호선된 건 지난해 9월 8일이다. 정연주 전 방심위원장이 해촉된 8월 18일부터 이날까지 위원장은 공석이었다. 이때 직무대행을 한 게 황성욱 당시 상임위원이었다.
황 이사가 위원장 직무대행이었던 9월 4일부터 8일까지 접수된 ‘청부 의심’ 민원은 200여 건에 달한다. 이중 뉴스타파 인용 보도 등 ‘부산저축은행 수사 무마 의혹’을 보도한 방송사 프로그램 39건이 신속 심의 안건이 됐다. 지난달 2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전체 회의 현안 질의에 증인으로 출석한 류희림 위원장은 이 39건에 대한 조치를 “자신이 한 적 없다”고 말했다.
지난달 2일 국회 과방위 전체 회의에 참석한 류희림 방심위원장 (출처 : 미디어오늘)
이날 이정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류 위원장에게 “취임 후 몇 건의 신속 심의를 했냐”고 묻자, 류 위원장은 “제가 심의한 건 28건이다. 황성욱 위원장 직무대행 때 (신속 심의 안건이) 39건"이라고 답했다. 류 위원장이 언급한 28건은 그가 위원장이 된 9월 8일 이후 생긴 신속 심의 안건만 센 것이다.
그러나 방심위에 접수된 ‘청부 의심’ 민원은 지난해 9월 4일부터 접수됐다. 류 위원장의 지인과 가족 등 거의 대부분이 류 위원장 주변 인물들이었다.
‘류희림 오른팔’부터 정치 지망생, 업추비 초과 집행까지
황성욱 이사는 2020년 4기 방심위 보궐위원으로 위촉돼 5기에도 연임했다. 류희림 위원장과 함께 방심위 내 유일한 상임위원이었다. 공언련, TV조선 등을 선방위 추천 단체로 선정한 것도 이 두 사람이다.
2023년 9월, 황 이사는 방심위원장 직무대행 자격으로 뉴스타파의 ‘김만배-신학림 녹음 파일’ 기사를 인용 보도한 데 대한 긴급 심의 결정을 주도했다. 당시 허연회 위원이 긴급 심의를 제안하자 황 이사는 민원 들어온 게 있는지 물었고, 사무처를 통해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 뒤 위원 표결을 강행했다.
야권 쪽 위원들은 류희림 위원장의 가족 등이 제기한 이 민원 표결에 불참했고, 이후 의결 정족수 논란이 일었다. 황 이사는 “위원장 권한으로 제가 단독 부의를 한 것이라 (뉴스타파 긴급심의는) 의결 대상이 아니었다”고 말을 바꿨다.
황성욱 신임 KBS 이사. (출처 : 한겨레신문)
황 이사는 마약과 성매매 광고 등 불법성이 뚜렷한 정보를 주로 심의하던 방심위 통신심의소위원회(통신소위)에서 사상 처음 인터넷 언론(뉴스타파)을 심의한 당사자(통신소위원장)이기도 하다. “인터넷 언론을 통신소위에서 심의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안팎의 지적에도 ‘가짜뉴스’를 주장하며 심의를 강행하다 결국 아무 조치도 내리지 못했다. 서울시에 법률 검토를 요청했다.
방심위원 위촉 당시 언론노조는 황성욱 위원을 “정치 지망생”이라고 비판했다. 황 이사는 2016년 박근혜 당시 대통령의 탄핵 심판 대리인으로 이름을 올렸다. 2017년에는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혁신위원으로 활동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정무 특보로 활동했고 2020년 21대 총선에서 미래한국당(국민의힘 전신) 비례대표로 출마했으나 공천 심사에서 탈락했다.
황 이사는 업무추진비를 초과 집행한 방심위원이란 지적도 받는다. 2023년 방통위 회계검사 보고서에 따르면, 황 이사는 업무추진비 초과 집행 사례가 24건으로 가장 많았다. 정연주 방심위원장은 13건, 이광복 부위원장은 9건이었다. 그러나 이 보고서를 근거로 정 위원장과 이 부위원장 두 사람만 해촉됐다. 더불어민주당은 “표적 감사였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한 셈”이라고 반발했었다.
이인철 “MBC, 노조 사유물 아냐” “방송 4법, 공영방송을 언론노조에 양도하는 법안”
이인철 이사는 공언련 발기인 중 한 명이다. 바른언론시민행동 법률지원단과 자유미디어국민행동의 운영위원으로도 활동했다. 극우 성향 매체로 분류되는 ‘뉴데일리’ 10주년 행사 때는 ‘축하해주신 분들’ 명단에도 이름이 올랐다.
