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한 도는 어렵지 않다 |
오직 분간하고 선택함을 꺼릴 뿐! 다만 증오하고 애착함만 없다면 툭 트여 명백하리라.’ 내 입장 내 기준에서 좋고 싫으며 밉고 고울 뿐, 입장이나 기준이 바뀌면 얼마든지 호오(好惡)와 선악(善惡)이 바뀔 수 있다. 이러한 나의 고정관념과 선입견이야말로 바로 아상(我相)이며, 윤회의 근본이 되는 것이다. 내가 그에게 큰 은덕을 입은 바가 있다면, 내게는 ‘은인’이며 내 입장에서는 ‘좋은 사람’일 수도 있다. 내가 그에게 큰 해악을 입은 바가 있다면, 내게는 ‘원수’이며 ‘나쁜 놈’일수도 있다고 하는 것이다.
피해를 입은 미국측의 입장에서 그는 악마의 화신이지만, 입장을 달리하는 이슬람측에서는 성전의 영웅이다. 대한민국의 입장에서 그는 분명 나라를 위하여 자기 한 몸을 희생한 의사(義士)이자 열사이지만, 상대방의 입장에서 그는 테러범이자 암살범이라고 하는 것이다. 사실 긴 안목에서 보자면, 현재의 원수가 오히려 은인일 수도 있으며, 현재의 은인이 원수가 될 수도 있다. 또한 상황을 받아들이기에 따라서 원수야말로 나의 마음공부 시켜주는 은인이 될 수도 있으며, 나에게 잘해주기만 하는 이가 오히려 나의 분발심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자신의 입장에서 좋고 나쁜 일에 너무 예민하게 반응할 것이 아니라, 새옹지마(塞翁之馬)라는 고사성어를 교훈삼아 덤덤히 지낼 필요가 있다. 어떤 이는 허공도장을 갖고 있어, 무슨 일이든 마치 허공에 도장을 찍은 듯 흔적을 남기지 않고 살아간다. 또 어떤 이는 물 도장을 갖고 있어, 마치 물에 도장을 찍은 듯 역순경계에 부딪혀 순간적으로 마음이 출렁이긴 하지만 얼마 안가서 평정심을 회복한다. 그런가 하면 어떤 이는 콘크리트도장을 지니고 있다. 마치 콘크리트에 도장을 새기듯, 하나도 잊지 않고 좋은 일 나쁜 일을 반드시 기억해서 세세생생 모두 갚아야 직성이 풀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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