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이들이여! 관세음보살로 나투소서!
죽음 앞에서 남 원망하지 않고 오히려 사랑 · 감사 표한 아이들
어떤 어려움도 물러나지 않는 관세음보살 구호 원력과 닮아
날이 쌀쌀합니다. 매번 수능을 치르는 날에는 날이 추운 경우들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시험을 치르는 학생들이 혹여 시험을 치르다가 졸지는 않을까 싶어서 정신 바짝 차리라고 북쪽의 한파신이 내려오나 봅니다. 학생들이 손이 시려 답안지를 쓰는 데에 불편하지 않도록 너무 춥게는 하지 마시라고 기도하게 됩니다.
기도하는 마음은 이런 데에서 나오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자신의 아이들을 추운 날씨에 시험 치르는 시험장에 보내었을 때 불안하지 않은 부모가 어디에 있을까요. 사랑하는 만큼 불안한 마음도 더 커지고 그 마음을 의지할 기도의 마음도 커지게 됩니다.
누구라도 붙들고 기도하고 싶은데 찬 바람이면 어떻습니까. 수능을 치르는 시간이면 전국의 모든 부모님은 간절하게 자식을 위한 기도의 마음으로 보내지 않을까 싶습니다. 마침 올해 수능일은 관세음보살님을 만나는 관음재일이었습니다.
관세음보살님은 대세지보살님과 함께 전생에 불우하게 죽음을 맞이한 형제였습니다. 아버지가 바다에 나가서 몇 년에 한 번 들어오는 큰 상인이었는데 친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새로 들어온 어머니는 두 아들을 잘 대하진 못했던 모양입니다. 아버지가 돌아올 날이 다가오자 그동안의 일이 걱정되어 혼이 날까 새어머니는 어리석은 일을 저지릅니다. 두 아들을 무인도의 작은 섬에 버려두고 맙니다. 두 아들은 추운 날씨와 굶주림, 점점 다가오는 바닷물에 죽어갑니다. 그러나 자신들을 이런 처지에 버려둔 새어머니를 원망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죽어가면서 이렇게 서원합니다. “우리와 같이 어려운 처지에 처하게 된 사람들이 만약 도움이 필요해서 우리의 이름을 부른다면 바로 달려가서 그들의 어려움을 구해주자!”
그래서 관세음보살을 염불할 때 “원력홍심(願力弘深, 원력이 크신) 대자대비(大慈大悲, 큰 자비심으로) 구고구난(求苦求難, 고난에서 구제하시는) 관세음보살”이라고 먼저 소개하는 염불을 한 뒤 “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 이렇게 반복해서 관세음보살의 이름을 부릅니다. 그러면 관세음보살님과 대세지보살님은 서원대로 달려와 자비심으로 우리를 구호하십니다.
그 두 형제는 이 서원을 이루기 위해 잊지 않고 500생이 넘도록 어려운 사람을 자비심으로 구호하는 삶을 살아갑니다. 그 삶이 익어가고 그 마음과 행이 어떤 어려움에도 물러나지 않고 그 공덕이 한량없는 역량이 되어서 지금의 거룩하고 자비롭고 지혜로운 모습으로 나투십니다.
예전에 세월호 아이들도 이런 모습이었습니다. 그들은 죽어가면서 이렇게 만든 선장과 어른들을 원망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의 마지막 문자는 남은 사람들에 대한 사랑과 감사와 고맙다는 메시지였습니다. 그리고 걱정하지 말고 건강하고 행복하게 잘 살아달라는 부탁이었습니다. 아마도 얼마 전 이태원에서 생을 달리한 젊은이들도 남은 우리에게 죽어가면서 당부한 마음은 이렇게 억울하게 죽어가는 것에 대한 원망이 아니라 “우리가 다음 생에는 누군가가 이런 어려움에 닥치면 힘을 키워서 그들을 구해주자!” 그리고 이런 일이 다시는 생기지 않도록 보완하고 어려움에서 구해주는 방책을 세워달라는 부탁이었을 것입니다. 이들의 마지막 메시지를 잊지 않고 노력하는 것이 그들에 대한 추모고 그들의 죽음이 우리에게 던져준 값진 희생이 될 것입니다. 그들은 다음 생에 관세음보살, 대세지보살과 같은 큰 보살이 되리라 믿습니다.
우리 일상 곳곳에도 항상 주위 사람들을 배려하고, 자신을 돌보지 않은 채 어려운 사람들을 살피는 사람을 만나게 됩니다. 그런 분들은 아마도 전생에 자신이 어려움을 겪었고 죽어가면서 “만약 다른 사람들이 나와 같이 고난에 처하면 얼른 가서 도와야겠다!”라고 서원을 세운 미래의 관세음보살들이 아닌가 싶습니다.
겨울이 지나 봄이 오면 꽃을 피우듯 그들의 고난이 다음 생에는 친절한 부모와 이웃으로, 자비의 화신으로 꽃피우리라 믿습니다. 지금 내 앞에 있는 존재가 바로 관세음보살이 아닌지 살펴보시길요!
하림 스님 부산 미타선원장 whyharim@hanmail.net
[1658호 / 2022년 11월 2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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