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계발과 마음공부

윤회와 보이지 않는 손: 아담 스미스와 케인즈와 버냉키

장백산-1 2015. 8. 7. 17:08

 

 

 

 

 

윤회와 보이지 않는 손: 아담 스미스와 케인즈와 버냉키

 

 




불교닷컴 [연재] 강병균 교수의 '幻妄空想과 기이한 세상'

 

윤회와 보이지 않는 손: 아담 스미스와 케인즈와 버냉키


2015.08.03



"장기적으로 볼 때 우린 모두 죽는다. In the long run we are all dead."

영국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즈가 한 말이다.


하이에크를 태산북두(泰山北斗)로 하는 (경제)自由主義者들은 “국가가 경제적 위기에 처하더라도 정부가 개입하지 말고 시장이 스스로 균형점을 찾아가도록 그냥 놔두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문제는, 설사 그들의 주장이 옳다 하더라도, 이런 均衡點에 도달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다. 길면 수백 년이 걸릴 수 있다. 그럼 무슨 소용이 있느냐는 게 "장기적으로 볼 때 우린 모두 죽는다"는 케인즈의 비판이다. 지금 우리가 경제공황의 와중(渦中)에 있는데, 시장을 시장의 자율적인 회복능력에만 맡겨두다가는, 그 사이에 우린 모두 지옥 같은 경제혼란 속에 살다 죽고 말 것이라는 말이다. 케인즈는 지금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지금 당장 (공공사업 발주 등을 통해서) 시장에 개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남태평양의 이스터 섬은 무게가 수십 톤이나 나가는 20미터 높이의 거대한 석상 모아이로 유명하다. 그런데 이 섬에는 사람이 별로 없다. 오래전에 소이(小耳)와 대이(大耳) 두 부족 간의 지나친 석상제조 경쟁으로 인하여 섬의 목재자원을 (수많은 석상 운반수단으로 쓰느라) 고갈시켜, 훌륭한 음식인 야자를 얻을 수도 고기잡이배도 만들 수도 없게 되어 인구가 급감한 지 수백 년이다. 무한 자유경쟁을 하다가 망한 경우이다. 강력한 국가권력이 개입하여 제동을 걸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다.



   
▲ 칠레해안에서 3,700km나 떨어진 남태평양에 있는 서울 1/4 크기의 외로운 섬 이스터의 거대석상 모아이(Moai).키는 20미터까지 무게는 75톤까지 나간다. 수백 개가 남아있다. 사람은 배가 고파도 이상한 짓을 하지만 배가 불러도 이상한 짓을 한다. 진실로 사람은 빵만 먹고는 살 수 없는 존재이다. 사람의 마음을 채우는 먹이는 환망공상이다. 그렇지 않으면 어떻게 이런 이상한 물건을 섬의 자원을 다 소모해가며 만들었겠는가? 틀림없이 현대인들도 이와 유사한 짓을 하고 있을 것이다. 모아이는 이스터인들의 조상신이라는 설이 있다. 후손은 사라졌는데 조상은 홀로 남아 섬을 지킨다. 깨인 사람이나 훌륭한 지도자가 있었으면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땅위의 살아있는 사람의 일을 하늘이나 죽은 사람에게 맡겨둘 수는 없는 일이다.



輪廻에 依한 인과응보(因果應報)는 一種의 市場自由主義이다. 과장을 좀 하자면, 지금 누가 잘못하는 경우 그냥 내버려두어도 다음생에 벌을 받아 정리가 될 것이므로 지금 구태여 세속법이 개입할 필요가 없다는 思想이다. (벌을 주는 법을 일부러 만들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다. 그게 정말 필요한 법이라면, 자기가 안 나서더라도 宇宙法界가 알아서, 예를 들어 다른 사람들을 움직여서, 만들어 줄 거라는 思想이다.) 아담 스미스가 말한 '보이지 않는 손(invisible hand)'의 역할을 '윤회'가 하는 것이다. 더 넓게는, 보이지 않는 손의 역할을 하는 것은, '인과응보(因果應報)'이지만 다음생의 일은 당사자가 살아있는 동안은 알 수 없는 일이다.

