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년 건국이라면 100년 넘은 한미수교는 뭐가 되나
외교부는 이미 대한제국-독일 간 조약 인정…"대한제국 정통성 승계"
구한말 체결된 한미‧한불수교 등과도 모순…외교적으로 곤란해질 수도
05년 국적법 개정안 심사 때 "대한제국-대한민국 계속성 인정이 다수설"
건국절 논란의 여진이 계속되는 가운데 대한민국이 1948년 8월 15일 건국됐다고 하는 뉴라이트 쪽 주장의 모순과 허점에 대한 지적이 잇달아 나오고 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19일 페이스북에 "임시정부를 망명정부로 인정하지 않으면 해방 후 우리보다 먼저 정부를 세운 북한에 대해 민족사의 정통성 문제를 어떻게 설명할 것인지 논란도 일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임정의 법통을 이어받은 정부가 민족사의 정통성이 있는 정부가 아닌가요"라고 되물은 뒤 "굳이 건국절을 할려면 임정 수립일인 1919.4.11로 하고 1945.8.15은 지금처럼 해방된 광복절로 하는 게 어떤지요. 그렇게 되면 1948.8.15은 정부수립일로 하는 게 맞겠지요"라고 다.
검사 출신이자 여당 대선후보급 중진의 발언이라는 점에서 여권 내 무게감이 실린다. 그는 "부질없는 논쟁은 이제 그만 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이종찬 광복회장의 아들이자 윤석열 대통령의 죽마고우인 이철우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날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48년 건국설의 모순을 국적법 전문가의 시각으로 짚었다.
이철우 교수는 "대한제국은 이미 근대 국제질서에 편입되어 다자조약도 체결한 국가다. 그 조약의 효력이 계속됨을 1986년 대한민국 외교부가 확인했다. 그 국가가 1919년에 이름을 바꾸고 민주공화국을 선포한 것이지 새로 건국된 것이 아니다"고 밝혔다.
실제로 독일 정부는 1981년 6월 대한제국이 1910년 국권 상실 이전에 체결한 '병원선에 관한 협약' '육전에 관한 법 및 관습에 관한 협약' 등 3개 협약의 효력을 우리 정부에 문의했다.
이에 정부는 '대한민국 정부가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정부로서 대한제국의 정통성을 승계하여 왔으며, 관련 국제기구도 일관되게 대한제국과 대한민국을 법적 동일체로 인정하여 왔음을 감안'해 1986년 7월 이들 조약에 대한 효력을 인정했다.
초대주미공사관원 일행. 국립고궁박물관 제공
같은 맥락에서 볼 때 48년 건국을 공식화하게 되면 외교적으로도 곤란한 상황이 벌어지게 된다.
19세기 서구 열강이자 현재도 주요 강대국인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등과의 수교 역사를 재정립해야 한다. 이들 나라와 수교한 지는 100년이 훌쩍 넘는다.
일례로 미국과는 1882년 조미수호통상조약을 체결했다. 미국은 1905년 을사늑약 체결 후 공관 철수와 함께 대한제국에 대한 국가 승인을 취소했고 일제 식민통치와 미 군정을 거친 뒤 1948년 국교를 복원했다.
하지만 양국 정부는 2022년 수교 140주년 행사를 개최하는 등 대한제국 때 조미수호통상조약을 공식 인정하고 있다.
이는 영국(1883년)이나 독일(1883년), 프랑스(1886년 수교) 등과 관계와도 비슷하다. 만약 '건국' 시점을 1948년으로 기산한다면 수교 역사에 40년(일제, 미군정) 가량의 공백이 생긴다는 점에서 일대 혼란이 불가피해진다.
뉴라이트 성향 논란에 휩싸인 김형석 신임 독립기념관장이 12일 오후 서울 용산구 서울지방보훈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발언을 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
김형석 독립기념관장의 '일제시대 일본 국적' 발언도 1910년 한일병합조약을 불법이자 무효로 규정한 정부 입장에 반하는 것임은 물론, 그 연장선상에서 48년 건국설의 반대 논리로 이어진다.
2005년 8월 발의된 국적법 개정안(일제시대 해외 순국한 독립운동가들에게 대한민국 국적을 부여)은 긍정적 취지에도 불구하고 폐기됐다.
당시 국회 검토보고서는 "국제법상 대한제국으로부터 대한민국에 이르는 국가의 계속성이 인정된다고 보는 것이 다수설"이라는 등의 근거로 "대상자들은 이미 우리 국민"이라며 법 개정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1948. 7. 17. 국가가 새로이 창설된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이라는 국호를 사용하면서 민주공화국의 형태를 가진 국가(정부)가 출범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7. 17은 헌법 제정일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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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홍제표 기자 enter@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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