이인철 이사는 ‘방송 4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방송통신위원회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거칠게 비판해왔다. 방송 4법을 “국민에 대한 배임, 공영방송을 언론노조에 양도하는 법안”이라고 주장했다.
지난달 18일 김기현·김장겸 국민의힘 의원과 자유언론국민연합이 주최한 ‘방송장악대폭로 및 방송영구장악 3+1법 폐기 그리고 공영방송의 미래’ 토론회에서 이인철 이사는 방송4법에 대해 “공영방송의 관리·감독 권한을 포기하는 민주당 법안은 국민에 대한 배임 행위”라고 말했다. 방통위 전체회의의 상임위원 참여 요건을 규정한 방송위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입법으로 행정을 정지시키고 행정권에 간여해 헌법상의 삼권분립 원칙을 훼손하는 위헌적인 법률"이라고 말했다.
이인철 이사는 공언련과 바른언론시민행동 등 이른바 ‘민주당 공영방송 영구장악 악법저지 공동투쟁위’가 지난 6월 18일 개최한 세미나에 토론 발제자로 참여해 “민주당의 개정법안은 정부의 방송 정상화 정책을 무효화하고 공영방송 이사진을 새로 구성하여 2026년 지방선거, 2027년 대선을 유리하게 치르려는 정치적 의도”라며 “공영방송을 언론노조에 양도하는 공영방송 불하(拂下) 법안이며 민주당은 거버넌스 논의를 포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이사는 과거 방문진 이사를 지낸 바 있다. 방문진 이사 재직 당시 언론 장악의 핵심 당사자로 지목된 MBC 간부들을 비호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2016년 1월, 당시 박성제 기자와 최승호 PD를 ‘증거 없이 해고했다’는 이른바 ‘백종문 녹취록’이 알려졌다. 부당 해고 여부가 핵심인 해당 사건을 논의해야 할 이사회에서 이 이사는 “소맥(소주와 맥주) 섞은 것 같은데”라면서 대수롭지 않은 반응을 보였다. 방문진은 2016년 2월부터 6월까지 이 사안을 여러 차례 논의했으나, 결국 ‘문제없음’ 결론을 내렸다. 당시 방문진 이사회는 2016년 MBC 경영진의 ‘노조 불법 사찰'로 알려진 ‘트로이컷’ 사건에 대해서도 ‘책임 없음’이라고 면죄부를 줬다.
이 이사는 2017년 9월 당시 MBC 노조 파업도 강도 높게 비판했었다. 월간조선 보도(2017년 9월)에 따르면, 이 이사는 “언론노조(언론노조 MBC본부)는 적폐 청산과 정상화가 파업의 이유라고 주장하지만, 이는 내세우는 구실에 불과하다”면서 “이런 구실을 내세우며 정권의 눈에 들고자 언론노조가 앞장서는 것은 방송의 독립은 내던지고 정권을 위한 방송으로 나서면서 국민을 이기겠다는 것처럼 들린다”고 했다. 체포영장이 발부됐던 김장겸 사장에 대해서도 이 이사는 “김 사장은 물러나지 않는다. MBC는 노조의 사유물이 아니다. 노조에 국민의 방송을 넘길 수 없다”고 했다.
2017년 제작 거부 피케팅을 하는 언론노조 MBC본부. 앞줄 왼쪽에서 네 번째 피켓 속 인물이 당시 이인철 방문진 이사다 (출처 : 월간조선)
2014년 9월 세월호 유가족이 대리 기사를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한 뒤, 이인철 이사는 차기환 변호사 등과 ‘행복한 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을 만들어 대리기사 법률 지원에 나섰다. 이 이사와 차 변호사 등 5명의 법률가는 사건 초기 ‘행복한 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행변) 창립준비위원회’ 명의로 낸 공동 입장문에서 “(경찰이) 시비의 발단이 된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김현을 입건하지 않았다”면서 경찰 수사를 압박했다. 김현 의원은 이후 폭행 혐의로 기소됐지만 1심과 2심 모두 무죄 선고를 받았다. 법원은 “김 의원이 폭행에 가담했거나 지시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 이사는 문재인 정부 시절 ‘가짜뉴스’ 문제와 관련 “정부의 신뢰 회복”을 강조한 바 있다. 2018년 11월 미디어연대 토론회에서 문재인 정부의 가짜뉴스 대응책을 두고 “가짜뉴스의 개념을 명확하게 정의하지 못하고 있다”, “가짜 뉴스 또는 허위 정보라는 용어가 규제를 위한 프레임”이라고 비판했다. “문제의 발단이 정부 비판의 유튜브 방송이었다면 정부 비판의 이유인 정부의 신뢰 회복에서 문제 해결을 시도해야 한다. 정부가 할 일은 문건을 만들어 대책을 논할 것이 아니라 신뢰의 회복에 힘을 기울이는 것”이라고도 했다.
