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은 없으나 무한하게 작용한다
달마스님의 무심론(無心論)에는 마음이 있는지 없는지에 대한 제자와 달마스님의 대화가 나옵니다. 제자가 묻습니다. “마음은 있습니까? 없습니까?”
달마화상이 대답합니다. “마음은 없다”
제자가 다시 묻습니다.
“스님께서 마음이 없다고 하셨으니, 그렇다면 죄와 복도 없어야 할텐데 무슨 까닭에 중생들은 육도를 윤회하면서 나고 죽기를 반복하는 것입니까?”
달마스님이 답합니다. “중생은 허망하게 해매면서 마음 없는 가운데 헛되이 마음을 만들어내고, 여러 업을 지으며 헛되이 집착함으로써 마음이 있다
고 여긴다. 그 까닭에 육도윤회하며 삶과 죽음이 이어진다. 비유하면 사람이 어둠 속에서 나무 등걸을 보고 귀신으로 여기고, 새끼줄을 보고 뱀으로
여겨 두려워하는 것과 같다.”
본래 마음은 없습니다. 마음이 없다면 죄를 짓거나 복을 짓는 마음 등 업을 짓는 마음도 없어야 할 것인데 중생들은 왜 육도윤회를 할까요? 마치 새끼줄을 보고 뱀으로 착각하게 되면 없던 두려움이 생기는 것과 같습니다. 새끼줄을 보고 뱀으로 착각하지만 않으면 두려움은 일어날 일이 없습니다. 그러나 중생들은 새끼줄을 보고 뱀으로 착각하는 허망한 망상 때문에 두려움에 대한 마음이 생기고, 그로인해 두려움의 결과를 받는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중생들은 그 마음 없음 속에서 그저 무심하게 존재하면 되는데, 억지로 헛된 망상심을 일으켜서 헛되이 뱀이 있다거나 귀신이 있다고 착각하여 헛된 망상에 집착하게 되고 그런 까닭에 그 과보의 세계인 육도에 윤회하게 되는 것입니다.
달마대사의 마음이 있냐 없냐에 대한 이런 세심한 답변에도 제자는 또 묻습니다.
“보리와 열반을 얻을 수 없다면, 과거 모든 부처님들이 보리를 얻은 것은 어떻게 이해할 수 있습니까?”
달마대사가 대답합니다. “다만 세속제의 문자로써 말하는 것일 뿐, 진제에서는 진실로 얻을 것이 없다. 그래서 유마경에서는 ‘보리는 몸으로도 얻을
수 없고, 마음으로도 얻을 수 없다’고 했고, 금강경에서는 ‘얻을 수 있는 작은 법도 없다’고 했다. 모든 부처님은 다만 얻을 수 없는 것을 얻었다. 마음
이 있으면 모든 것이 있고, 마음이 없으면 아무것도 없다.”
부처님께서는 얻을 것이 없는 것을 얻었을 뿐입니다. 본래무일물임을, 텅 빈 공임을, 본래 얻을 만한 것이 하나도 없음을 깨달은 것입니다.
달마대사에게 제자는 묻습니다. “마음이 없다면 나무나 돌에도 마음은 없으니 같은 것 아닙니까?”
달마대사가 답합니다. “마음없는 이 마음은 나무나 돌과는 같지 않다. 마치 하늘북과 같아서 마음은 없으나 저절로 여러 묘한법을 내어 중생을 교화
하고, 여의주와 같아서 마음은 없으나 여러 변화된 모습을 잘 드러낸다. 비록 마음은 없으나 법의 실상을 잘 깨닫고 지혜를 갖추어 자재하게 반응하
고 작용한다.”
마음은 없습니다. 우리가 깨닫는 것은 마음 없음, 깨달을 한 법도 없음을 깨닫는 것일 뿐입니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아무 것도 없다면 깨달을 필요도 없는 것 아닌가? 아무 것도 없으면 돌이나 나무와 같은 것 아닌가 하고 궁금해 합니다. 그러나 마음 없음, 한 법도 없음은 완전히 죽어 있는 없음이 아니라 생생하게 살아서 작용하는 무심입니다.
깨달음의 세계는 아무 것도 없는, 무심을 깨닫는 것이지만, 그렇다고 공허해 할 필요는 없습니다. 바로 그 아무 것도 없는 가운데 무한한 공능이 있고, 무한한 지혜로 무한한 작용을 이루어 내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아무 것도 없음 위에 드러나는 것이니 그 어디에도 집착함이 없겠지요. 해도 한 바가 없습니다.
아무 것도 없기 때문에 진정 자유로운 것이지, 남들에게는 없는 나만이 가지고 있는 특별한 깨달음이라는 무언가를 가지고 있다면 그것을 잃어버릴까봐 걱정하느라 진정 자유로울 수 없을 것입니다. 아무 것도 없으니, 빼앗길 걱정도 없고, 없어지지도 않으니 완전히 푹 쉬게 되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무심, 마음없음의 공능입니다.
글쓴이 : 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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