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평상시의 마음이 그대로 도였음이 드러나고 깨달음과 일상이 둘이 아니었음이 드러납니다
깨닫게 된다고 해서 매 순간 비일상적인 삼매나 신비체험 같은 것이 지속되는 것이 아닙니다. 그냥 그저 평상시의 마음 이대로 살아갈 뿐입니다. 그러다 보니 많은 분들이 견성을 경험한 이후에 그 체험이 사라지고 나면, 다시 예전처럼 평범해진 그 순간을 두려워합니다. 깨달은 것이 아니었나 보다 하고 의심하고 좌절도 하고, 견성 체험의 순간을 그리워하고 다시 견성을 체험하고자 추구하기도 합니다.
이 평범한 순간을 도저히 견디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이것을 도가 아니라고, 깨달음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오랜 세월을 왔다갔다 헤매다가, 문득 지금 이 자리에서 이것이 전부구나 하고 확인(確認)되는 순간이 옵니다. 평범한 평상심이 그대로 도였음이 드러나게 되고, 깨달음과 일상이 둘이 아니었음이 드러납니다.
그러고 돌이켜 보면, 이 평범하던 시기들이 그냥 과거처럼, 이 공부하기 이전처럼 평범하기만 했던 것은 아니었음을 알게 되죠. 생각 같아서는 깨달음의 순간에 확 깨닫고 나면, 문득 모든 문제가 끝나고, 욕심도 없어지고, 업습도 소멸되고, 세속과는 담을 쌓게 되고, 모든 세간의 문제가 일순간 다 해결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되지 않습니다. 업습이라는 켜켜이 쌓아둔 습관들이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이 법을 꾸준히 관심을 가지면서 공부하게 되면 나도 모르게 저절로 마음이 조복이 되고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한 순간에 공부가 다 끝났던 것이 아니라, 시간이 지남에 따라, 어 그러고 보니 이상하네! 옛날부터 그렇게 나를 힘들게 하던 그 습관이 점차 사라져 가네. 욕망과 집착이 별로 없네. 성욕도 어느 순간부터 별로 없네. 나도 모르게 어느 순간부터 술담배에 옛날처럼 그렇게 구속되지 않네. 반드시 해야 할 것도 없고, 절대로 하지 말아야 할 것도 없네.' 하면서 습관의 조복이 저절로 이루어지고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그러면서 저절로 삶에 내맡기게 되고, 주어진 삶을 그저 인연 따라 살아갈 뿐, 내가 삶을 어떻게 해 보겠다는, 내가 원하는대로 통제해 보려는 생각도 사라져 갑니다. 삶이 가벼워집니다. 그러면서도 할 일은 다 하고, 오히려 더욱 열정적으로 하기도 합니다. 진리가 되어, 삶으로 되돌아와, 인연 따라 주어진 삶을 그저 문제 없이 살아갑니다.
글쓴이 : 법상
'법상스님의 날마다 해피엔딩' 카테고리의 다른 글
병을 알고 약을 처방 받고 병이 나으면 처방 받은 약을 버리십시오 (1) | 2024.06.14 |
---|---|
초기불교의 8정도 수행 중 정명(正命)의 수행 (1) | 2024.06.13 |
초기불교 8정도의 수행 중 정업(正業)의 수행 (1) | 2024.06.12 |
취사간택하지 않고 중도적으로 법문을 듣는다면 결국 깨달을 것이다 (1) | 2024.06.12 |
초기불교 8정도 중 정어(正語)의 수행 (1) | 2024.06.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