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산내 골령골서 유해 천여 구 발굴.. 대량 학살 실체 드러나
정재훈 입력 2021.09.23. 19:42
[앵커]
대전 산내 골령골은 한국전쟁 당시 군과 경찰에 의해 많은 민간인이 학살된 곳인데요.
올해 1,000여 명이 넘는 희생자들의 유해가 한꺼번에 발굴되면서 대량 학살의 실체가 드러나고 있습니다.
정재훈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굴삭기로 3~4미터 가량 파 내려간 땅 속.
호미로 흙을 걷어내자 사람 뼈가 곳곳에서 쏟아져 나옵니다.
두개골에서부터 허벅지뼈, 정강이뼈까지. 셀 수 없을 정돕니다.
빛 바랜 고무신과 해진 옷가지 등 유품들도 눈에 띕니다.
특히 불에 탄 구덩이에서 총살당한 유해 17구가 발견됐습니다.
[전미경/대전산내사건희생자유족회장 : "목격자들에 의하면 초창기에 사람을 태워서 없앴다는데 그게 아무리 찾아도 없었거든요. 그런데 올해 처음 (희생자가) 세상 밖으로 나오시게 된 거예요."]
지난 6월부터 시작된 대전 산내 골령골 유해 발굴.
71년 긴 세월 동안 땅 속에 묻혀 있던 유해 1000여 구가 수습됐습니다.
480여 구는 감식을 마쳤습니다.
[박선주/민간인학살 유해발굴 공동조사단장 : "얼마만큼 유해가 더 나올지는 모르죠. 그런 점을 보면 대전 산내가 단일지역으로는 가장 많은 유해가 출토된 곳이긴 하죠."]
지난 2007년 1기 진실화해위원회가 유해 34구만을 수습한 뒤 중단됐던 골령골 유해발굴.
13년 만인 지난해부터 정부 차원의 조사가 재개됐고, 올해 대규모의 유해가 발굴됐습니다.
6·25전쟁 당시 학살이 벌어졌던 구덩이입니다.
이곳 산내 골령골에서는 최대 7천여 명의 민간인이 국군과 경찰에 의해 살해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국민보도연맹원을 비롯해 제주 4.3사건, 여순사건에 연루된 대전형무소 수감자들입니다.
아직 유해가 묻힌 것으로 추정되는 곳의 길이만 약 1km.
세상에서 가장 긴 무덤인 대전 산내 골령골의 대량 학살이 하나 둘 실체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KBS 뉴스 정재훈입니다.
촬영기자:박평안
정재훈 기자 (jjh119@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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