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상스님의 날마다 해피엔딩

그저 아무 일이 없을 뿐

장백산-1 2022. 5. 4. 15:11

그저 아무 일이 없을 뿐


깨달음이란 지금 여기 있는 나에게 없는 새로운 깨달음을 특별하게 따로 얻는 것이 아닙니다.
그저 골치아픈 문제가 사라지고, 그냥 괴로움이 사라지고, 그저 아무 일이 없어질 뿐임이 깨달음(해탈, 열반)입니다.
말 그대로, 깨달음은 그냥 그저 아무 일이 없는 자리, 지금 이 순간 여기 이 자리일 뿐이지, 깨달음이라는 무언가가 
특별하게 따로 있는 것이 아닙니다.

예를 들어, 그냥 아무 일 없이 따뜻한 오후의 햇살을 맞으며, 차를 한 잔 마시고 있습니다.
새들은 재잘재잘 지저귀고 있고, 바람은 살랑살랑 불어와 뺨을 스치고 지나갑니다. 아무 일이 없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어떤 일이 생각나거나, 어떤 일이 하고 싶은 생각이 들거나, 어떤 생각이 일어나면서 그 생각에 
사람들이 끌려가기 시작합니다. 갑자기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닌 것 같고, 무언가 일을 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이 올라옵니다.

바로 그 때, 아무 일도 없던 평상심(平常心)에 갑작스럽게 생각이라는 파문(波紋)이 일어나고, 그 때부터 사람들은
분주해지고, 일이 생기고, 고민이 생기고, 풀어야 할 숙제가 생겨나는 것입니다. 이렇게 생겨나는 생각이라는 파문이
중생심(衆生心)이고, 생사심(生死心)이며,  생멸심(生滅心)이고, 분별심(分別心)입니다. 아무 일도 없던 평상심(平常心),
불심(부처의 마음)에 실체가 없는 허망한 생각이 만들어내는 허깨비 같은 일들이 생겨나는 과정입니다.

아무 일도 없는 순간은 지금 이 순간 여기 이 자리 말고 따로 얻을 수 있는 순간이 아닙니다.
그저 지금 여기에 이대로 있으면, 이미 지금 이 순간 여기 이 자리에는 아무 일도 없습니다.
바로 지금 이 순간 여기 이자리에 잠시 멈춰서 아무 일도 없는 지금 이 순간에 그저 있어 보세요.

2019.01.31  글쓴이 : 법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