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향기 메일 3994

이어령 선생님 - - 최재천

이어령 선생님 - - 최재천 2006년 이화여대에 처음 둥지를 틀었을 때 일이다. 무슨 까닭인지 6개월이 지나도록 주문한 실험 기기가 들어오지 않아 연구를 시작할 수 없었다. 석좌교수라는 타이틀을 50대 초반 너무 이른 나이에 얻은 터라 행동거지를 각별히 조심하던참이지만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어 연구처장실을 찾았다. 자초지종을 보고하던 관재과장의 답변은 참으로 뜻밖이었다. 이어령 교수님의 후임으로 오신 분이라 실험 기기가 필요하지 않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대학의 공식 표명은 없었지만 학내에는 그런 분위기가 있었던 모양이다. 그러던 어느 날 교내 행사에서 이어령 선생님을 만났다. 이화에 온 것을 환영한다며 내 손을 꼭 쥐어 주셨다. 선생님은 인문학자이고 나는 과학자이지만 학문의 경계를 넘나들며 지식을 두..

나를 지켜보는 자(者)

나를 지켜보는 자(者) 사람들이 온갖 나쁜 짓을 하는 이유는 ‘스스로를 지켜보지 않기 ’ 때문입니다. 나쁜 짓을 하기 전에 누군가가 나를 지켜보고 있지 않나 하고 둘러봅니다. ‘엄마가 나를 지켜볼까? 남편이 나를 지켜볼까? 애들이 나를 지켜볼까? 아내가 나를 지켜볼까?’ 그리고 아무도 나를 지켜보고 있지 않다고 판단하면 곧바로 나쁜 짓을 합니다. 아무도 나를 지켜보고 있지 않다고 판단하고는 사람들이 보기 전에 얼른 나쁜 짓을 저지릅니다. 하지만 자기 자신이 나를 지켜보고 있습니다. - 아잔 차의 「Food for the Heart」중에서

생각

생각 이 세상에서 최고로 바쁜 놈은 생각이다. 그런데 최고로 바쁜 생각보다 더 바쁜 놈은 생각을 따라 말하고 행동해야 하는 몸이다. 내 마음 속 레이더에 잡히는 생각들을 몽땅 내 생각이라고 우기지만 않아도 몸은 생각의 노예 신세를 면하게 될 텐데… 그러니 좋은 생각만, 괜찮은 생각만 골라서 사용하는 지혜가 필요하겠죠. 내 것도 내 것이요, 네 것도 내 것처럼은 결코 미덕이 아니랍니다. - 정토마을 능행스님-

돈과 행복

돈과 행복 - - 법륜 스님 행복하게 부유하게 살기 위해서는 얼마만큼의 돈이 있어야 할까요? '돈 없이도 행복할 수 있어' 이렇게 단정할 것도 아니고 '돈이 없으면 못살아' 이렇게 단정적으로 말할 것도 아닙니다. 왜냐하면 돈은 우리가 생활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수단이지만 우리가 돈에 집착하면 수단인 돈의 노예가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우선 성실하게 일해서 벌어들인 수입에 맞춰 검소하게 생활하는 것이 좋고 더 나아가서는 내가 가진 것을 남과 나눈다면 내가 돈의 주인이 될 수 있습니다. 필요 이상의 돈을 벌기에만 급급하면 내가 돈의 노예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설령 돈이 많이 있다고 하더라도 돈에 짓눌려서 괴롭게 살아야 됩니다. 어디까지나 돈은 삶을 살아가는 수단이지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됩..

[탁기형의 비어 있는 풍경] 알아도 잊고 있는 것

[탁기형의 비어 있는 풍경] 알아도 잊고 있는 것 한겨레 입력 2022.02.24. 18:06 탁기형의 비어 있는 풍경 아무것도 없던 허공에 찬 바람과 물이 만나서 고드름이 생겼다. 따뜻한 햇살에 서서히 녹아 없어지면 다시 허공만이 남 겠구나. 생각해보면 영원히 존재하는 것도 없고 영원히 사라지는 것도 없다. 있음이 없었음을 알게 하고 없음이 있었음을 깨닫게 하는 돌고 도는 이치 안에 정해진 경계가 있는 것일까. 있음과 없음이 서로를 품으며 사는 삶이다. 사진하는 사람

