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 39

모든 세상을 담는 거울

감상할 수는 있지만 붙잡을 수는 없다 9. 모든 세상을 담는 거울눈앞 모든 것은 변하기에 무상, 허망한 영상( 影像) 을 놓을 때 자유변함없는 건 텅 빈 마음 거울뿐 텅 빈 마음 거울이란 분별도 놓아야 지금 여기 눈앞에 보이는 광경을 보면서 “이것은 무엇이다, 저것은 무엇이다” 하고 분별하거나, 아니면 과거에 경험했던 이미지를 회상하면서 생각 속에 빠지지 않고, 그냥 조용히 있는 그대로의 모습만을 응시할 수 있는가? 만약 보는 이의 언어적 해석이나 의견을 첨가하지 않고 그저 고요히 볼 수만 있다면, 어느 순간 눈앞에 보이는 일체의 영상은 마치 깨끗한 거울 위에 비추어진 하나의 이미지 같은 느낌을 받게 된다.이 거울은 일반 거울과는 달리 테두리가 없어 모든 세상 모습을 담을 수 있다. 하늘처럼 큰 모습도 ..

제법(諸法)과 승의제(勝義諦)

제법(諸法)과 승의제(勝義諦)   승의제는 제법 속하지 않는 경계 욕계·색계·무색계가 모두 제법, 중생 법이며 업에 의해 조작 승의제는 부처님 경계로 심오, 유식학 측면에서는 원성실성   지금 우리는 ‘해심밀경’의 내용들 중에서 요품에 해당하는 ‘승의제상품(勝義諦相品)’에 대해 살펴보고 있다. 법용보살에 이어 이번에는 선청정혜보살이 부처님 앞에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한다.  “세존이시여 참으로 기이합니다. 세존의 말씀대로 승의제상(勝義諦相)은 매우 세밀하고 깊어 제법의 성상(性相)과 같고 다름을 뛰어넘었으므로 통달하기 어렵습니다.”  앞의 보살들과 마찬가지로 선청정혜보살 역시 승의제상의 심심미묘성을 강조한다. 승의제상은 제법과의 관계에 있어서 같고 다름을 벗어나 있기 때문에 심심미묘하다는 것이다. 제법(諸..

달마가 말한 네 가지 수행

달마가 말한  네 가지 수행   달마가 말한 사행론(四行論)에서 도에 들어가려고 할 때 실천해야 할 네 가지 행이 있다고 하는데 사행론은 수행자들이 어떤 실천행을 하면서 살아야 하는지를 잘 보여준다.  첫째 보원행(報怨行)은 괴로운 일이 생겼을 때 이 괴로움이 내 스스로 지은 업의 결과를 받는 것임을 알아 달게 참아서 그 누구도 미워하지 않고 원망이나 원한이 없는 행을 말한다. 자업자득이며 자승자박임을 밝게 알아 남에게 책임을 전가하거나 원한심을 갖지 않는 것을 말한다. 이런 사람은 그 누구도 미워하지 않고 원한을 갖지 않기에 ‘원한에 대해 보답하는 행’이라고 하여 보원행이라 한다.  둘째는 수연행(隨緣行)으로 말 그대로 인연을 따르고 인연에 순응하는 수행을 말한다. 기쁘고 좋은 일이 있을지라도 그것들은..

지금 이 순간 여기 이 자리에 정말 아름다운 것, 정말 귀한 것, 정말 진실한 것은 다 드러나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 여기 이 자리에 정말 아름다운 것, 정말 귀한 것, 정말 진실한 것은 다 드러나 있습니다   우리들 눈 앞 지금 여기에 펼처져있는 현상인 대상(경계)들은 전부가 모두  생겨났다가 사라져버리는 허망한 것들입니다. 이 말을 그냥 말로 흘려듣지 마시고 진지하게 사유해 보시기 바랍니다. 사람들이 그렇게 아끼고 사랑하고 행복이라고 여기는 그 모든 것들의 속성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그것들은 전부가 삼법인, 즉 무상, 무아이기에 고(苦)인 것들입니다. 그것들은 항상하지 않고, 실체적인 자아가 없으며, 그렇기에 반드시 허망하게 무너질 것들입니다.  돈, 명예, 권력, 사랑, 자녀, 빌딩, 부동산, 좋은 차, 좋은 가방, 비싼 귀금속 등은 사람들의 '생각' 속에서 너무나도 환상적으로 추구되..

깨달음의 기연(機緣)

깨달음의 기연(機緣) 마조가 남악회양에게 묻는다. '어떻게 마음을 써야 모양 없는 삼매(깨달음)를 이루겠습니까?' 남악회양이 답한다. '그대가 심지법문(心地法門)을 배우는 것은 씨앗을 뿌리는 것과 같고, 내가 진리의 법문을 설하는 것은 뿌린 씨앗에 하늘이 비를 내려주는 것과 같다. 그대는 기연(機緣)이 맞았기 때문에 도(道)를 볼 것이다.' 남악회양의 위 가르침에서 선수행, 마음공부의 핵심적인 방법이 무엇인지를 확인하게 됩니다. 이를 깨달음의 3요소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첫째는, 제자가 씨앗을 뿌리는 것으로, 이것이 바로 깨닫겠다는 발심입니다. 둘째는 발심한 제자에게 바른 스승이 법문을 설해주는 것으로 이것이 하늘이 비를 내리는 것과 같아 법비(法雨)라고도 합니다. 셋째는 이렇게 바른 스승과 바르게 발..

