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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을 관찰하다

장백산-1 2024. 12. 23. 14:46

몸을 관찰하다

 

신념처(身念處)는 몸에 대한 관찰인데 몸에 대한 관찰은 몸에서 일어나는 모든 현상들을 있는 그대로 관찰하는 것이다. 사람들이 보통  ‘나’라고 여기는 것의 첫 번째가 ‘몸(육체)’다. 부처님께서는 이 몸 역시 오온무아, 색온무아를 통해 실체적인 자아가 아니라고 하셨다. 그렇다면 도대체 어떻게 해야 이 몸이 내가 아님을 깨달을 수 있을까?

 

단순하다. 이 몸을 아무런 분별없이 있는 그대로 관찰하는 것이다. 보통 우리가 몸에서 가장 관심 있는 부분은 생김새, 몸매, 건강 등일 것이다. 이러한 외적인 관심사는 대부분 판단과 분별, 비교 등에 의해 만들어진다. 그런데 사념처의 첫 번째 신념처에서는 이러한 판단과 분별, 비교에서 오는 몸에 대한 관심사를 그저 단순하게 ‘몸’ 그 자체에 대한 것으로 바꾸어 볼 것을 요구한다.

 

잠시 고요히 앉아 몸 안으로 들어가 보자. 지금까지 이끌고 살아왔던 이 몸을 잘났거나 못났다고 단죄하려 들지 말고, 순수한 이 몸 자체의 생명력과 에너지, 기운과 상태를 판단 없이 지켜봐 주는 것이다. 분별없이 지켜보고 관찰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자비라고 했다. 신념처가 곧 내가 나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길이다.

 

눈앞에서 손가락이 움직여지고 있을 때, 우리는 그 몸동작을 보자마자 ‘내 손가락이 움직여’라고 ‘생각’한다. ‘나’도 생각이고, ‘손가락’도 생각이고, ‘움직여’도 생각이다. 이렇게 분별하지 않고, 의식을 개입시키지 않고, 그저 바라보면 무엇이 있을까?

 

사실 말로 표현하면 다 어긋나지만, 억지로 말해 본다면, ‘무언가의 움직임이 알아차려질 뿐’이다. 사실은 ‘내 손가락이 움직여’가 아니라, ‘무언가가 알아차려졌을 뿐’이다. 이것이 바로 몸에 대한 관찰 즉 신념처다. 이 육체에 명색(名色)이라는 이름을 빼고 관찰하는 것이다.

 

몸을 관찰하는 것이 어렵게 느껴진다면, 아주 단순하게 몸의 어느 한 부분을 집중적으로 관찰해 볼 수도 있다. 예를 들면 가부좌를 하고 명상에 들 때 내면에 움직이는 것이 하나 있다. 그것이 뭘까? 바로 호흡이다. 바로 그 호흡이 콧속으로 들어오고 나가는 것을 있는 그대로 관찰하는 것이다. 물론 ‘내가’라는 것도 생각이니 빼고, ‘호흡을’이라는 것도 내가 이름 붙인 명색이니 빼고, 그저 무언가의 움직임의 반복됨이 자각될 뿐이다.

 

이 때 중요한 것은 호흡 관찰 중에 생각이 일어나더라도 그 생각에 끌려가는 대신, 그 생각을 그저 관찰할 뿐이라는 점이다.

 

가부좌를 틀고 앉거나, 반듯이 누운 채로 머리끝에서 발끝까지의 순서로 차례차례 몸을 스캔하듯이 내려오면서 알아차리는 방법도 있다. 머리, 두 눈, 코, 입, 턱, 뒷목, 어깨, 팔, 손바닥, 가슴, 배, 아랫배, 허벅지, 다리, 발바닥 등의 순서로 차례차례 한 부분씩 관찰의 빛을 옮겨 보는 것이다. 그런 뒤에는 몸 전체의 에너지, 몸이라는 생명 그 자체를 느껴보고, 관찰해 보고, 그것과 완전히 하나가 되어 잠시 그렇게 있어 본다.

 

이러한 몸에 대한 관찰을 경전에서는 자세하게 14가지로 나누고 있다. 대략 살펴보면, 호흡에 대한 관찰(呼吸觀), 움직이고 멈추고 앉고 눕는 일상생활의 모든 동작에 대한 관찰, 손가락이나 팔다리를 움직이는 것 등 세밀한 몸동작에 대한 관찰, 피부, 혈액, 소변, 심장, 내장 등 신체를 구성하는 요소들에 대한 관찰(부정관), 지수화풍에 대한 관찰, 묘지에서 시체를 관찰하는 것 등이 있다.

 

신수심법 사념처 가운데에서도 가장 기본이 되면서도 핵심이 되는 수행법이 바로 신념처 수행이며, 그 중에서도 호흡에 대한 관찰이다.

 

이러한 몸에 대한 관찰, 신념처를 통해 우리는 그동안 앞 장들에서 배워왔던 불교교리에 대해 실질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연기와 무아, 중도와 자비를 실천하려고 혹은 깨달으려고 아무리 머리를 굴려 애쓰고, 이해하려고 한다고 되는 것이 아님을 우리는 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바로 사념처를 수행하면 된다. 이 단순한 몸에 대한 관찰을 통해 우리는 지혜의 근원에 가 닿을 수 있다.

 

 

글쓴이 : 법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