불교도들은 輪廻 思想을 믿기에, 卽 靈的인 市場의 自淨機能을 믿기에, 자기가 살아있는 동안 당장의 현실참여에 소극적이다. 市場, 卽 輪廻(因果應報)가 自體的으로 解決할 터인데 수고롭게 나설 이유가 없다는 생각에서이다.

아마 그래서 조계종에, 총무원 고위승려들에 의한 폭력 금권선거 흑색선전 혼인신고 모텔운영 문화재절도 등, 온갖 해괴한 일이 발생해도 ‘먼 산 불 보 듯’ 하는 것이리라. 불교인들은 신장(神將 불교호법신)이 그들을 벌줄 것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眞實은 그들을 벌줄 神將은 따로 없을 것이다. 우리가 바로 神將이기 때문이다. 더러운 똥은 피하는 것이 아니라 치우는 것이다. 똥을 피하기만 하는 것은 우리가 사는 집인 세상(umwelt)을 똥투성이로 만드는 첩경(捷徑 지름길 shortcut)이다.

2008년 세계경제위기를 초래한 미국경제위기가 터졌을 때 미정부는 미(美)연준의장 버냉키를 앞세워 45조 달러(약 5,000조 원)라는 천문학적인 돈을 뿌려 경제위기를 극복했다. 이 과정에서 주택담보대출업체인 패니메이(Fannie Mae)와 프레디맥(Freddie Mac), 세계최대 보험업체 아메리칸인터내셔널그룹(AIG), 세계최대 은행 시티그룹(City Group), 세계최대 자동차업체 제너널모터즈(GM) 등에 엄청난 규모의 정부자금이 들어가면서 상당수의 거대기업들이 국유화되었다. 돈의 힘으로 똥을 치운 것이다. (그냥 천문학적인 양의 종이(돈)로 거대한 크기의 똥을 덮어 놓은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주장도 있다.)

IMF(International Monetary Fund 국제통화기금)는 1998년 한국경제위기 때 한국에 돈을 빌려주는 조건으로, 한국정부가 시장에 개입하지 말고, 즉 구제금융 등으로 기업을 살려주지 말고 기업의 운명을 시장에 맡겨두라고 요구했다. (똥을 치우지 말고 저절로 똥이 없어지게 하라는 주장이었다.) 이에 따라 생떼 같은 수십 개 대기업이 무너지고 근로자들은 실직을 하였으며, 살아남은 기업은 평생고용과 정규직을 줄이고 명퇴와 비정규직을 늘였다.

1998년 IMF의 처방은 2008년 미연준의 처방과 180도로 달랐다. 벤 버냉키는 미연준의장이 되기 오래 전부터 1929년의 미국대공황이 빨리 극복되지 못한 이유는 당시에 돈을 충분히 안 뿌렸기 때문이라고 믿었고, 그 믿음을 논문을 통해 학술적으로 표현했다. 그래서 2008년 경제위기가 오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헬리콥터에서 아래로 돈을 뿌리듯 무한정 돈을 뿌려대 '헬리콥터 벤'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버냉키와 케인즈는 경제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전자는 통화량확대를 후자는 정부재정확대를 주장한다는 차이가 있지만 둘 다 한입으로 정부의 개입을 주장하며, 불교적으로 보면 "다시 윤회할 때까지 기다릴 수 없다"는 철학이다. 그 결과 미국이 1929년의 대공황을 극복하는 데는 26년이 걸렸지만, 2008년 금융위기는 6년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다. 1929년 대공황으로 다우지수는 1/10 토막이 났다가 이차세계대전 전쟁특수에 힘입어 1945년에야 이전 지수를 회복했지만, 2008년 세계경제위기는 돈을 끝없이 뿌려댄 덕에 겨우 6년 만인 2014년에 이전 지수를 회복했다.

