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명상 아카데미’ 제5강 ‘죽어도 결국 산다’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이 다섯 번째 선명상 아카데미에서 “슬픔도 기쁨도, 행복도 고통도 내가 만드는 것”이라며 양자역학 이론을 활용해 현상을 올바로 볼 수 있는 방법을 안내했다. 또 고락의 윤회를 해소할 방법으로 “있는 그대로 놓아버린다”는 ‘방하착’' 이른바 ‘놓음 명상’을 제시했다. 진우 스님은 7월 23일 서울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지하공연장에서 “놓아버리면 좋은 것도 싫은 것도 멈춘다”면서 “인과가 사라지고 마음이 편안해지면 행동과 생각이 저절로 정돈되고 마음이 청정해진다”고 강조했다. 특히 인식 대상에 좋고 싫은 감정이 덧붙는 원리를 알기 위해선 비교적 고요한 마음일 때 꾸준히 선명상을 연습해야만 한다고 설명했다. 또 9월 28일 광화문 일대에서 열리는 ‘국제선명상대회’에서 108가지 명상 방법에 대해 내놓겠다고 강조했다.
진우 스님의 강의를 요약해 지면으로 전한다. [편집자]
벌써 다섯 번째 강의다. 날씨가 좋지 않았다. 그럼에도 많이 참석해줬다. 감사하다. 수강생 한 분이 제가 이런 질문을 하더라. “스님, 강의 내용은 잘 알겠다. 그래서 선명상은 어떻게 해야 하나?” 하지만 저는 선 명상을 실참하고자 이 자리를 마련하지 않았다. 명상을 앉아서 해라, 서서해라 구체적으로 지도하는 것 역시 제 역할이 아니다. 이미 수십수백가지 명상법이 있다. 사념처 명상, 위빠사나, 사마타부터 염불명상까지. 자신에게 맞는 명상법을 선택하면 된다. 제가 이 자리를 마련한 이유는 선명상을 왜 해야 하는지 근본적인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서다. 오는 9월 서울 광화문에서 국제선명상 대회를 연다. 108가지 방법을 소개할 예정이다. 그때 자신에게 알맞은 명상법을 선택하면 된다.
강의 저변에는 부처님 말씀이 깔려 있다. 6근(안이비설신의)으로서 6경(색성향미촉법)이 왜 나타나는가를 설명한다. 대상에 좋고 싫음이 왜 생기는가를 안내한다. 세상이 무너져도 자신의 기분이 괜찮으면 관계 없다. 하지만 세상이 정토라도 자신의 기분이 나쁘면 소용 없다. 고수, 락수, 사수라고 해 3수(三受) 작용이라고 말한다. 이 원리를 알아야 한다. 그래야 사건사고가 벌어졌을 때 스스로 마음을 제어하고 현상을 바로보는 힘이 생긴다.
지난 시간까지 서양철학자 인식론, 현상론, 존재론 이론을 활용해 현상을 이루고 있는 원리를 설명했다. 현대 과학의 양자역학에서도 불교적인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양자역학은 닐스 보어나 하이젠베르크에 의해 구체적으로 설명되기 시작했다. 양자물리학에서는 우리를 다원자구성체라고 본다. 원자가 모여 모든 것이 만들어졌다. 이 우주 전체가 따지고 보면 가장 작은 물질, 원자,소립자 또는 쿼크(quark)가 만든 것이다. 원자 가운데 원자 핵이 있다. 이는 전자다. 전자에 대한 설명이 양자역학이다.
금세기 최고의 양자 물리학자로 평가받는 닐스 보어는 이런 말을 남겼다. “생각은 현실이 된다.” 내가 보는 대로 나타난다는 의미다. 이 우주가 생기면 동시에 저 우주가 생긴다. 저 우주가 생기면 동시에 이 우주가 생긴다. 무한대로 생성된다. 일체유심조다. 모든 것은 결국 내 마음이 만드는 것이다. 내가 보는 것이고 내가 듣는 것이고 내가 냄새 맡고 내가 맛보고 내가 감촉을 느끼고 내가 생각을 하는 것이다. 고로 즐겁고 괴롭다는 분별도 내가 만드는 것이고 기쁘고 슬픈 것도 내가 만드는 것이다. 이런 내용이 유식과 구사론에 들어있다. 만법유식이다. 화엄경 법성게를 보면 일중일체다중일이라는 게송이 있다. 아함경에는 차생고피생 이것이 생기면 곧바로 저것이 생긴다는 말이 있다. 항상 동전의 양면과 같이 동전의 앞과 뒤가 생기면 뒤가 동시에 생겨버린다. 마음도 마찬가지다. 즐거움이 생기는 즉시 괴로움이 생긴다. 양자역학의 세계 이론이 불교 해석과 같다.