지난 3월 12일 ‘4.10 총선과 딥페이크 가짜뉴스 근절 방안’ 심포지엄에 참석한 이인철 이사 (출처 : 트루스가디언)
하지만 이인철 이사의 입장은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뒤 180도 바뀐다. ‘정부의 신뢰 회복’보다는 ‘규제 강화’를 주장하고 나섰다. 이 이사는 지난 3월 ‘4.10 총선과 딥페이크 가짜뉴스 근절 방안’ 심포지엄에서 이렇게 말했다.
“선거 관련 가짜 뉴스에 대한 시각 정립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선거의 자유, 표현의 자유를 어떻게 규제할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언론의 가짜 뉴스에 대한 배상액이 현실적이지 않다, 법원에서 위자료 액수와 관련해서는 좀 개정이 되지 않을까 싶다.”
“낙하산 박민 체제 탄생 일등공신” 서기석 · 권순범 이사
“12회 이사회에 이어 연임하게 된 서기석 이사와 권순범 이사는 KBS 파괴를 자행하는 낙하산 박민 체제 탄생의 일등공신이다.”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의 KBS 이사 선임을 두고 전국언론노조 KBS본부가 이달 1일 발표한 성명서에 들어 있는 문장이다.
지난해 10월 13일 서기석 이사장이 이끄는 KBS 이사회는 권순범 이사를 포함한 여권 추천 이사들의 과반 찬성표로 박민 사장 후보자의 임명 제청안을 통과시켰다. 이날 임시이사회에서 야권 추천 이사들 중심으로 “사장 후보자를 재공모하는 방안도 논의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는 지난해 9월 20일 이사회에서 의결된 ‘제26대 한국방송공사 사장 임명 제청 절차에 관한 규칙’에 따른 것이다.
그런데도 서기석 이사장은 “후보자 한 분이 남은 경우 이사회 결의를 거쳐 재공모할 수 있다는 조항을 (사장 임명 제청 규칙에) 뒀다”고 스스로 인정하면서도, 바로 박민 후보자에 대한 표결을 진행했다. 이미 박민 사장 임명 9일 전 임시이사회에서 사장 후보자에 대한 투표가 이뤄졌으나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았던 상황. 하지만 서 이사장은 최재훈 후보와 박민 후보에 대한 결선 투표를 진행하지 않았다.
서기석 KBS 이사장 (출처 : 경향신문)
언론노조 KBS본부가 서 이사장을 상대로 경찰에 낸 고발장에 따르면, 서 이사장은 이날 저녁 8시쯤 “이틀 뒤 회의를 속개하겠다”면서 돌연 ‘휴회’를 선언하고 퇴장했다. 그 뒤 최재훈 후보가 사퇴하자 곧장 박민 후보의 임명 제청을 추진했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지난해 10월 17일 서 이사장의 사퇴를 촉구하며 업무방해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경찰은 이후 혐의가 없다고 보고 불송치를 결정했다. 야권 추천 몫 이사들이 이사장 해임 결의안도 제출했지만, 찬반 투표를 거쳐 결의안은 부결됐다.
‘삼성 관리 판사’로 불린 서기석 이사장…“골프 ‘땜빵’으로 간 것”
삼성 관리 판사. 헌법재판관 후보자로 인사청문회를 받던 2013년부터 서기석 이사장에게 따라다니는 별명이다. 삼성 출신으로 삼성의 각종 비리를 알렸던 김용철 변호사의 책 <삼성을 생각한다>에서 서 이사장이 다음과 같이 언급된 내용 때문이다.
“안양 베네스트 골프장에서 함께 골프 친 판사 중에 서기석이 기억에 남는다. 2002년께 몇몇 검사들과 서기석 판사, 황백(현 제일모직 사장) 등이 나와 함께 골프를 쳤다. 훗날 서기석은 내 양심고백을 계기로 열린 삼성 비리 사건 2심 재판을 맡아서, 삼성에 면죄부를 줬다. 황백은 사장이 됐다.”
