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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음의 기연(機緣)

장백산-1 2024. 4. 27. 18:08

깨달음의 기연(機緣)



마조가 남악회양에게 묻는다. '어떻게 마음을 써야 모양 없는 삼매(깨달음)를 이루겠습니까?'

남악회양이 답한다. '그대가 심지법문(心地法門)을 배우는 것은 씨앗을 뿌리는 것과 같고, 내가 진리의 법문을 설하는 것은 뿌린 씨앗에 하늘이 비를 내려주는 것과 같다. 그대는 기연(機緣)이 맞았기 때문에 도(道)를 볼 것이다.'

남악회양의 위 가르침에서 선수행, 마음공부의 핵심적인 방법이 무엇인지를 확인하게 됩니다. 이를 깨달음의 3요소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첫째는, 제자가 씨앗을 뿌리는 것으로, 이것이 바로 깨닫겠다는 발심입니다.
둘째는 발심한 제자에게 바른 스승이 법문을 설해주는 것으로 이것이 하늘이 비를 내리는 것과 같아 법비(法雨)라고도 합니다.
셋째는 이렇게 바른 스승과 바르게 발심한 제자가 있다고 곧바로 깨닫는 것은 아니고, 기연(機緣)이 맞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기연(機緣)이라함은 씨앗이 싹을 띄울 기회와 조건이라는 뜻으로, 깨달음을 얻는 직접적인 인연들을 말합니다. 씨앗을 뿌려 놓아도, 비가 얼마나 오는지, 햇살은 어떤지, 토양의 상태는 어떤지, 또 씨앗의 상태는 어떤지 등 수많은 다양한 인연이 딱 맞아 떨어져야지만 싹이 나고 열매가 맺는 것입니다. 그래서 깨달음의 인연인 기연이 언제 맺어질지는 알 수 없습니다.

다만 남악회양 스님의 말씀처럼 발심한 제자와 스승의 직지인심의 법문이 있다면, 반드시 언제일지는 모르겠지만 기연이 맺어져 도를 볼 것이라는 뜻입니다. 기연이 언제일지는 그 누구도 알 수 없습니다. 그러니 제자는 오로지 간절한 발심이라는 씨앗을 뿌리고, 심지법문(心地法門)을 분별없이 꾸준히 듣기만 한다면, 이런 공부인연만 잘 갖추어 진다면, 반드시 시절인연이 무르익은 어느 때에 기연을 만나 한 시절 푹 쉬는 때를 만날 것입니다.


글쓴이 : 법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