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의 밤, 사라진 이장우 대전시장의 11시간…“집사람과 밤새워”
이장우 대전시장이 ‘12·3 내란사태’가 일어난 지난 3일 밤부터 다음날 아침까지 아예 시청사에 나와보지도 않은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이후 일주일 만에 대전 도시철도 2호선 착공식장에 모습을 드러낸 이 시장은 “내란사태 당일 밤, 어디에 있었냐?”는 기자들 질문에 “집에서 보고받으며 아내와 밤을 새웠다”고 답해 비판의 목소리가 더 커진 상황이다.
대통령의 돌발 계엄 선포에 시민들이 충격과 혼란에 빠지고, 시장은 종적을 감춘 지난 4일 새벽. 대전시는 부시장 주재로 긴급 간부회의를 열었다.
이장우 시장은 밤사이 어떤 입장 표명도 하지 않다가 4일 아침 평소처럼 출근해 계엄 선포 약 11시간 만인 오전 9시40분께 “시민 여러분은 걱정을 내려놓고, 일상으로 돌아가 정상적인 생업에 종사해달라”는 사후 담화를 발표했다.
이 시장은 담화문에서 “행정 권력도, 입법 권력도 절대로 남용되어서는 안 되고 제한적으로 절제되어 사용되어야 한다”며 행정부와 국회를 싸잡아 비판했지만 “정치권도 헌법을 준수하며 정쟁을 중단하고 국민을 위해 민생을 챙기는 데 전력해주길 촉구한다”며 불법 계엄에 대한 본인의 입장을 끝까지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이후로도 계엄 당일 상황에 침묵하던 이 시장은 지난 11일 열린 대전 도시철도 2호선 착공식에서 기자들 질문에 “집에서 보고를 받으면서, 우리 집사람과 밤새웠다”며 “시장은 대전시민의 재산과 생명을 지키고, 시 발전을 위해 오로지 거기에 집중하는 것이지, 그것(계엄 상황)은 정치권에서 알아서 할 일이라고 본다”고 답했다.
이 시장은 착공식 다음날 오후 2시로 예정된 ‘보물산 프로젝트 기자 브리핑’을 3시간 전 돌연 무기한 연기한 뒤 22일 현재까지 언론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지역에선 “내란사태 이후 이장우 시장이 기자들을 피해 다닌다”는 뒷말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계엄이 선포된 당일 밤 청사에 출근조차 하지 않은 광역지방자치단체장은 홍준표 대구시장과 이장우 대전시장뿐이다. 계엄 선포 2시간 만에 도청사에 나타나 20분 남짓 회의하고 다시 집에 간 김영환 충북도지사도 출근 도장은 찍었다. 이 때문에 대전 지역 시민사회는 “시민의 안전을 책임진 시장이 긴급·비상 상황에서 출근조차 하지 않은 건 묵과하고 넘어갈 일이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난 10일 열린 12·3 내란사태 관련 기자회견에서 박해룡 대전비상시국회의 공동대표는 “계엄 관련 긴급회의를 부시장에게 맡긴 채 계엄 선포 후 약 11시간 동안 종적을 감췄다는 의문에 이장우 시장은 근거 있는 답을 해야 할 것”이라며 지적했다.
김재섭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처장은 “이장우 대전시장이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계엄 당일 밤 어디서 무엇을 했고, 왜 시청사에 나오지 않았는지 공식적으로 명확히 밝히고, 시민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지자체장이 계엄 상황에서 제 역할을 하지 않은 것에 대해 시민들에게 정중히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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