- 김용철 저 <삼성을 생각한다> 초판본(2010년) 175쪽 중
한마디로, 서기석 판사가 황백 제일모직 사장의 관리를 받는 ‘삼성 관리 판사’라는 것. 이와 관련 서기석 이사는 “친구 중에 황백이라는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가 임원이 될 때 삼성에서는 관리해야 되는 사람을 써 내는 게 있다고 했다. 그래서 나와 김기원 교수를 썼다고 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8월 23일 임시이사회에 이사장 후보로 나왔을 때 발언이다.
삼성 측과 골프를 쳤다는 책 내용에 대해서는 “황백하고 같이 친 것도 아니고, 나는 그냥 이른바 땜빵으로 간 거다”라고 해명했다. (참고로, 책 ‘삼성을 생각한다’ 6쇄본부터 ‘황백과 함께 골프를 쳤다’는 내용은 빠졌다.)
책 <삼성을 생각한다> 표지 (출처 : 교보문고 홈페이지)
서울고법 부장판사 시절 서기석 이사장은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의 항소심에서 무죄를 판결한 적이 있다. 경영권 불법 승계 논란으로 불거진 에버랜드 전환사채(CB) 편법증여,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BW) 저가 발행 혐의에 죄가 없다고 본 것이다. 이후 대법원은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 저가 발행 부분에 대해 원심을 파기했다. 파기환송심에서 다시 유죄가 확정됐다.
공동취재팀은 박민 사장에 대한 ‘졸속’ 선임과 ‘삼성 관리 판사’라는 논란에 대한 입장을 듣기 위해 서기석 이사장에게 연락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권순범 이사 “KBS 대선 방송 불공정” “공언련은 전문가 단체”
“지난 대선 때 KBS 방송이 공정했나? 저는 공정하지 못했다는 입장에 한 표를 던진다. 사장께서도 특별감사를 요청한다든가 그럴 계획은 없으신지 말씀 듣고 싶다.”
지난 2월 14일 임시이사회에서 권순범 이사는 박민 사장에게
이렇게 물었다. “특별감사든 그런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는 박 사장 답변도 얻어냈다.
지난해 4월 21일 자유언론국민연합과 새미래포럼, 윤두현 국민의힘 의원이 주최한 ‘공영방송 정상화 : 좌표와 전략’ 토론회에 참석한 권순범 이사 (출처 : 미디어오늘)
공동취재팀이 확보한 권 이사의 KBS 이사 지원서(국민 의견 수렴용 지원서)에는 지원 동기 항목에 “지난 몇 년 동안 (KBS의) 불공정 방송에 대한 시비가 그 선을 넘어서고 방만 무능 경영으로 국민의 질타를 받았던 것이 현실”이라고 적혀 있다.
또 “이사회가 특정 정치세력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는 비판을 일부에서라도 받지는 않았는지 생각하게 된다”고 지원서 직무 수행 계획 항목에 썼다. 이사회가 정파성을 띨지 우려된다는 것인데, 이런 권 이사의 KBS 이사회 활동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는 이렇다.
지난해 5월 17일 임시이사회에서 ‘KBS 경영평가보고서 2차 수정안이 경영평가 지침에 부합하는지 여부’를 가려야 한다는 안건이 올라왔다. 보고서 작성에 참여한 경영평가위원이었던 김백 공정언론국민연대 초대 이사장(현재 YTN 사장)이 보도 불공정 문제를 지적하며 공언련의 모니터링 보고서를 인용한 게 문제가 된 것이다.
지난해 논란이 됐던 2022 사업연도 경영평가 보고서 (출처 : KBS)
조숙현 이사가 “공언련은 전문가 단체가 아니어서 경영평가 지침에 어긋난다”는 취지로 해당 안건을 상정했고 과반 찬성표를 얻어 최종 채택됐다. 그러나 권 이사는 “(공언련을) 전문가 단체로 저는 인정한다”며 이사회장을 퇴장해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다.
서기석 이사장이 KBS 이사장 후보로 나온 지난해 8월 23일 이사회에서는 서 이사장을 보호하는 듯한 발언을 해 비판을 받았다. 이상요 이사가 수신료 분리 징수에 관한 생각을 서 이사장에게 묻자, 권 이사는 “단독 추천된 이사장에게 던지는 질문보다는 사장을 포함한 집행기관에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받아쳤다. “동료 이사의 질의에 프레임을 갖고 가는 것은 적절치 않다” 등의 반발이 이어졌다.
