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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속에서 그 세상을 초월하라

장백산-1 2024. 9. 5. 13:52

세상 속에서  그  세상을 초월하라


온갖 생각을 끊어버리되 무기력에 빠지지 말고, 욕심 속에 살되 욕심을 초월하며, 티끌 같은 세상에 살되 티끌 같은 세상을 뛰어넘어야 한다.

역경에도 끄달리지 말고 순경에도 끄달리지 말라. 그리고 만물에게 끝없는 자비를 베풀어라.

차별 있는 환경에서 차별 없는 고요함을 얻어라. 차별 없는 고요함에서 다시 차별 있는 지혜를 보여라.

[아함경]

 
세상 속에 살면서 그 세상을 뛰어넘어야 한다. 일도 하지 말고, 돈도 벌지 말고, 오직 수행의 길만을 가라는 말이 아니다. 세상을 살면서 할 것 다 하면서도 그 세상을 뛰어넘을 수 있어야 한다. 돈을 벌되 돈에 집착하지 않고, 생각을 하되 생각에 얽매이지 않으며, 일을 하되 함이 없이 일을 하는 것, 그렇게 하는 것이 세상 속에서 그 세상을 뛰어넘는 길이다.

불교는 세속적인 삶을 거부하거나, 소유를 부정하거나, 집착을 증오하는 종교가 아니다. 다만 그것들의 실체를 여실히 바라보도록 이끌 뿐. 집착을 나쁜 것이라고 규정하면서 증오할 필요는 없다. 집착에 대한 혐오는 오히려 사람들에게 죄의식만을 심어 줄 뿐이다. 집착도, 소유도, 욕심도 아주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재물이나 돈이나 아름다운 여인을 보고 아무런 감정도, 아무런 욕심도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것은 돌처럼 되라는 말과 다르지 않다. 모든 것에 초연하게 무감각해 지라는 것이 아니라 그 모든 것들을 인정하고 두 눈 똑똑히 뜨고 깨어있는 정신으로 지켜보라는 것이다. 어둠은 빛을 비추면 저절로 사라지듯 집착도, 소유도, 무명도 차별 없는 사랑의 빛으로 관조했을 때 눈 녹듯 사라지고 만다.

좋아하고 싫어하는 분별에도 끄달리지 말고, 옳고 그른 분별에도 집착하지 말고, 역경과 순경 그 어디에도 집착하는 바 없이 살되, 다만 일체 모든 만물에 끝없는 자비의 비춤을 행하라. 좋아하고 싫어하는 분별, 역경과 순경이라는 차별 있는 세상 속에서 살면서도 그러한 분별 차별을 버리고 자비를 행하면 고요함을 얻는다. 그러한 고요함 속에서 분별 차별 있는 지혜가 다시금 움튼다.


글쓴이 : 법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