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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순간 여기 이 자리

지금 이 순간 여기 이 자리 백 년을 산다 할지라도 마음이 어리석다면고요한 마음으로 하루를 사는 것만 못하다. [법구경] 백 년을 산다고 하더라도 마음이 어리석고 탐욕스럽고 성냄을 일으킨다면 차라리 고요하게 그 마음을 비추며 한 순간을 보내는 것 보다 못하다. 백 년 살면서 탐내고 성내고 어리석은 업을 지으면 그것이 다 번뇌가 되고 업이 되어 윤회의 수레바퀴만 더욱 길어지게 만들 뿐이지만, 고요하게 그 마음 비추며 한 순간을 보낸다면 그 한 순간의 깨어있음은 억겁의 윤회를 멈추게 할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한 순간을 살더라도 고요한 마음으로 마음을 비추며 명상 속에서 산다면, 어리석은 마음으로 백 년, 천 년을 사는 것에 비할 수 없는 공덕이 생긴다. 어리석은 세월은 날이 갈수록 업장만 늘리게 되지만,..

인연생기, 인연화합

인연생기, 인연화합 연기법과 혼용하는 인연(因緣)이란 말이 있는데, 연기는 인연생기(因緣生起), 혹은 인연소기(因緣所起)의 줄인 말이다. 인과 연으로 말미암아 일어난다, 인과 연이 화합함으로 생겨난다는 의미다. ‘인(因)’은 직접적인 원인이고, ‘연(緣)’은 간접적이며 보조적인 원인이라는 뜻으로 친인소연(親因疏緣)이란 말을 쓰기도 한다. 예를 들어 식물의 직접원인인 ‘인’은 씨앗이고, 간접적인 원인인 ‘연’은 거름과 흙과 태양과 공기와 물과 농부의 노력 등 식물을 싹틔우게 하고 열매를 맺게 하는 간접적인 일체의 원인이다. 식물 하나를 꽃피우는데 태양과 바람과 구름과 모든 멀고 가까운 온갖 조건과 원인들이 수도 없이 많은 보조적인 원인으로 작용한다. 나아가 온 우주 전체가 꽃 한 송이를 피우는데 연으로써 ..

생각, 마음

金烏김홍경을 사랑하는 사람들생각하지 않으려 했던 마음에 대하여생각하지 않으려 했던 마음에 대하여청명한 어느 날, 깊은 산사의 법당에서 운문선사는 한 학인의 질문을 받았다. 한 생각이 일어날 때 죄가 일어난다면, 생각이 일어나지 않을 때는 어떠하냐고. 스님은 잠시 침묵했다. 그리고 말했다. 죄가 수미산 같이 크다고.나는 오랫동안 이 대화를 곱씹었다. 마치 입 안의 돌멩이처럼, 삼키지도 뱉지도 못한 채. 생각을 지우려 했던 그 순간들이, 오늘 갑자기 차가워진 갑진년 겨울 새벽처럼 선명하게 떠올랐다.최근 개업을 앞두고 만난 한 내담자가 있다. 그녀는 불안한 생각들을 지우고 싶다고 했다. 마음을 비우고 싶다고. 그녀의 말을 들으며 나는 문득 하버드의 한 실험실을 떠올렸다. 흰 곰을 생각하지 말라는 지시를 받은 ..

술 음주와 마음공부

술 음주와 마음공부 술을 많이 마시면 가난해진다. 술을 많이 마시면 재물을 가벼이 여기고 사치를 좋아하여집안을 망쳐 온갖 화를 부르게 된다. 또한 남들과 노름을 즐기고 다른 여색을 엿보게 된다.이렇게 부정한 행동을 익혀서, 보름달이 그뭄달을 향해 이지러져 가듯이 타락해 가게 된다. [장아함경] 술은 온갖 환난의 근본이요, 재앙의 근원이다. 술은 독 중의 독이요, 병 중에서도 고질병이다.술은 날카로운 도끼 같아 착한 마음을 손상시키고 괴로움을 부른다.술을 좋아하는 사람은 부끄러움도 몰라 남의 경멸을 받게 된다.그러므로 술을 마실 때는 언제나 술을 절제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제법집요경] 술은 지혜의 종자를 끊고 어리석음의 결과를 불러온다고 한다. 사람의 정신을 휩쓸고 가는 것은 술 만한 것이 없다. 술..