이사 면접 때 “대기업 골프 접대” 시인했지만, 연임까지 성공
권순범 이사는 KBS 이사회에 처음 들어온 2021년에 골프 접대 논란이 있었다. KBS 기자였던 2011년에 보도본부장이었던 고대영 전 KBS 사장과 골프 접대를 받았다고 시인한 것이다. 당시 방송통신위원회가 이사 후보자 면접 답변을 공개하며 확인된 사실이다.
2021년 9월 공개된 권순범 이사의 면접 답변 일부 (출처 : 언론노조 KBS본부)
그해 나온 언론노조 KBS본부 성명과 언론 보도 등에 따르면, 권 이사는 7월 2일 경기도 남양주에 있는 현대자동차그룹 소유 골프장에서 고대영 당시 보도본부장 등과 함께 현대자동차 홍보 담당자들로부터 골프 접대를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부정 청탁, 청렴과 관련한 KBS 윤리강령과 취업규칙 조항을 위반한 것이다. 면접 과정에서 이 사실을 실토했음에도 권 이사는 KBS 이사가 됐고 연임까지 하게 됐다. 이에 대한 입장을 권 이사에게 들으려고 했으나 답은 없었다.
‘길환영 사장 체제’ KBS 부사장 류현순 “제작·인사에 부당 개입 안 해”
류현순 이사도 권순범 이사처럼 KBS 출신이다. ‘길환영 사장 체제’에서 정책기획본부장을 거쳐 방송 담당 부사장으로 영전했다. 길 사장은 이명박 대통령 대선 캠프 출신 사장이었던 전임 김인규 사장 아래서 부사장을 지내다 사장에 올랐으나 1년 7개월여 만에 보도 개입 의혹이 불거지면서 해임됐다. 2014년 5월 김시곤 당시 보도국장은 사퇴 기자회견과 언론 인터뷰에서 길 사장이 “사사건건 보도에 개입했다”고 폭로했다. 이후 양대 노조 총파업과 제작 거부 등 내부 구성원의 반발이 이어졌고 KBS 이사회는 6월 길 사장 해임 제청안을 가결했다. 길 사장은 해임 처분 취소소송을 냈으나 2016년 대법원에서 최종 패소했다.
부사장으로 길환영 체제를 보좌한 류 이사 역시 제작 독립성 침해 논란에 연루됐다. 2013년 9월에는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사건을 다룬 ‘추적60분’ 방송의 편집에 개입한 사측 간부로 지목됐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황우섭 당시 심의실장을 중심으로 시사제작국장, 부사장 등이 모여 담당 부장에게 방송 수정을 지시했고, 그 결과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 인터뷰,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소속 황필규 변호사 인터뷰 장면 등이 삭제된 채 방송됐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류 부사장이 “이 모든 불법행위를 용인하여 제작에 개입했다”고 했다. 또한 2014년 3월에는 제작 자율성 침해 문제를 다루는 노사 협의체인 공정방송위원회의 파행을 방조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KBS 첫 여성 부사장을 지낸 류현순 KBS 이사 (출처 : 연합뉴스)
길 사장이 해임된 뒤 류 이사는 사장 직무대행을 맡는 한편 신임 사장 자리에 도전했으나 공모 단계부터 내부 구성원의 반대에 부딪혔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당시 KBS 사장 지원자 30명 중 류 이사를 포함한 8명을 “정치적 독립과 거리가 먼 인물”이라며 부적격자로 선정해 공표했다. 당시 KBS노동조합 역시 류 이사 등 최종 사장 후보 6명을 가리켜 “누구도 사장이 될 자격이 없다”며 반대한 바 있다.
류 이사는 KBS 부사장 시절 제작 개입 논란과 공영방송 이사 자격 논란에 관한 공동취재팀 질의에 “(길환영 체제에서) 저는 일만 했다. 어떤 인사나 제작에도 부당하게 개입한 사실이 없다. 진실과미래위원회 조사에서도 관여한 바 없다는 것을 인정 받았다. 그때나 지금이나 저는 정치적인 것에 휘둘리지 않고 일만 할 것”이라고 답했다.
‘언론장악 공동취재팀’은 이진숙 방통위원장이 임명한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코바코) 사장과 시청자미디어재단 이사장에 대해서도 검증할 예정이다. 새로 뽑힐 EBS 이사진과 KBS 시청자 위원들 역시 활동했던 단체들과 행적 등을 분석해 보도할 계획이다.
언론장악 공동취재팀 : 박상희 박종화 연다혜(이상 뉴스타파) 박재령(미디어오늘) 문상현(시사IN) 신상호(오마이뉴스) 박강수(한겨레신문)
뉴스타파 박상희 sacha@newstap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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