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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을 알고 약을 처방 받고 병이 나으면 처방 받은 약을 버리십시오

장백산-1 2024. 6. 14. 14:14

병을 알고 약을 처방 받고 병이 나으면 처방 받은 약을 버리십시오


불법은 곧 지혜 하나가 으뜸인데, 왜 부처님께서는 중생을 위해 보시, 지계, 인욕, 정진, 선정, 지혜, 자, 비, 희, 사를 찬탄하십니까?
아끼는 자에게는 보시를 찬탄하고, 파계한 자에게는 지계를 찬탄하며, 성내는 자에게는 인욕을 찬탄하고, 게으른 자에게는 정진을 찬탄한다.산란한 마음에는 선정을 찬탄하고, 어리석으면 지혜를 찬탄하며, 어질지 못한 자에게는 자비를 찬탄하고, 분노하면 자비심을 찬탄한다. 이것은 마치 집을 지을 때 기초를 먼저 닦고 그 위에 집을 짓듯, 보시, 지계, 인욕, 정진, 선정, 지혜 등도 마찬가지로 보살행의 근본이 된다. [화엄경 보살문명품]

 
불법은 오직 한 맛(一味)입니다. 불법은 불이법이어서, 둘로, 셋으로, 나눌 것이 없습니다. 그것을 반야라고 해도 좋고, 지혜라고 해도 좋으며, 해탈, 열반, 불성, 본래면목, 주인공, 여래장, 참나, 일심, 본지풍광, 뜰앞의 잣나무 등 뭐라고 해도 좋습니다. 어쨌든 이 하나의 진실만이, 이 하나의 법만이, 이 하나의 지혜만이 전부이지만, 불교 경전을 보면 무수히 많은 방편들이 있습니다. 또 닦아야 할 수행의 종류도 무수히 많습니다. 육바라밀, 사무량심, 사섭법 등 닦아야 할 수행이 너무 많아 보입니다. 절하고 염불하고 독경하고 좌선하고 위빠사나 하고 참선하고 왜 불교에는 이렇게 많은 방편이 있을까요?

그 이유는 곧 중생의 근기에 따라 법을 설하기 때문입니다. 중생이 앓고있는 병에 따라 약을 처방하기 때문입니다. 중생의 병이 8만 가지면, 방편의 약도 8만 가지가 됩니다. 중생이 인색함에 치우쳐 있으면 그 치우침을 타파하기 위해 보시를 설하고 찬탄하여 그 중생의 치우침을 깨고 중도를 이루게 합니다. 윤리도덕적이지 못한 막행막식을 하며, 타인에게 헤를 끼치는 사람에게는 계율을 찬탄하고 지계의 공덕을 설법해 줌으로써, 먼저 착실하고 선한 공덕을 쌓도록 균형을 맞춰 중도를 이루게 합니다.

이처럼 모든 법문은 전부 중생이 앓고 있는 병에 따른 처방약일 뿐이기에, 병에 걸린 자에게만, 병에 걸린 순간에만 효과를 발휘합니다. 병도 없는데, 약은 다 좋다고 생각하여 건강한 사람이 약국의 약을 모조리 먹어치운다면, 그로 인해 죽고 말 것입니다.

무수한 보살행을 행하되, 하되 행하는 바 없이 행하십시오. 병을 알고 약을 처방 받되, 병이 나으면 처방 받은 남은 약은 버리십시오.


글쓴이 : 법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