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진함으로 인해 마음공부를 계속 하게 되고 법문도 계속 듣게 됩니다
법(法)에 대한 궁금증, 목마름(갈증), 의문, 답답함을 안고 꾸준히 법문을 듣다 보면, 어느 순간에 강렬하든 미미하든 이 법을 확인하게 됩니다. 법을 확인하면 그동안 꽉 막혀 있던 체증이 확 내려가면서, 더 이상 법을 찾지 않게 됩니다. 이 때부터 마음공부는 제대로 시작됩니다. 그래서 성품을 확인한 시점이 마음공부의 시작이라고 합니다. 이 때부터는 세속의 분별심에 끌려가지 않고 법을 챙기는 공부가 시작됩니다. 낯설은 것(법)에는 익숙해지고, 낯익은 것(분별)에는 낯설어지는 시기를 보내게 됩니다.
그러나 오래된 업습, 분별의 습관 때문에 단박에 분별심을 조복시킬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분별을 하는 습관은 계속되고, 법을 놓쳤다 다시 찾는 것 같은 시기, 법을 챙겨야 하는 시기를 보내게 됩니다. 이 때는 아직 자신감이 좀 없다고 할까요? 뭔가 모를 공부에 대한 미진함이 남게 됩니다. 법에 대해서도 자꾸만 챙겨야 하고, 내가 깨달은 것이 맞는가 하고 의심되기도 하고, 이것 말고 또 다른 것이 있지 않을까 하면서 다시 찾게도 됩니다.
물론, 잘 가고 있는지 의문이 들기도 하지만, 문득 돌이켜 보면, 분명히 오랜 나쁜 습관들도 많이 옅어지고, 분별에 덜 끌려가고, 분별을 좀 더 지켜보게 되고, 법에 대한 안목이 밝아져 경전과 어록이 많은 부분 소화가 되는 등 공부에 진전은 분명히 있음을 느낍니다. 그런 미진함으로 인해 이 공부를 계속 하게 되고, 법문도 계속 듣게 됩니다. 이런 미진함, 법에 대한 불선명함 같은 것들이 공부를 계속 하게 하는 원동력이 되어, 계속 공부를 지속해 나갑니다.
그러다가 문득, 법이 따로 없음을 확인하게 됩니다. 아공법공, 인우구망, 불이법에 완전히 계합하게 됩니다. 소(법)를 키워왔는데, 그 소가 사라지고 없습니다. 법에 대한 미진함이 사라지고, 법에 대한 자신감이 생겨나며, 더 이상 법을 찾지 않게 됩니다. 법을 챙기고, 소를 키우기 위해 노력해 왔는데, 그 모든 노력이 논 녹듯 사라집니다. 따로 법을 챙기지 않더라도, 지금 여기 있는 이대로가 전부 법을 벗어나 있지 않습니다.
하늘은 푸르고, 바람은 불고, 꽃들은 피어납니다. 할 일 없이 인연따라 모든 것을 하지만 하는 것이 없습니다. 배고프면 밥 먹고, 졸리면 자고, 인연을 만나면 대응하고 베풀 뿐!
글쓴이 : 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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