전식득지(轉識得智), 앎(식)이 아닌 지혜로 보라

전식득지(轉識得智), 앎(식)이 아닌 지혜로 보라  사람들이 똑같은 거리를 걸었을지라도 사람에 따라 그 거리에서 본 것은 제각기 다를 수밖에 없다. 똑같은 소리를 듣고도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싫어하는 사람도 있으며, 같은 음식의 냄새를 맡으면서 좋다는 사람도 있고 싫다는 사람도 있게 마련이다. 마음은 이처럼 외부의 대상을 있는 그대로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아는대로 인식한다. 자기 마음에 끌리는 것만을 인식하는 것이다. ‘나’라고 하는 허망한 착각, 즉 아상이 생겨나면 무엇이든 ‘나’에게 도움이 되는 쪽으로 해석하려고 하지 않는가. 그것이 바로 아집이고, 욕망이며 탐욕이다.  그래서 사람들이 똑같은 것을 보더라도 저마다 자기가 아는대로, 자기 욕심대로 대상을 선별해서 차별적으로 분별해서 인식하게 되..

지금 여기 이대로가 신통이고 묘용이다

지금 여기 눈 앞에서 펼쳐지고 있는 이 모든 것이 그대로 신통이고 묘용입니다   방거사는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매일 매일의 삶에 다른 일이 없고 오직 마음 내키는대로 살아가며 어우러질 뿐이다. 한 물건도 취하거나 버리지 않고, 어는 때 어느 곳에서도 어긋남이 없다.누가 붉은빛, 보랏빛이라고 이름지었나? 언덕과 산에는 티끌 한 점이 없는데. 신통과 묘용이란 곧 물 길어오고 나무를 해 짊어지고 오는 것이다.'  깨달은 사람의 삶이 방거사의 말과 같습니다. 매일 매 순간의 삶에 그저 이 일일 뿐 다른 일이 없습니다. 오직 그저 마음 내키는 대로, 인연 따라, 어우러지며, 어울리며 살아갈 뿐입니다.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인연을 만나면 어울릴 뿐입니다. 억지로 인연을 만들지도 않고, 그렇다고 다가온 인연을 ..

불교 정신이 시대를 이끌다

불교 정신이 시대를 이끌다 서울에서 목사, 신부, 스님들이 함께 교육을 받을 기회가 있었다. 그동안 받았던 교육 중에 아주 의미 있게 느껴졌다. 현재 우리나라 심리학, 상담학계에서 저명하신 교수님의 강의였는데, 현대 심리상담학계의 이슈가 되고 있으며, 기존의 심리치료의 흐름 자체를 바꾸어 놓았을 정도로 획기적인 심리 치유 기법이라는 설명과 함께 4시간 동안 강의가 이어졌다. 바로 마인드풀니스(Mindfulness)라는 마음챙김, 혹은 관 수행에 대한 강의다. 물론 그동안의 언론 등을 통해 심리치료학계의 주류로써 불교 수행법이 각광을 받고 있다는 정도는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직접 강의를 듣고 보니 감회가 남달랐다. 더구나 강의 내용과 교수님을 선정해 초빙한 분이 목사님이다. 강의에 참석한 한 목사님은 마..

'내 것'이라는 소유권 자체가 환상이며 거짓입니다.

'내 것'이라는 소유권 자체가 환상이며 거짓입니다. '나다' 라고 하는 아상(我相)이 만들어지면 곧장 '내 것이다'라고 하는 아집(我執) 즉 소유욕(所有欲)이 생겨납니다.  '내 것'이는 소유권 자체가 사실은 환상이며 거짓입니다. 내가 소유할 수 있는 것이 정말 있을까요? 잠깐 동안 소유했다가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떠나가버린다면, 그것은 사실 내가 소유했던 것이 아닙니다. 내가 소유했었다고 '생각'한 것일 뿐이지요.  '내 것'이라는 소유권을 주장하려면, 그것이 정말 영원히 '내 것'이어야 합니다. 또한 '내 뜻대로' 소유하려면 소유하고, 버리려면 버릴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내가 '내 것'이라고 주장하는 그 무엇도, 영원히 내 것일 수도 없고, 완전히 내 뜻대로 할 수 있지도 못합니다. 심지어 ..

마음이 만든 세상

마음이 만든 세상 사람들이 똑같은 장소에서 똑같은 대상을 보았더라도 사람마다 각자 인식한 것이 다르고, 느낌도 다를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외부의 사물 그 자체를 인식한 것이 아니라, ‘각자의 마음이 만든 각자의 방식대로 조합되고 종합된 대상’을 인식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말은, 사람들이 인식하는 모든 대상은 외부에 존재하는 대상 자체가 아니라, 우리 마음이 만들어 낸 환상에 불과함을 의미한다. 외부의 세계 또한 사실은 외부라고 여겨지고 있는 또 다른 마음이 만든 환상의 세계인 것이다. 이렇게 말하면 어떤 사람은 외부의 세계가 어떻게 내 마음이 만든 환영의 세계인가 하고 의문을 가질 것이다. 외부에는 독자적인 외부의 세계가 있고, 그 독자적인 외부 세계를 사람들이 저마다 다르게 인식할 뿐이라고 생각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