고락에 관한 자신의 느낌 감정을 알지 못하고 이를 컨트롤하지 못하면 윤회할 수밖에 없다. 육도 윤회한다. 고락의 업에서 탈출해야 한다. 그것이 해탈이고 깨침이다. 깨치면 현상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있다. 괴로움은 반복된 경험에 의한 버릇이다. 지난 경험은 저장돼 있다. 잠재 의식에 누적된다. 시간과 장소에 따라 나타난다. 인과적 현상이다. 어마어마한 조건이 찰나의 결과로 나타난다. 그것을 시절 인연이라고 한다. 수학적으로도 물리적으로도 계산해보면 일어날 수밖에 없는 필연이다. 이루 말할 수 없는 조건들이 모여, 결과적인 현상으로 나올 수밖에 없다. 현상에 대한 부분은 과학적으로 증명되고 있다. 괴롭고 기분 나쁜 일이 일어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수많은 조건이 딱 결합되는 시점에 결과가 일어난다. 동시에 나라고 한다. 나라는 것은 즐겁고 괴로운 업식이다.
고락을 피할 방법은 상대적인 업식을 둘 다 제거하는 수밖에 없다. 하나를 제거하면 다른 하나가 자동으로 사라진다. ‘차멸고피멸’이다. 이를 중도라고 한다. 그러면 어떤 현상을 보더라도 평상심으로 볼 수 있다. 시공도 사라지고 고락도 사라진다. 비교적 내가 고요할 때, 선명상을 꾸준히 연습해야 한다. 그러면 극단적인 현상이 일어나고 사고가 일어나더라도 “지금 괴로운 업식이 나타나는 때”라고 생각하고 “지나가야지, 참아야지”라는 이성적 판단을 할 수 있다. 평소에 마음을 고요하게 하는 것은 기본이자 기초이다. 마음을 고요하게 한다는 것은 고락의 기분을 잠재우는 것이다.
마음의 생사고락, 감정의 진폭을 줄여나가야 한다. 일을 하면서 방해물이 생길 땐 기분 나빠하지 말아야 한다. 자신의 업식에서 기분 나쁜 현상이 일어나는 때라고 납득해야 한다. 받아들여야 한다. 기분 나쁜 마음을 갖지 않도록 스스로 통제해야 한다. 감정을 제어하고 알아차리고 조절해야 한다. 그때 자신의 능력이 제대로 발휘한다. 욕심을 가지면 제대로 된 능력을 발휘할 수 없다. 운동 선수를 만날 때 마음을 비우라는 말을 많이 한다. 연습할 때 열심히 했지만, 본 시합 때 욕심 때문에 긴장해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더라. 마찬가지로 우리가 살아가면서 일을 할 때에도 지나친 욕심을 버리면 오히려 발전된다. 그것을 믿는 게 신심이다. 일상생활하면서 이같은 기본 개념을 체득하고 있다면 살아가는데 어떤 일이든 충분히 자기 능력을 발휘하면서 어떤 현상이든지 극복할 수 있다.
현상에 즐겁다 괴롭고, 기쁘다 슬프다, 행복하다 불행하다 등의 상대적인 현상을 소위 마음이라고 한다. 이 감정 덩어리를 유정이라고 부른다. 유정은 곧 중생이다. 중생을 감정덩어리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중생은 고락이라고 하는 감정 상대적인 감정 덩어리를 갖고 있다. 때문에 괴로움을 피할 수가 없다. 깨치지 못한 것이 있기에 당연히 깨칠 것도 있다. 중생이 있기에 당연히 부처가 있다. 그것을 정확하게 알고 선명상을 하면 효과가 이제 100% 200% 1000% 나올 것이다. 모르고 하는 것보다 알고 하면 훨씬 효과가 크다.
오늘은 ‘그냥 놓음’ 명상법을 소개하고자 한다. 앞서 ‘지나가리라-쉘 패스(shall pass)명상법’을 소개했다. 흘려 보내는 방법이다. 오늘은 내려놓는 것이다. 불교에서는 ‘방하착(放下着)’이라고도 한다. 방하착은 선불교에서 가장 기본이자 최종 목적일 정도로 중요하다. 그때 그때 싫고 좋은 것도, 고락이 생멸하는 것도 놓아버리면 마음이 평안해지는 중도의 상태를 맞이할 수 있다. 평안해지면, 내가 뭘 할 것인지, 어떤 말과 행동을 할 것인지가 보인다. 몸과 말, 마음이 청정해지는 신구의 삼업이 청정해짐을 느낄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업이 사라진다. 그 자체로 평온해진다. 벌어지는 모든 일을 저절로 대하게 된다. 놓고, 또 놓고, 또 놓는 ‘방하착 선명상’은 평상시에 해야 한다. 누가 나에게 욕을 하고 싸움을 걸어오고 논쟁이 벌어질 때 연관 짓지 말고 놓아버려야 한다. 평상시에 놓는 연습을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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