연기 = 무아 = 자비 = 중도

연기 = 무아 = 자비 = 중도 불교의 교 리와 사상은 사실 하나의 진리에 대한 다양한 설명으로 방편이다. 모든 가르침은 곧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이며, 강을 건너는 뗏목과도 같다. 연기(緣起)가 곧 무아(無我)이며, 무아가 곧 자비(自悲)이고 중도(中道)다. ‘이것이 있으므로 저것이 있다’는 연기의 법칙은 큰 것이 있으므로 작은 것이 있고, 옳은 것이 있으므로 틀린 것이 있고, 중생이 있으므로 부처가 있고, 이런 식으로 사람들이 분별하는 모든 생각들을 거두어, 사실은 연기 무아 자비 중도는 둘이 아니게 연결되어 있음을 설하고 있다. 이를 초기불교에서는 중도(中道), 대승불교에서는 불이중도(不二中道), 선불교에서는 일심(一心)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볼펜은 긴 것일까 짧은 것일까? 있는 그대로 보면 긴 것..

법(法)의 두 가지 의미

법(法)의 두 가지 의미 일체 모든 것, 삼라만상을 말할  때, 생겨나고 사라지는 것들이라는 의미로 ‘생사법(生死法)’이라는 용어를 쓴다. 여기에서 불교의 독특한 용어인 법(法)이라는 용어의 뜻에 대해 주목할 필요가 있는데, 통상 법은 두 가지 의미로 쓰인다. 첫째는 ‘진리’의 뜻이고, 둘째는 ‘존재’의 뜻이다. 첫째의 진리의 의미로 쓰일 때 연기법을 의미하고, 둘째 존재의 뜻으로 쓰일 때 ‘연기하는 모든 것들’의 뜻으로 쓰인다. 보통 ‘존재’, ‘연기하는 것들’의 의미로 쓰일 때 소문자 ‘dhamma’로 표현하고, ‘진리’, ‘연기법’, ‘부처님 말씀’의 의미로 쓰일 때 대문자 ‘Dhamma’로 표현하기도 한다. 결국 존재가 곧 진리이고, 진리가 곧 존재다. 생겨나고 사라지는 모든 것들은 모두 연기법의..

부자는 세 번 괴롭다

부자는 세 번 괴롭다 부유함은 구할 때는 많은 괴로움을 겪어야 하고,부유함을 얻고 나서는 지키느라 괴로움을 겪어야 하고,부유함을 잃고 나서는 근심하게 되어 괴로움을 겪어야 한다. 부유함이란 이런 세 가지 괴로움을 가져올 뿐 전혀 참된 즐거움은  없는 것이다. [백연경]부자는 세 번 괴롭다 부유함이란 잠시동안  우리 몸의  편안함을 가져다 주지만, 우리의 정신을 빼앗아 간다. 가난하고 청빈한 삶 속에서는 밝은 지혜가 증장하며 정진력이 서지만, 부유하고 편리한 삶은 어리석음과 게으름을 가져올 뿐이다. 부유함을 구하고자 하는 자는 항상 괴로움을 겪는다. 부유함을 구할 때 많은 괴로움을 겪고, 어렵고 괴롭게 부유함을 얻고 나서도 그것을 지키느라 항상 근심 걱정이 끊일 날이 없으며, 인연이 다 되어 부유함을 잃게..

무분별과 & 불이중도

무분별과 & 불이중도 ‘이것이 있으므로 저것이 있고, 저것이 있으므로 이것이 있다’는 사실은 곧 ‘이것’과 ‘저것’은 서로에게 기대어 있음으로써 존재함을 뜻한다. 곧 ‘이것’과 ‘저것’은 떼어 놓으려고 해도 떼어 놓을 수 없는 관계, 즉 ‘하나’임을 뜻한다. ‘이것’은 ‘저것’에 의해 ‘이것’일 수 있고, ‘저것’은 ‘이것’에 기대어 ‘저것’일 수 있다. ‘이것’과 ‘저것’은 동시생(同時生) 동시멸(同時滅)이다. 불이(不二)의 관계다. 이것을 확장해 보면, ‘나’는 ‘너’에 의해 ‘나’일 수 있으니, ‘나’와 ‘너’는 둘이 아닌 하나다. ‘크다’는 ‘작다’에 의해 ‘크다’일 수 있으니, ‘크다’와 ‘작다’는 둘이 아닌 하나다. ‘나’는 ‘나 아닌 것들’에 의해 ‘나’일 수 있으니, ‘나’와 ‘나 아닌 것..