인간의 삶도 이럴지 모른다. 즉, 세상이 잘못 돌아갈 때는 마구마구 개입을 해서 바로잡아줄 필요가 있을지 모른다. 윤회와 인과응보에만 맡겨두다가는 당면한 현재 문제를 풀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인간의 고통은 현재의 고통이다.

케인즈 말 맞다나, "우린 장기적으로 다 죽은 목숨이다."

케인즈의 뜻은 앞서 설명한 것처럼 흔한 오해와 달리 "장기적인 정책이 필요 없다"는 말과는 전혀 무관하지만, 아무튼 장기적인 처방 못지않게 단기적인 처방도 중요하다. 또 내생 못지않게 현생도 중요하다. 불교도들이 좀 더 적극적으로 현실참여를 해야 하는 이유이다. 현생을 잘 살면 내생도 잘 살겠지만, 지금 세상의 부조리와 그로 인해 발생하는 고통은 각각 현재의 부조리이며 현재의 고통이기 때문이다.

印度의 唯一無二한 轉輪聖王으로 추앙받는 아소카(BC 265~238)는 새로운 法(담마 dhamma)이 발효되면 이를 執行하는 관료인 담마관료를 도시는 물론이고 시골마을에도 두었다. 또 감독관을 보내 담마관료가 충실히 法을 집행하는지 감독하게 했다. 그 결과로 그가 내린 결론은 "담마가 제도화되면서 전(全) 세계 사람들 사이에서 惡한 氣運이 줄었고, 惡으로 인해 苦痛받던 사람들이 사라지면서 전(全) 세계에 기쁨과 평화가 찾아왔다"는 것이다.

그는 法으로 동물학대를 금지함으로써, 來生만 기다리지 않고 現生에 적극적으로 介入한 위대한 法律家였다.

그는 자신의 철학인 “모든 사람은 내 자식이다. 내가 내 아이들에게 이 세상과 저 세상의 모든 행복과 건강을 가져다주려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나는 모든 사람에게도 똑같이 해주고 싶다“를 적극적으로 現實에 實現하려고 병원을 세우고 의약품을 공급하여 사람과 동물을 치료하고, 우물을 파고 가로수를 심어 사람과 동물의 마른 목을 적셔주고 달궈진 피부를 식혀준 위대한 실천가였다.

1998년에 태국 바트화 폭락으로 시작된 동남아시아의 금융위기는 우리나라까지 덮쳤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IMF를 당한 것은, 금융위기를 당하기 반년 전부터 이미 조짐이 있었고 대한민국경제의 문제는 펀더멘털이 아니라 流動性危機였다는 점에서, 어리석은 지도자를 둔 탓이지 신비로운 윤회와 인과응보 때문이 아니다. 우리가 아소카 같은 위대한 지도자를 두지 못한 바로 그것이 우리의 업(業)이라고 할지 모르지만, (열악한 환경 아래서도) 現在를 일구어 未來를 收穫하는 것은 業이 아니라 우리의 意志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 어리석은 지도자의 의지가 문제인 것이다. 그가 젊은 시절에 건들거리느라 공부를 하지 않은 것은 그의 의지의 소산이기 때문이다.

불교는 운명론이나 숙명론이 아니다. 그리고 현실참여는 우리 意志의 발로(發露)이다. 현실참여를 위한 공부나 자기수양 역시 우리 의지의 발로이다. 한 사람에게 감추어진 수많은 다른 사람들의 의지는 보이지 않는 손이다. 그리고 보이지 않는 손은 의지를 통해 활동한다.




강병균 : 서울대 수학학사ㆍ석사, 미국 아이오와대 수학박사. 포항공대 교수(1987~). 포항공대 전 교수평의회 의장. 전 대학평의원회 의장. 대학시절 룸비니 수년간 참가. 30년간 매일 채식과 참선을 해 옴. 전 조계종 종정 혜암 스님 문하에서 철야정진 수년간 참가. 26년 전 백련암에서 3천배 후 성철 스님으로부터 법명을 받음.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인물은 석가모니 부처님이며, 가장 위대한 發見은 無我思想이라고 생각하고 살고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