가장 쉬운 이치

가장 쉬운 이치 - - 법륜 스님 사람들은 제각각 자기 인생을 살고 있어요. 자기 인생을 자기가 선택하고 자기가 살아가는 거지요. 자기 인생을 자기가 살아가더라도 서로 서로 협력하는 게 혼자 사는 것보다 나으면 서로 서로 협력하며 살면 돼요. 협력하면서 살다 보면 손해 보는 사람도 있고 이익 보는 사람도 생깁니다. 한 사람이 계속 이익을 보면 다른 사람들이 떠나가고 한 사람이 계속 손해를 보면 주변에 사람이 많아집니다. 그러니 혼자 살고 싶으면 딱딱 이익을 취하고 잘라내고 다른 사람들과 같이 살고 싶으면 이익을 베풀면 됩니다. 세상에는 공짜가 없습니다.

허공의 옷 같은 인간 욕망의 허상 .. 안창홍 '유령 패션'

허공의 옷 같은 인간 욕망의 허상 .. 안창홍 '유령 패션' 강종훈 입력 2022. 02. 22. 16:56 댓글 0개 사비나미술관, 한국-에콰도르 수교 60주년 특별전 귀국전 안창홍 '유령 패션' [사비나미술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강종훈 기자 = 마네킹에 입힌 것도 아닌데 허공에 뜬 옷이 흐트러지지 않는다. 마치 투명 인간이 옷을 입고 포즈를 취한 듯한 모습이다. 자본주의 사회 인간의 욕망과 그 공허함을 이야기하는 안창홍(69)의 '유령 패션' 연작이다. 서울 은평구 진관동 사비나미술관이 유령들의 패션 전시장이 됐다. 스마트폰으로 '유령 패션'을 그린 디지털 펜화 약 150점은 OLED 디스플레이로 설치됐고, 디지털 펜화를 유화와 입체 작업으로 옮긴 작품 32점이 출품됐다...

4. 있는 그대로 - - 황동규

4. 있는 그대로 - - 황동규 ‘있는 그대로’의 우리가 그립다 은근슬쩍 쌓이는 성긴 눈 보며 친구들과 함께했던 추억 떠올려 삶 자취, 녹아 없어지는 것 아닌 ‘있는 그대로’ 저장 된다 깨달음 처마에 고드름 주렁주렁 달린 집에서 얼마 전 세상 뜬 친구 선사(禪師)처럼 결가부좌하고 눈 부릅뜨고 앉아 있는 꿈을 꾸다 깼다. 잘려나간 잠, 이어지지 않는다. 거실에 나가 서성댄다. 그에게 죽음의 문턱을 넘어가서도 풀리지 않을 척진 일 있었던가? 기억 통을 흔들어본다. 무언가 있는 듯 없는 듯, 창밖에선 희끗희끗 눈이 내리고 있다. 아파트의 앙상한 나무들이 두툼한 옷 해 입겠지. 바람이 이따금 옷을 벗겨 다시 속 아리게도 하겠지. 고드름 집 마당에도 눈이 내리고 있을까? 눈앞 식탁에는 새로 등갓 씌운 동그란 불빛..

3. 코로나바이러스와 웨살리의 교훈 - 하

3. 코로나바이러스와 웨살리의 교훈 - 하 욕망 절제와 자비심이 전염병 확산 근본 해결책 과도한 소비는 탐욕을 부추기고 인간 스스로와 자연을 파괴 코로나19는 너무 많은 욕심과 너무 적은 자비가 초래한 재앙 욕망 다스리는 절제의 가르침은 현대 병폐에 대한 종합처방 인도 웨살리 마하바나(대립정사). 사진=남수연 기자 웨살리 사람들은 “감각적 욕망을 계발하는 사람은 세상을 부유하게 만들고, 세상을 부유하게 만드는 사람은 큰 공덕을 짓는다”라는 세계관을 공유하고 있었다. 이에 대해 저자는 ‘넷띠빠까라나(Nettippakaraṇa)’의 한 구절을 인용하며 응수한다. “그들은(감각적 욕망을 계발하는 사람과 세상을 부유하게 만드는 사람) 병든 사람들만 많게 만들며, 종기 생긴 사람들만 많게 만들며, 몸에 가시 돋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